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2026년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역대급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3선·달성군)이 경선을 통과하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본선 대결이 확정됐다. 홍준표 전 시장의 중도 사퇴 이후 무주공산이 된 대구시장 자리를 둘러싸고 보수 진영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여기에 김부겸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의 도전이 더해지면서 판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들도 조사기관마다 엇갈린 결과를 보이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부동층,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영화 '정직한 후보'(2020)는 이러한 선거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브라질 영화(2014)의 리메이크로, 거짓말이 일상인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갑자기 '진실의 주둥이' 주문에 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풍자 코미디다. 라미란 주연의 이 작품은 단순한 웃음에 그치지 않고, '정치인에게 정직이 가능한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153만 관객을 모았다. 네이버 평점 8.65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속편까지 제작되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영화 속 주상숙(라미란)은 전형적인 이미지 정치인이다. 겉으로는 친근한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뇌물과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그녀가, 할머니 김옥희(나문희)의 '거짓말 못하게 해달라'는 기도 후 진실만 말하는 상태에 빠진다. 생방송에서 "시민들 바보같아"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유세 중 속마음을 드러내며 지지율이 급락하는 초반 위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다. 처음에는 지지율이 급락하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그녀의 솔직함에서 현실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포장된 정치인의 말보다, 어설프더라도 진심이 담긴 말에 더 큰 신뢰를 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통해 한국 정치의 불편한 현실을 풍자한다. 정치인은 왜 끊임없이 듣기 좋은 말을 반복하는가. 그리고 유권자는 왜 그것을 알면서도 다시 기대하게 되는가.
지금 대구시장 선거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놓여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는 '대구 산업 대전환'을 내세우며 청년 기회 도시, AI·로봇·양자산업 육성, 신공항과 행정통합 등을 통해 대구를 '남부권 판교'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추경호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대구경제 대개조'를 핵심 기치로 내세우며 AI·반도체·미래모빌리티 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재도약을 강조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후보 모두 결국 '경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 대구 시민들이 느끼는 위기가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청년 유출, 산업 정체, 자영업 침체 속에서 시민들은 이제 '어느 당 후보인가'보다 '누가 실제로 도시를 바꿀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화 정직한 후보가 보여주듯, 정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약속보다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는 일이다. 후보들은 '경제 회복'과 '청년 일자리' '대구의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과 책임이다. 비용과 선택에 대한 설명 없는 공약은 결국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부동층,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들은 더 이상 이념이나 정당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더 구체적인 전략으로 도시의 문제를 말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마지막이 의미심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저주'는 풀렸지만, 자수와 사퇴를 선택한 주상숙의 모습은 '정직한 후보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다시 남긴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익숙한 구호와 포장된 약속을 넘어,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가 살아남는 시험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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