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Be the Only, not the Best

  •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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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3 15:25  |  수정 2026-05-15 08:54  |  발행일 2026-05-14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스무 살 종강, 들뜬 분위기 속에서 교수님이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있었다. "Be the Only, not the Best."


기술적으로 뛰어난 1등보다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차별점을 갖추라는 그 말은 꽤나 강렬하게 내 안에 남았다. 그날 이후 타인의 기준선 위에서 점수를 다투는 경쟁 대신, 나만의 색깔을 고민하는 일은 내 삶과 기획의 단단한 기준점이자 자연스러운 리듬이 됐다.


최근 마친 '레몬 뮤직 페스티벌'도 단순한 성공보다는 '관성과의 작별'에 매달린 결과였다. 공공기관 축제하면 으레 떠오르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신선한 장면을 제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축제 이름과 브랜딩부터 라인업의 결을 맞추는 일까지, 모든 과정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을 조금씩 비트는 작업이었다.


평소 눈여겨본 디자인 레퍼런스들은 현장에서 감각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단초가 된다. 이번 축제에서 레이어 구조물을 활용해 공간 연출에 변주를 준 것도 익숙한 광장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반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변화가 확실해지자 현장을 찾은 이들은 입구에서부터 '여기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 골목 곳곳에서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로컬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해 불러들였다.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수준을 넘어, 기획 의도가 담긴 연출과 브랜드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니 여느 축제와는 확실히 다른 즐길 거리가 됐다.


사실 효율을 따지자면 남들이 하던 대로 하는 게 안정적이고 편하다. 하지만 누군가 번거롭고 불편해서 외면한 선택지를 기어이 집어 들어 도전하는 것이 일을 대하는 가장 멋진 태도라고 믿는다. 남들이 선뜻 하지 않는 시도를 하나씩 실현해 나갈 때, 사람들은 비로소 뻔하지 않은 즐거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 끝의 차이를 누군가 알아봐 주는 순간, 고생도 노력도 싹 씻겨 내려간다.


다행히 결과는 즐거웠다. 이제는 대구의 젊은 세대들이 여름이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축제로 자리 잡았고, 현장 곳곳에는 여느 축제와 다른 결의 분위기가 스며들었다. 내가 정성껏 골라낸 취향이 관객의 즐거운 경험과 공명하는 찰나의 희열. 그것은 그간의 모든 고민을 보상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런 고집을 유지하는 건 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지독한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가 되기 위해서만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통해 더 좋은 장면을 제안하는 이 모험이 훨씬 신난다.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이 번거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Be the Only." 교수님의 그 문장을 내내 잊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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