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르포:독도가 운다-위기의 생태] “독도 바다의 경고”…사라지는 오징어, 밀려오는 열대어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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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4 18:27  |  발행일 2026-05-14
수온 25.8℃까지 오른 독도 앞바다…동해 생태계 급변
독도 서도 주변 암초군 전경. <홍준기 기자>

독도 서도 주변 암초군 전경. <홍준기 기자>

독도는 동해 생태계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화산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해양 쓰레기 문제, 그리고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로 독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관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독도 주변 해역은 동한난류의 영향을 받아 수온과 해류가 크게 변화하는 지역이다. 이런 독특한 환경 덕분에 차가운 해수와 따뜻한 해수가 만나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 4일 독도 서도 인근 바다에 몸을 던진 다이버들이 천천히 수심 아래로 내려갔다. 수면 아래 10m쯤 내려가자 짙푸른 동해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익숙해야 할 풍경들이 이들에게 낯설었다.


바닷속 암반 주변으로 수백 마리의 자리돔 떼가 무리를 지어 움직였고, 30~40㎝급 부시리 떼가 빠른 속도로 다이버 곁을 스쳐 지나갔다. 바위 틈에는 형형색색 무늬를 가진 아열대성 어류들이 숨어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독도 바다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다.


자리돔 떼 수백 마리와 30~40㎝급 부시리 떼가 빠른 속도로 다이버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자리돔 떼 수백 마리와 30~40㎝급 부시리 떼가 빠른 속도로 다이버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이날 수중 촬영에 참여한 다이버 정영환(46) 씨는 "예전 독도 바다는 물속에 들어가면 차가운 느낌부터 달랐다"며 "요즘은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보던 어종들이 자꾸 눈에 띈다. 들어갈 때마다 바다가 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촬영된 독도 수중 생태계는 '차가운 동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심 12m 암반 지대 곳곳은 하얗게 백화돼 있었다. 과거 다시마와 미역이 빽빽하게 자리 잡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해조류 대신 따개비와 패각류, 부착생물들이 암반을 뒤덮고 있었다. 일부 지점에서는 해조류 군락이 듬성듬성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해조류 대신 따개비와 패각류, 부착생물들이 암반을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해조류 대신 따개비와 패각류, 부착생물들이 암반을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현장 다이버들은 이른바 '갯녹음' 현상이 독도 주변에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숫자는 더 분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기상청 해양관측 자료 등을 종합하면 독도 앞바다 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평균 24.3℃ 수준이던 해수온도는 지난해 25.8℃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불과 몇 년 사이 1℃ 이상 상승한 셈이다.


독도 앞바다 평균 해수온도 변화 추이 그래프. <국립수산과학원>

독도 앞바다 평균 해수온도 변화 추이 그래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 전문가들은 "바다에서 1℃ 상승은 육상 기온 변화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태계 충격이 크다"고 설명한다. 황의욱 경북대학교(생물교육과) 교수는 "독도 해역은 동해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현재 변화 속도라면 독도 바다는 이미 아열대화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난류 세력이 강해지면서 자리돔과 부시리 같은 난류성 어종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대로 냉수성 생물과 해조류 군락은 서식 환경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독도 바다 변화는 이미 울릉도 어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해수(70) 전국채낚기실무자 울릉군 총연합회장은 "예전에는 밤에 나가면 오징어가 바다에 깔렸다. 지금은 물이 달라졌다"며 "오징어 씨가 말랐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수년간 급격한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여름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던 채낚기 어선 불빛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대표 수산자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기홍 울릉군청 해양수산과장은 "현장 어민들 반응을 들어보면 예전과 어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오징어 조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신 부시리·방어류 어획 이야기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종 변화는 단순한 생태 문제가 아니라 울릉·독도 어업 기반과 직결된 문제"라며 "조업 거리 증가와 유류비 부담, 어획량 감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변화 속도다. 독도는 원래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특수 해역이다. 그만큼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동해 난류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바다 수온이 오르면 가장 먼저 어종이 이동한다. 이어 해조류 군락이 무너지고 먹이사슬 구조가 흔들린다. 결국 특정 어종 감소를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돌돔과 어종들이 해조류가 없어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돌돔과 어종들이 해조류가 없어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이날 조사에 참여한 다이버들은 여러 차례 입수를 반복하며 독도 해저 생태 변화를 기록했다. 햇빛이 수면 아래로 길게 내려앉은 오후. 수심 아래에서는 자리돔 떼가 암반 주변을 돌며 움직였고, 부시리 무리는 다시 깊은 바다 쪽으로 사라졌다. 수면 위 독도는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수온이 아니라, 독도 바다 안에 살던 생물들이었다.


독도 앞바다에서 떼지어 다니는 줄전갱이 무리. <홍준기 기자>

독도 앞바다에서 떼지어 다니는 줄전갱이 무리.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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