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르포-독도항로와 생태기록 ②] “바람 위를 나는 섬…독도 새들이 다시 쓴 생태 지도”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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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8 20:43  |  발행일 2026-04-28
강치 사라진 자리 메운 바닷새들…수온 상승에 번식·행동 변화 ‘뚜렷’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괭이갈메기들이 독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괭이갈메기들이 독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대한민국 최동단 영토인 독도는 동해 생태계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화산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해양쓰레기, 그리고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자연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동해 한가운데, 독도에 배가 닿는 순간 가장 먼저 귀를 채우는 것은 파도 소리가 아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바닷새들의 울음이다. 절벽과 바위틈, 그리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까지 섬 전체가 거대한 '새들의 영역'처럼 요동친다.


독도는 행정적으로는 대한민국 영토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분명 다르다. 이 작은 섬을 실제로 점유하고 있는 존재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바닷새들이다. 절벽은 둥지로 빼곡히 들어찼고, 해안선은 그들의 쉼터가 됐다. 그 중심에는 가장 흔하게 목격되는 괭이갈매기가 있다.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 갈매기가 사람이 가까이 가서 촬영하는데도 날아가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 갈매기가 사람이 가까이 가서 촬영하는데도 날아가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태도도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서면 몇 걸음 물러섰다가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관광객이 떨어뜨린 먹이를 쫓아 낮게 선회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야생과 인간 환경의 경계가 흐려진, 변화의 징후다.


섬에는 괭이갈매기뿐 아니라 슴새, 바다제비, 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바닷새가 공존한다. 각기 다른 종들이 이 좁은 공간을 나눠 쓰며 독특한 생태 균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독도 바다제비(좌), 독도 슴새(우)

독도 바다제비(좌), 독도 슴새(우)

경북대 추연식 교수(생물학과)는 "동해 표층 수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면서 오징어·정어리 등 주요 먹이 어종의 분포가 북상하거나 변동하고 있다"며 "먹이 기반이 흔들리면 최상위 소비자인 바닷새의 번식과 생존 전략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번식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지거나, 일부 개체가 번식을 포기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경로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해양생태학자들은 이를 '연쇄 반응'으로 본다.


추 교수는 "수온 상승은 단순히 물이 따뜻해지는 문제가 아니라, 플랑크톤부터 어류, 조류까지 이어지는 먹이망 전체를 바꾸는 요인"이라며 "독도처럼 면적이 좁고 대체 서식지가 없는 지역일수록 이런 변화에 훨씬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독도 경비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삽살개. 홍준기 기자

독도 경비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삽살개. 홍준기 기자

육상 생태계는 더 단순하다. 선착장 주변에서 확인되는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 두 마리가 사실상 유일한 포유류다. 경비 인력과 함께 생활하며 외부 침입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생태계와는 거리가 있다.


독도의 생태 축은 이미 오래전 한 차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과거 이 섬에는 바다사자과 포유류인 강치가 서식했다. 바위를 점령하던 대형 포유류는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으로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조형물로만 흔적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생태계 공백'의 출발점으로 본다.


임장원 독도관리사무소장은 "강치가 사라지면서 독도 생태계에서 포유류가 담당하던 역할이 완전히 비게 됐다"며 "이후 바닷새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며 현재와 같은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도에 세워진 강치 조형물. 홍준기 기자

독도에 세워진 강치 조형물. 홍준기 기자

문제는 지금의 변화가 단순한 자연 적응을 넘어설 가능성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바닷새들의 행동 변화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과거라면 접근과 동시에 날아올랐을 거리에서, 이제는 몇 걸음만 물러난 뒤 다시 자리를 지킨다.


이에 대해 김기홍 울릉군청 해양수산과장은 "인간 활동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위험이 아니다'라는 학습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이런 변화가 번식 성공률 저하나 먹이 의존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관광객이 제공하는 음식물에 일부 개체가 의존할 경우, 자연 먹이 사슬이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도는 여전히 거칠고 접근이 어려운 섬이다. 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공간은 아니다. 사람의 발걸음, 남겨진 음식물, 반복되는 방문. 그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며 생태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독도 해안가에 방치된 갈매기 사체. 홍준기 기자

독도 해안가에 방치된 갈매기 사체. 홍준기 기자

전문가들은 관리 방식의 전환 필요성도 강조한다. 국립해양환경 관련 기관 연구원들은 "독도는 단순한 영토 개념을 넘어 '취약한 해양 생태계'로 접근해야 한다"며 "관광객 행동 관리, 먹이 제공 금지, 번식기 출입 통제 등 보다 정교한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도를 지킨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무엇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영토로서의 상징성인지, 땅 자체인지, 아니면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바람이 거세지자 하늘을 돌던 새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그 장면은 말없이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 이 섬을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황의욱 교수 "번식·이동 시기 흔들려…먹이 환경 변화가 원인"

경북대학교 황의욱 교수(생물교육과)

경북대학교 황의욱 교수(생물교육과)

독도 주변 해역에서 조류의 번식과 이동 시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7일 경북대학교 황의욱 교수(생물교육과)는 지난 27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도는 늘 같아 보이지만, 기록을 쌓아보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독도 주변 해역과 조류를 연구해 왔으며,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일정한 시기와 패턴이 유지됐지만 최근 들어 번식 시기가 불안정해졌다. 일부 개체는 번식이 늦어지고, 일부는 아예 번식을 포기하는 사례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해수 온도 상승과 해류 변화로 어군 분포가 달라진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먹이 환경의 변화는 곧바로 조류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준다. 황 교수는 "먹이를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번식 성공률이 떨어진다"며 "결국 개체 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괭이갈매기뿐 아니라 슴새, 바다제비류 등 주요 해양조류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 시기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황 교수는 철새의 이동 시기가 예전보다 흐려졌고, 도착 시점이 늦어지거나 변동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도를 "환경 변화가 빠르게 드러나는 지점"으로 규정하며, 면적이 좁고 생태계가 단순해 외부 요인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인위적 영향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 교수는 작은 섬일수록 인간 활동의 영향이 누적되기 쉽고, 직접적인 교란이 아니더라도 환경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필요한 대응으로 장기 모니터링을 꼽았다.


황 교수는 단편적인 조사로는 흐름을 읽기 어렵다며 꾸준한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류가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하며, 독도에서 확인되는 변화가 지역 차원을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도는 여전히 다양한 조류가 찾는 공간이다. 다만 그 이용 방식과 패턴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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