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⑫] 낭만 뒤에 숨겨진 야영장 관리자의 구슬땀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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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5 09:11  |  발행일 2026-05-15

최근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며 야영객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맘 때쯤 캠핑장(야영장)은 낭만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편안함 속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도심과 다른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아늑한 텐트를 배경으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져나가면 캠핑장의 밤은 더욱 깊어간다. 이 같은 낭만을 좇아 캠핑장을 찾는 야영객들을 위해 묵묵히 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캠핑장 관리자들이다. 영남일보가 대구 도심 속 휴식처인 수성구 진밭골 야영장에서 관리 업무를 직접 체험하며 그 이면을 살펴봤다.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진밭골 야영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오토캠핑 사이트 자갈을 고르게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진밭골 야영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오토캠핑 사이트 자갈을 고르게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좁은 카라반 속 호텔급 위생 뒤엔 관리자 구슬땀


진밭골 야영장의 하루는 전날 투숙한 시민들이 퇴실하는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 10일 야영장을 찾은 기자도 오전 10시30분쯤부터 야영장 관리 업무에 뛰어들기 위해 복장을 갖추고 해야 할 일을 파악해야 했다.


이날 가장 먼저 맡은 업무는 카라반 5개 동의 침구류 교체와 내부 청소. 카라반 가장 안쪽을 가득 채운 무거운 매트리스를 들고, 커버를 갈아끼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서 있기조차 버거운 좁디 좁은 공간에서 낑낑대며 힘을 쓰다 보니 어느새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매트리스 커버를 갈고 난 뒤엔 이불과 베개 커버도 교체했다. 혹시 머리카락이라도 떨어졌을까, '돌돌이(테이프 클리너)'로 침대를 여러 차례 훑어냈다. 곁에서 기자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던 이순옥 여사가 "머리카락이 한 올이라도 나오면 돌돌이 한 장을 떼어내고 다시 한번 훔치세요"라고 당부했다.


침대 정리를 마친 뒤엔 알코올을 이용해 샤워실과 화장실을 소독했다. 물자국 하나 남지 않도록 거울부터 세면대, 변기, 바닥까지 하나하나 닦아냈다. 흡사 호텔 객실 관리와 다를 바 없는 작업량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다음 업무는 오토캠핑 사이트(텐트 설치가 가능한 자리) 자갈 정리였다. 기다란 쇠갈퀴로 자갈을 긁어내면서 땅을 골랐고, 자갈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쓰레기와 나뭇가지를 주어냈다. 함께 사이트 정리를 한 이곳 야영장 최고 경력자 김수자 여사는 "나뭇가지가 남아 있으면 자칫 텐트를 뚫고 나와 이용객들이 다칠 수 있다. 꼼꼼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일렀다.


마지막으로 분리수거장 정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오후 1시가 돼 있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기자는 당일 입실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을 응대하면서 관리 업무 체험을 마무리했다.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진밭골 야영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카라반 숙소에 있는 침대 커버를 교체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진밭골 야영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카라반 숙소에 있는 침대 커버를 교체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가장 무서운 건 밤 10시"...삿대질 견디는 감정노동


이날 기자는 '몸 쓰는 일'을 체험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야영장 관리자들은 육체적 노동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이 '감정노동'과 '야간계도'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밤 10시 이후 정숙시간 관리야말로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라고 했다. 텐트는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데, 술에 취한 이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 이용객 간 고성이 오가기 일쑤여서다.


진밭골 야영장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맹석(49·수성구청 임기제 공무원)씨는 "진밭골 야영장은 도심과 가까워 숙박하지 않고 지인들을 불러 고기만 구워 먹고 가는 방문객 비중이 매우 높다. 이들이 10시 전에 귀가하지 않고 술자리를 이어갈 때 제지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사불성이 된 이용객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삿대질을 당하거나 험한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술을 마신 이용객에게 운전을 해서 나가라고 할 수 없고, 그 많은 캠핑 짐을 밤중에 정리하게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대치 상황만 벌어진다. 경찰도 주의를 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여름철 우수기 야영장 관리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김씨는 "작년부터 지침이 강화돼 새벽에도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 100% 환불 및 강제 퇴실 조치가 이뤄진다"면서 "대구 반대편에서 비가 오는데도 주의보는 대구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하늘이 맑은데 퇴실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현장 상황에 맞춰 보다 촘촘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진밭골 야영장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연간 1억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지만, 김씨는 "공공 캠핑장은 수익보다 시민의 복지를 위한 서비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비록 몸과 마음이 고된 날이 많지만, '깨끗하게 잘 쉬고 간다'는 시민 한마디에 다시 현장으로 나선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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