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조문국박물관에 전시된 '의성 금성면 고분군 금동관모' 모조품. 실제 유물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정운홍 기자>
경북 의성 조문국박물관에서 확인한 금동관모는 실물이 아닌 모조품이었다. 실제 유물은 보존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는 것은 복제품이지만, 그 형태만으로도 유물이 품은 시간의 무게는 충분히 전해진다. 얇은 금동판 위로 남은 장식과 정수리 부분에 솟은 녹각형 입식은 1천500여 년 전 의성 땅에 자리했던 고대 세력의 위상과 문화적 감각을 조용히 보여준다.
이 유물의 공식 명칭은 '의성 금성면 고분군 출토 금동관모'다. 의성군 금성면 일대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제 관모로, 현재 경북도 지정 유형문화유산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의성군은 지난해 경북도에 지정 신청을 마쳤으며, 향후 현지 조사와 심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7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지정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고대 의성의 역사적 위상을 보여주는 유물로 학술적 가치가 주목된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내부 금동관 전시관에는 고분군 출토 금동관모를 비롯해 천마총 관모(오른쪽)와 고흥군 길두리 안동고분 금동관모 모조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정운홍 기자>
금동관모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진행된 의성 신라본역사지움 사업부지 시·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됐다. 제작 시기는 5세기 중엽으로 추정된다. 금관총과 천마총 등 경주지역 출토 유물과 제작기법 및 기본 형태가 유사해 신라계 관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반면 정두부에 세운 녹각형 입식은 경주지역 신라 관모에서는 흔히 확인되지 않는 요소로, 백제계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 금동관모는 단순한 장신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라의 제작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백제계 형식의 요소를 함께 지닌 유물로, 당시 의성지역이 삼국의 경계와 교류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중앙에서 내려온 사여품이라기보다, 신라의 발달된 제작기법을 수용해 지역에서 자체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관모는 직물제 모자 위에 금동판을 덧대 장식한 형태로 추정된다. 좌우측판과 대륜, 복륜, 전후 입식, 녹각형 입식 등으로 구성됐으며, 좌우 측판과 전후 입식에는 삼각형문과 상서로운 새 문양으로 해석되는 서조문이 투각돼 있다. 측판 내부에서는 직물 흔적도 확인돼, 처음에는 금속 장식만이 아니라 천으로 된 모자와 결합된 형태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내부 금동관모와 각종 유물들이 전시된 전시관 내부 모습. <정운홍 기자>
다만 유물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는 않다. 일부 문양부가 없어 원형을 추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보존 상태도 불안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물관이 실물 대신 모조품을 전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보존과 관련한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문화유산 지정 심의 과정에서도 유물의 보존 상태와 학술적 가치가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금동관모가 출토된 의성 금성면 일대는 삼국시대 신라의 북방 진출과 방어에서 중요한 거점이었다. 이 지역에는 신라의 영향을 받은 대형 고분군이 형성됐고, 고구려와 백제계 문화 요소가 반영된 유물도 확인돼 왔다. 의성 금성면 고분군은 1998년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뒤, 2020년 사적 제555호로 승격됐다. 금동관모는 이 고분군이 단순한 무덤군이 아니라 고대 경북 북부의 정치·군사·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공간임을 말해주는 유물이다.
아직 이 금동관모는 지역 주민과 일반 관람객에게 널리 알려진 유물은 아니다. 출토 이후 학술대회와 특별기획전 등을 통해 소개됐지만, 실물이 상시 공개되지 않는 데다 도지정 유형문화유산 지정 절차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문국박물관에서 마주한 금동관모의 형상은 의성의 고대사가 결코 변방의 역사에 머물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문화유산은 오래된 물건을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지역의 기억과 역사적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다. 의성 금성면 고분군 출토 금동관모가 도지정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면, 이는 한 점의 유물이 새 이름표를 다는 것을 넘어 고대 의성의 역사적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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