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뉴노멀 시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GVC)의 분절화 현상은 이제 일시적인 경제 불안 요인을 넘어, 전 세계가 적응하고 돌파해야만 하는 상시적인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투자유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새로운 공장과 사업장을 짓는 그린필드(Greenfield) 투자와, 이미 설립되어 가동 중인 기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브라운필드(Brownfield) 투자가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투자유치는 그린필드(Greenfield)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제조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은 압축 성장기에는 효과적이었다.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오늘날, 이 단일한 전략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에서 '안정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업의 투자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인건비와 부지 가격이 핵심 요소였다면, 이제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다변화, 기술 보호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둘째, 고금리와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글로벌 자본은 투자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한다.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그린필드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셋째, 기업의 경쟁력이 '생산'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단순한 공장 입지는 더 이상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유치 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투자유치는 이제 '얼마나 정교한 투자 구조를 설계했는가'의 문제다. 철저한 데이터와 시장 분석에 기반한 '정밀 타격형(Targeted)' 유치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고, '입체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린필드는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에너지와 같은 미래 산업은 대규모 부지와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브라운필드(Brownfield)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존 산업단지, 유휴 부지, 구조조정 기업을 활용하면 투자 기간을 단축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본의 요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지분투자와 M&A를 결합한 금융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단순한 생산 거점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수익 구조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결국 지방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부지를 제공하는 행정 주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투자 구조를 설계하고, 기업과 자본을 연결하며, 리스크를 조정하는 '플랫폼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끊어진 고리나 비어있는 틈새와 정확히 매칭하면서, 산업, 금융, 규제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행정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제도화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탄소 국경세와 같이 날로 엄격해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 두어야 한다.
뉴노멀 시대의 투자유치는 '공장 하나'를 유치하는 경쟁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은 이미 움직이고 있으며, 경쟁 지역들은 새로운 투자유치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머무르는 순간, 기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유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 그 답이 향후 지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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