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구장이지만 1년 내내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이 열리는 꿈의 구장이다. <임 원장 제공>
지난 5월 황금연휴 동안 일본 도쿄는 K-팝의 바다였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나도 모르는 한국 가수이름과 노래 제목을 줄줄 외우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이들을 쉽게 만난다. 국내 언론들도 연일 K-팝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보도한다. 한국인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지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만큼, 실질적인 경제적 실속도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문화적 자부심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속에는 거대한 플랫폼과 오프라인 인프라를 장악한 도시들이 이익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비유는 프로 스포츠이다. 메시나 오타니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팬들을 모으고 열광시키지만, 진짜 이익을 얻는 주체는 선수가 속한 구단이나 중계권을 쥔 방송사들이다.
공연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대형 콘서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아티스트의 국적이 아니라 '공연장이 위치한 도시'가 가져간다. 기획사가 가져가는 티켓 매출과 굿즈 수입은 일부에 불과하다. 수만 명 관객의 숙박비, 식비, 교통비, 쇼핑비와 소비세는 모두 현지 소상공인의 주머니와 국가 세수로 남는다
최근 글로벌 도시들은 대형 공연장을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도시 경제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2024년 싱가포르는 테일러 스위프트 측에 많은 공연비를 주는 대신 '동남아 독점 공연'이라는 조건을 걸어 인근 국가의 관광 수요를 통째로 얻었다. 단 6회 공연으로 올린 관광 수입만 5천억원에 달했다. 뮌헨은 가수 아델의 한 달간 레지던시 공연을 위해 전용 팝업 경기장과 테마파크를 지어 8천억원의 경제 효과를 누렸다.
요코하마의 세계최대 음악 전용 K-아레나. 2만석 규모로 2023년 개관했으며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추었고, 개관 후 1년 동안 15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임 원장 제공>
이 거대한 플랫폼 경쟁에서 도쿄는 이미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구축해 놓았다. 도쿄 근교에는 도쿄돔을 비롯해 글로벌 팝스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 11개 이상 포진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전용 K-아레나 요코하마까지 가세했다. 반면 K-팝의 본고장이라는 서울의 현실은 초라하다. 대형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은 6개 안팎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체육 시설인 월드컵경기장이나 올림픽주경기장을 대관해야 하는 처지다. 잔디 훼손 논란으로 대관이 거부되거나 대형 해외 가수가 오고 싶어도 무대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많다. 우리 관계자들도 이런 사정을 알지만 공연장만 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연의 소비자 층이 넓고 두터워야 가능한 일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번 도쿄 5개 공연장을 한국 가수들이 채웠지만 나이, 장르에서 다양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데뷔 20년된 동방신기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사라지고 현재 한국공연이 거의 없어졌지만 이번 도쿄 무대에서는 7만석 경기장을 이틀 연속 꽉 채웠다. 현장을 찾은 관중들 중에는 부모, 아이들이 같이 손을 잡고 참석할 정도로 나이도 다양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명한 가수들을 불러들이고 즐기면서 경제적 이득까지 챙길 정도로 관람객층도 두텁고 시설 또한 수준급이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오프라인 음악 시장이 세계 2위이다.
이번 BTS 부산 공연에서 바가지 숙박비를 비난하지만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인프라가 갖추어진 도쿄는 티켓 값도 더 싸고 숙박비도 합리적이다. 도쿄의 황금연휴를 뒤덮은 K-팝의 열기는 우리들에게 자부심을 주었지만, 동시에 문화적 소프트웨어와 경제적 하드웨어의 비대칭이라는 냉정한 과제를 던졌고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문화 강국'이라는 박수에 도취해 있는 동안, 인프라를 가진 도시는 조용히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이제 아티스트나 관중은 국적을 뛰어 넘는다.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실력있는 가수들을 불러들여 훈련시키고 공연을 하면, 우리가 즐기고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면 된다. BTS가 대단하지만 BTS나 동방신기를 품고 실리를 챙기는 도쿄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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