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으로 전장에 투입된 5명의 학도병들이 철모를 착용한 채 전투 진지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교육청의 학도병 기록물 수집·정리 사업은 얼핏 보면 국가보훈부가 맡아야 할 일처럼 보인다. 6·25전쟁 참전자를 찾고, 기록하고, 예우하는 일은 보훈 행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이번 사업의 출발점을 '전쟁사'가 아니라 '교육사'에 두고 있다. 학도병은 군인이기 전에 학생이었고, 이들의 참전은 한 세대의 학습권과 학교생활이 전쟁으로 중단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록의 출처에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핵심 자료가 된 것은 군 기록이 아니라 학교 학적부다. 경북교육청은 1951년 이전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적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북 지역 32개 고등학교 학적부 1만5천132건을 확인한 결과, '징집으로 입대', '응소', '학병' 등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을 발굴했다. 이 기록들은 학교가 보관해 온 학생 신분의 공식 문서다.
교육청이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이 기록이 학생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교육사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학도병들은 전쟁으로 학교를 떠났고,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온 학생들도 '종군 중 복교 졸업', '상이제대' 같은 기록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학적부는 한 학생이 왜 학업을 멈췄는지, 전쟁이 학교와 교실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보훈 행정이 포착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교육기관의 책임 문제도 있다. 학도병들은 당시 학생 신분이었다. 전쟁이란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학습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 학교와 교육기관은 그들의 중단된 배움과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할 책임을 갖는다. 경북교육청이 이번 사업을 통해 생존 학도병과 유족 정보를 파악하고, 구술 채록과 기록물 수집에 나서는 것은 뒤늦게나마 교육기관이 학생들의 삶을 확인하고 복원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제도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경북교육청의 사업 계획에는 '경상북도교육청 학도병 선양 및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가 근거로 제시돼 있다. 이 조례는 학도병 관련 선양과 교육지원 사업의 기반이다. 교육청은 이를 바탕으로 학도병 기록물을 수집·정리하고, 구술 자료와 사진, 생활 기록 등을 모아 교육 자료와 전시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록을 찾아 역사교육 자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은 전쟁사 중심의 참전 기록 정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쟁의 승패나 전투 과정보다 전쟁 때문에 달라진 학생의 삶에 초점이 있다.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이 어떻게 전장으로 갔는지, 어떤 이유로 학교를 떠났는지, 살아 돌아온 뒤 어떻게 복교했는지, 돌아오지 못한 이름은 어디에 남았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학도병은 국가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이면서 동시에 전쟁으로 교육 받을 기회를 잃었다. 75년 전 멈춰 선 학생들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 교육청이 이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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