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선의 심심한 이야기] 온고지신

  •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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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6 13:38  |  발행일 2026-06-17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예의범절의 사전적 의미는 '일상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와 절차'이다. 그러나 이제 일상에서 예의범절을 따지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면 고루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누구나 미래를 이야기하고 AI 시대가 도래했다니 옛날식 예의와 절차는 소홀하게 생각해도 크게 흉이 되지 않는다. 시절이 이런데도 예의범절이 태도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두 가지 장면은 혼례와 장례가 아닐까! 특히 장례는 여전히 전통적 규범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분야다. 현대인의 삶을 살다가 장례를 치르거나 문상을 해야 되는 경우에 급하게 전통적인 절차나 방식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많았다.


"아내가 임신 중인데 문상을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도 그 중 하나인데 내 대답은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문상을 가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인이나 가족들이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경우다. 단순하게 미신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무리해서 가지 않아도 괜찮다.


둘째, 건강이 좋지 않을 때도 안 가는 것이 좋다. 장례식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보건위생상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게 경험해야 하는 장소다. 참석 여부를 정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면 되겠다. 임신한 가족이 있을 때는 장례식장까지 직접 가지 않더라도 흉허물로 여기지 않으니 전화나 인편으로 예를 갖추어도 괜찮다.


문상을 비롯한 모든 인사치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예의범절의 가장 근본이 되는 마음가짐은 경사를 축하하고 슬픔은 위로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르침을 참고하되 현대인의 삶에 맞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내가 임신 중인데 문상을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대부분 괜찮다고 대답하는 편이다. 장례가 예전처럼 가문이나 마을 단위의 의례가 아니라 가족 단위 의례로 변하고 있다. 핵가족은 물론이고 1인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실을 감안하면 친구나 친척들의 역할(도움)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상을 다녀온 후에는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을 입는 것이 좋겠다. 몇 차례 감염병 사태를 경험하면서 위생 문제에 관해서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실천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기분이 개운하지 않으면 종교시설에 잠시 들렀다가 귀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옛사람들이 남긴 삶의 지혜이고 어려운 일도 아니니 신앙인이 아니라도 실천해볼만하다.


장례는 옛사람들의 지혜를 무시하지 말고, 현대인의 삶도 존중하는 균형감이 필요한 의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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