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논어' 위정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위정이덕(爲政以德), 비여북신(譬如北辰), 거기소이중성공지(居其所而衆星共之). 덕으로 다스리는 것은 북극성과 같아서,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뭇별이 그를 향해 돈다는 뜻이다. 정치의 요체를 단 한 줄로 압축한 이 구절을, 필자는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먹은 어느 밤에 다시 펼쳐 읽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네 명이었고, 좁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책상 네 개를 욱여넣으면 통로가 사라지던 그곳을 필자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랬던 회사가 매출이 불었고,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이제는 도시 한복판에 룸 네 개를 갖춘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셀 수 없이 망설였다. 더 넓은 공간은 더 큰 비용을 뜻했고, 비용은 곧 책임의 무게였다. 매달 돌아오는 숫자들 앞에서 몇 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럼에도 더 큰 꿈을 꾸려면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 있었다.
공자의 그 문장에서 정작 필자의 마음을 오래 붙든 것은 '덕(德)'이라는 글자가 아니라 '거기소(居其所)', 즉 제자리에 머문다는 대목이었다. 북극성의 힘은 움직임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한자리를 지키는 데서 나온다. 별이 자꾸 자리를 옮기면 뱃사람은 길을 잃는다. 대표의 자리도 그러하다고 필자는 믿는다.
무엇보다 필자를 움직인 것은 사람이었다. 묵묵히 일해주는 이들에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좋은 자리란 넓은 책상이나 쾌적한 공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제대로 대우받고 있다는 감각, 회사가 나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실감. 그런 것들이 모여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또 자라게 한다.
돌이켜보면, 숫자 앞에서의 두려움과 사람을 향한 믿음은 끝내 같은 곳에서 만났다. 더 큰 비용을 감당하기로 한 것은 무모함이 아니라, 그 비용 너머에 있을 사람들의 얼굴을 믿었기 때문이다. 계산기가 답해주지 못하는 자리를, 결국 사람이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 필자가 건넌 강은 그 믿음 위에 놓인 다리였다.
필자는 사람의 힘을 믿는다. 좋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일으키고, 그렇게 일어선 사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꾼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다. 누군가는 순진하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 그 순진한 믿음이 실제로 작동하는 장면을 필자는 여러 번 목도했다.
회사가 커갈수록 필자의 역할도, 자리도, 일의 모양도 달라질 것이다. 더 많은 회의에 들어가고, 더 많은 숫자를 들여다보고, 직접 손으로 만들던 일에서 점점 멀어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성장의 자연스러운 대가임을 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을 것이 하나 있다. 위정이덕(爲政以德). 평수가 늘고 룸이 생기고 간판이 번듯해져도, 그 안을 채우는 것이 사람을 향한 마음이 아니라면 그 공간은 그저 더 비싼 빈방일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여러분이 지키고 있는 자리는 무엇인가. 더 넓은 곳으로 옮겨가는 길 위에서, 끝내 흔들리지 않아야 할 당신만의 북극성은 어디쯤 떠 있는가. 부디 그 별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그 빛이 당신 곁의 사람들에게도 닿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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