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변호사
나는 국선전담변호사이다. 매월 일정한 수의 사건을 배당받는데, 늘 고정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건은 '사기'이다. 그 외에는 주로 술을 마시고 벌이는 폭행, 공무집행방해, 음주운전이 뒤를 잇고 의외로 '절도' 사건이 적다.
절도 사건의 경우 소심하게 마트에서 절도하거나 남의 가게 앞 공병을 가져가거나, 폐지를 수집하면서 누가 집 앞에 내놓은 사용가능한 물건이나 책, 종이상자 등을 가져가는 사건이 많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놀라는 것이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올려두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음료를 주문하러 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차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좌석에 두지 않고 기차 복도에 있는 보관함에 두고도 편안히 갈 수 있다. 길거리에 가방을 두어도 다음날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크고, 어떤 외국인 교수는 한국에서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느라 시계를 풀어놓고 가도 다음날 그대로 있어서 놀랐다는 말도 했다.
사기 사건은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빌려서 갚지 않거나 투자사기,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 사기, 기획부동산 사기, 중고 물품거래 사기, 전세 사기, 구권 화폐사기 등 다양하고 점점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수법도 지능적이고 첨단화, 고도화되어서 나는 새로운 수법의 사기죄 사건을 만날 때마다 '와...이런 방법도 있구나!' 감탄하고, 이런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절도가 적고, 사기가 많은지 궁금해서 생각해보았다. 우선 절도가 적은 것은 촘촘한 CCTV 밀도 때문인 것도 같다. 우리나라는 길거리, 엘리베이터, 상점 내부, 대중교통 내부, 골목길 구석구석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대부분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있어서 주차된 자동차도 CCTV 역할을 한다. 또한 현금 사용이 적고 신용카드나 디지털 결제수단이 발달해서 타인의 카드를 사용하면 검거되기 쉽다. "남의 것에 손대면 안 된다"는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 도둑질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화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한편 사기죄의 경우 대포폰과 대포통장, 대포차, 가상화폐 등을 이용하면 추적 회피가 용이하고, 기술의 발달과 비대면 사회의 가속화로 범죄 효율성이 증가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모바일 금융 인프라가 발달한 국가이다. 사기꾼들이 움직이지 않고도 방에서 수천 명에게 동시에 피싱 문자나 스팸 메일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즉, 방구석 범죄가 가능하다. 비대면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비대면의 취약층을 노린 범죄도 늘어나는 것 같다. 전통적인 사기의 경우, 인정에 약한 우리나라 정서 때문에 속이기도 쉽고 속기도 쉬운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는 돈을 빌려주면서도 빌려주는 사람이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는 것이 야박하다고 느끼며 주저하기도 하고, 사람을 쉽게 믿고 온정주의 성향이 많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사기 피고인과 절도 피고인을 만나보면 두 범죄 부류의 성향이 갈린다고 느꼈는데, 주로 사기 피고인들은 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이 많은 반면 절도 피고인들은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향의 사람이 많았다. 또한 절도의 경우 생계형이 많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통해서 신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범행에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 사무실 변호사님들과 앉아서 "만약 우리가 범죄자가 된다면, 우린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까요"라는 질문에 다들 소심하게 말했다. "난. 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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