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일어난 일이다. 15세 소녀 마샤 폴스카는 졸업 기념 무도회에서 스타가 되고 싶었다. 졸업식에는 꼭 무도회를 열어서 학생들이 석별의 정을 나누게 했다. 마샤와 9학년 동급생들은 인딜라의 '러브 스토리'에 맞춰 수백 번 스텝을 연습했다. 특히 그녀는 작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였고 공연일이 다가오자 연습의 강도를 높였다. 공연일이 되자 남학생들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 여학생들은 품위 있는 드레스를 입었다. 학부모와 교사와 친구들로 꽉 찬 체육관. 학생들은 쌍쌍이 왈츠를 추었다. 주목을 끈 학생은 예호어라는 남학생. 그는 혼자 나와 모든 춤을 꼭 파트너가 있는 것처럼 췄다.
마샤는 그 공연을 위해 의상, 화장, 헤어스타일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예호어는 마샤를 어깨높이로 들어 올려 회전시키는, 그래서 그녀를 스타로 만드는 동작을 거듭 연습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날 전 급우들이 뒤풀이할 레스토랑과 메뉴까지 예약해 두었다.
공연 며칠 전에 키이우에 종일 공습사이렌이 울리고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이 캄캄한 하늘을 갈라놓았다. 방공망이 놓친 한 미사일이 마샤의 7층 아파트를 폭격했다. 마샤가 오후 8시 반에 친구와 문자를 나눈 것이 마지막이었다. 예호어가 달려가 건물 더미에서 그녀의 가족 구출을 도왔지만 생존자는 그녀의 어머니뿐, 마샤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나왔다. 학급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급우들은 마샤의 관을 어루만지며 눈물의 장미를 놓았다. 그러나 무도회는 예정대로 열렸고 모두가 묵념으로 애도했다. 예호어는 다른 파트너는 '배신'과 같다고 하면서 마샤의 영혼과 화려한 석별의 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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