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목계솔밭 옆에 위치한 목계성황당. 돌과 흙을 섞어 쌓은 담장 안에 맞배지붕의 단칸 당집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산불이 인근 솔숲을 덮쳤지만 성황당은 피해를 면했다. <정운홍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마지막 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목계마을을 찾았다. 목계솔밭 옆으로 들어서자 나무 그늘 아래 돌과 흙으로 담을 두른 작은 기와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24호 목계성황당이다.
지난해 3월 경북 북부를 휩쓴 대형 산불은 목계마을도 관통했다. 주민 절반가량이 거처를 잃었고, 대피하지 못한 8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마을 경로당과 목계솔밭에 있던 가건물이 불에 탔다. 오랜 세월 솔숲을 지킨 소나무 일부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솔밭 한쪽에 자리한 성황당은 살아남았다. 불길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지만 당집과 돌담, 누석단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성황당 뒤편 산자락과 솔숲에는 여전히 산불 흔적이 남았지만, 작은 당집은 예전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목계성황당. 성황당 주변의 풀은 가지런히 베어져 있었고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정운홍 기자>
성황당 주변의 풀은 가지런히 베어져 있었고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담 안에는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 나무문에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었지만 당집과 담장, 주변 누석단까지 비교적 관리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목계성황당은 1940년 안동권씨의 현몽을 계기로 세워졌다. 당시 마을 농경지에 멧돼지가 자주 내려와 피해가 이어지던 중 안동권씨의 꿈에 성황신이 나타나 머물 곳이 없다며 꾸짖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당집을 지었고, 이후 멧돼지 피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집 안에는 현몽과 건립 내력을 적은 기문도 걸려 있다.
목계성황당은 마을의 세 곳에 흩어져 있던 제당을 하나로 합쳐 지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내부에는 세 성황신의 신위를 모셨다. 서로 다른 골짜기에서 이어오던 신앙을 한곳에 모은 것으로, 당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보여준다.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목계성황당. 1940년 세워진 당집 앞에 돌을 쌓아 만든 누석단이 함께 남아 있다. 지난해 대형 산불이 마을과 인근 솔숲을 덮쳤지만 성황당은 피해를 면했다. <정운홍 기자>
당집은 정면과 측면이 각각 한 칸인 단출한 규모다. 정면을 제외한 세 면에는 돌과 흙을 섞어 벽을 쌓았고, 앞에는 널판으로 만든 문을 달았다. 당집 옆에는 주민들이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 누석단이 자리한다. 동제당과 누석단이 함께 남은 형태는 경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된다.
산불도 견딘 성황당이지만 이를 지켜온 공동체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정월 대보름 성황당에서 동제를 지낸다. 하지만 제를 올리는 사람은 신도환 송강2리 이장과 영농회장 두 명뿐이다.
신 이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어르신 10명 정도가 함께 제를 지내고 마을회관에 가서 음식을 나눠 먹었다"며 "이제는 어르신들도 나오지 않아 영농회장과 둘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없앴다가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그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성황당에 대한 믿음은 남았지만 이를 함께 이어갈 주민이 사라져가는 농촌마을의 현실이 묻어났다.
산불 피해를 본 목계마을에는 마을회관 정비와 치유 쉼터·다목적 광장 조성 등을 위한 8억8000만원 규모의 회복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되살리는 일과 함께 마을의 기억을 어떻게 이어갈지도 남은 과제다.
목계성황당은 지난해 거센 불길을 견디고 옛 모습을 지켜냈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건물만 남는다고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제를 올리고 이야기를 전할 사람이 사라진다면 86년간 이어진 마을의 기억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성황당이 마을을 지켜왔다면, 이제는 마을과 지역사회가 성황당을 지켜야 할 때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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