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현장이 만든 리더…‘난다르크’ 김난희 경산소방서장 “경산 안전 책임지겠습니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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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8 11:41  |  발행일 2026-08-08
경북 최초 여성 소방서장·전국 최초 간호사 출신 119구급대원 1기
예천 집중호우 68일 현장 지휘…대원들이 붙여준 별명 ‘난다르크’
“대형 산업재난 대비와 예방 중심 안전체계 구축이 목표”
119 구조대 앞에선 김난희 경산소방서장은 우리나라 119구급 서비스는 세계최고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119 구조대 앞에선 김난희 경산소방서장은 우리나라 119구급 서비스는 세계최고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난다르크.'


경북 소방 조직에서 김난희 경북 경산소방서장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2023년 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전국 최장기인 68일 동안 소방서장으로 재난 대응을 지휘하며 대원들과 생사를 함께한 리더십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후 경북 의성·안동 산불 현장에서도 가장 앞에서 대원들과 화염을 헤쳤다. 후배들은 "잔다르크처럼 늘 현장의 맨 앞에 선다"며 그에게 '난다르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북 최초의 여성 소방서장 출신인 김 서장은 지난달 2일 제25대 경산소방서장으로 취임했다. 경산 하양 청천이 고향인 그는 "최초라는 기록보다 고향 경산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의 소방 인생은 '최초'의 역사와 함께했다. 1994년 경북소방본부가 전국 최초로 간호사를 119구급대원으로 특별채용했을 때 그는 1기 대원으로 소방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만 해도 119는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고, 병원 전 응급처치라는 개념도 낯설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아무것도 없던 현장에서 하나씩 길을 만들었다. 응급처치 매뉴얼을 만들고, 구급장비를 개선하며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도, 장비도 부족했습니다. 현장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며 체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119구급서비스는 지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체계적인 현장 응급처치 시스템과 첨단 구급장비, 축적된 노하우는 해외 소방기관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넘어야 할 벽도 적지 않았다.


"소방은 계급 조직이자 현장 조직입니다. 결국 지휘관은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남성 직원들을 지휘하기 위해 더 많이 준비했고, 체력과 전문성도 끊임없이 키워야 했습니다."


정작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자리는 소방서장이 아니었다. 전국 최초 여성 119구조대장이 되는 과정이었다.


2000년 경산119구조대 부대장으로 근무하며 진량공단 질식사고와 구조대원 안전사고 등 크고 작은 재난을 대원들과 함께 겪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계급이 아닌 신뢰였다.


"대원들이 '부대장으로 충분하다'고 인정해준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30여 년의 소방 인생에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도 많다. 안동 병산서원 인근에서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끝내 살리지 못했던 기억은 지금도 가슴 한편에 남아 있다. 반대로 휴일 가족과 청도로 나들이를 갔다가 우연히 물에 빠진 여섯 살 아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일은 평생의 보람으로 남았다.


현장형 지휘관인 김 서장이 바라보는 경산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대형 산업재난이다.


"경산은 지식산업단지와 물류시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리튬배터리 등 신산업이 확대되면서 대형 화재 위험도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는 노후 공동주택 소방시설 개선과 산업단지 예방훈련 강화, 외국인 주민과 유학생 대상 안전교육 확대를 취임 후 중점 과제로 꼽았다.


여성 소방관들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예전에는 여성 소방관 대부분이 구급대원이었지만 지금은 대형 물탱크차와 고가사다리차를 운전하고 드론도 운용합니다. 앞으로도 능력으로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더욱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서장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믿음'을 약속했다.


"소방관의 명예는 국민이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경산소방서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고향을 지키는 소방서장으로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의 기억이다.


당시 구조대 반장이었던 그는 구조대원들을 지하 역사 안으로 들여보낸 뒤 출구에서 이어진 로프를 붙잡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두 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 죽은 줄 알았습니다."


한 시간이 넘어서야 무전이 울렸다. 연기 속에서 마지막 생존자 한 명을 업은 채 선로를 따라 반대쪽인 대구역 방향으로 기어 나오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그 순간 얼마나 눈물이 쏟아졌는지 모릅니다. 밖으로 나온 동료 어깨를 한 번 툭 쳐줬습니다. 말은 못 했지만 '고생했다'는 그 한 번의 손길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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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경산•청도 담당 기자입니다.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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