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易地思之] ‘검찰죽이기’라는 사이비 종교

  •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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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0 09:10  |  발행일 2026-08-11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이 나라엔 '검찰죽이기'라는 종교를 믿는 신도들이 많다. '검찰죽이기'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이 많아 그들은 '검찰개혁'이라는 완곡어법을 쓰지만 아예 씨를 말려버리는 멸종을 목표로 하는 일을 가리켜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이라는 기만적인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의 언어조작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검찰이 악마와 같은 사악한 집단이라면 아예 없애는 것도 개혁일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할 게다. 그렇다면, 일단 검찰을 악마로 간주하기로 하자. 그런데 이 악마는 단독으로 기능할 수 없다. 정권이라는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는 악마다. 정권을 만들어내는 건 정당이다. '검찰=악마'라는 비난을 초래한 모든 나쁜 짓은 단독으로 저지른 게 아니다. 검찰 인사권이라는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정권과 정당의 뜻에 따른 것이다. 즉, 검찰은 정권과 정당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검찰을 악마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검찰의 상전이자 더 큰 악마인 정권과 정당에 대해선 침묵한다. 같은 편이 아니면 독한 비난을 퍼붓지만, 정권과 정당을 아예 없앨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 역시 정권을 잡았을 땐 검찰을 악마로 이용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내로남불은 그들의 유전자라곤 하지만, 그들의 후안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간 나쁜 짓은 검사보다 국회의원이 더 많이 했음에도 정당의 악마 행위는 꽁꽁 숨긴 채 오직 검찰만 악마로 몰아 죽여버린다. 그것도 정의의 수호자 코스프레를 해가면서 말이다.


현 정권과 여당이 그렇게 무모하게 굴 수 있는 건 제1야당 덕분이다. 야당 지도부는 '윤 어게인'을 외쳐대면서 "밖의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이론에 따라 탄핵 찬성파를 제거하는 내부 숙청에 당력을 집중한다. '윤석열을 위한 복수'에 전념하는 게 그들의 후원자인 아스팔트 투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지만, 그럴수록 이 정당의 지도부는 여당이 무슨 짓을 해도 괜찮게 만들어주는 '여당의 전략자산'이 되고 만다. 이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유입되면 자신들이 도태될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도 아니고 집권도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지위와 안전일 뿐이다.


현 정권과 여당은 '검찰죽이기'라는 종교를 위해 자신들의 오랜 정체성마저 포기했다. 어설프긴 했을망정 그래도 나름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위해 노력하는 시늉은 냈던 그들은 '검찰죽이기'의 마지막 단계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완성함으로써 약자의 법률적 보호마저 돈으로 거래하는 상업적 시장에 내던지고 말았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나가 죽으라고 외치진 않지만,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의 가능성을 높여준 건 분명하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역시 '복수욕' 때문이다. '노무현을 위해서'란다. '검찰죽이기' 선동의 선봉에 선 김어준은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위인 이유에 대해 "우리는 노무현의 유족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한병도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던 비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강성 의원 김용민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개정안을 노무현 묘역에 바치면서 "내주신 숙제 다 끝냈다"고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당 의원이자 노무현 사위인 곽상언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간 여러 차례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듣는 시늉조차 하질 않으니 이 노릇을 어이할꼬.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그는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건 자유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아닌 것을 마치 노무현의 말인 것처럼 왜곡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속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곽상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상징적 수단으로 소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촉구하면서 그건 "정치인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는 것이고 그의 이름을 한낱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검찰죽이기'를 예찬하는 건 말리지 않을 테니, 제발 노무현을 위해서 그런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자. 정녕 노무현을 위해서 그런다면 노무현의 명예에 큰 누가 될 수도 있는 일에 노무현의 이름을 함부로 팔아선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논란의 소지가 큰 정치적 행위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끌어들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긴 이들이 많다. 아니면 그 어떤 아집이나 근본주의 때문에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노무현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강성 당원들이나 팬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는 건 해선 안 될 일이다.


지난 7월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여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은 "우리가 문제 삼는 검찰권 남용은 전체 사건의 1%에도 못 미치는 직접 수사에서 나왔고, 나머지 99%, 경찰이 송치한 일반 형사 사건의 보완 수사는 그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보완 수사를 폐지하는 것은 이 99% 일반 형사 사건의 처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죽이기' 전사들이 열거하는 검찰 악마의 죄악을 보라. 거의 예외 없이 그 1% 미만의 사건들이다. 99%의 삶을 외면하면서 1%의 세상이 모든 것이라고 속이는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런 사람일수록 더 성공하고 잘 나가니 아무래도 정치 자체가 망조 들었나 보다.


한국갤럽 7월 여론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유지는 61%, 폐지는 23%였다. 검찰의 무덤 위에서 다시 태어난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나가면 된다"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대책도 없고, 국민을 실험동물로 여기는 '검찰죽이기'는 집단적 주술이 이성과 책임을 압도한 사이비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역사에 남을 큰 업적'이라는 주장도 있으니, 그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개정안을 통과시킨 175명의 의원 이름은 돌에 새겨 영원히 기억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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