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1팀 조윤화기자
복지 담당 기자로 일하며 새삼 느낀 건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꽤나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쌀이 없어 굶거나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가 없어 출근을 못하는 상황은 그다지 없다. 사회복지사·복지담당 공무원·관련 전공 교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다만 제도는 잘 구비돼 있지만 그것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느냐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제도 자체는 나름 촘촘해졌지만, 이를 떠받치는 현장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인다는 얘기다.
최근 영남일보가 공공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연재 중인 '너흰 병원 가니? 난 보건소 간다' 시리즈를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는 예방접종이나 간단한 검진을 받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보건소의 달라진 역할과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획물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보건소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아침, 한 보건소장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건소 역할을 잘 알려줘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는 얘기였다. 진료실 의사가 당초 오는 10월까지만 근무하기로 한 것을 간신히 12월까지 연장해둔 상태인데, 기사를 보고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왔다가 자칫 진료가 중단되는 일이 생길까 우려된다는 것. 이 보건소장은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의사를 구해보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찾은 다른 지자체 보건소 사정도 엇비슷했다. 그곳은 의사 구인난 탓에 만 55~60세 이상 은퇴·경력 의사를 활용하는 '시니어 의사'를 배치해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일선 보건소장들은 구인난의 원인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결국 급여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타 지자체 경우 일급을 50만~6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니 의사들이 지원했다고 들었다"며 "공무원 5급에 준하는 급여로는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보건소 의사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체해 진료를 메우고 있던 공중보건의 감소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공중보건의는 군 복무 대신 의료 취약 지역 보건소에서 주민을 진료하는 병역 대체복무제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신규 편입된 의과 공보의는 98명으로, 복무 만료 예정자(450명) 대비 충원율이 22%에 불과하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 및 원격 협진을 활성화하고, 취약도 분석을 토대로 신규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제도가 있어도 구심점이 없다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보건소 진료의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현실적인 처우 개선과 근본적인 인력 수급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