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의 크리스마스”…구미옥성초 특별한 운동회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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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7 18:43  |  수정 2026-09-18 09:30  |  발행일 2026-09-17
씨름진흥원 ‘작은 운동회서 펼쳐지는 모두의 운동회’
씨름단·SPO·학부모 한 팀, 경북지역본부 밥차 지원
구미 옥성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샅바는 잡고 범죄는 놓아라-작은 운동회에서 펼쳐지는 모두의 운동회를 즐기고 있다. 박용기 기자

구미 옥성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샅바는 잡고 범죄는 놓아라-작은 운동회에서 펼쳐지는 모두의 운동회'를 즐기고 있다. 박용기 기자

"평소에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는 아이인데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났어요. 꼭 소풍 가는 날처럼요."


17일 오전 8시30분 구미 옥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학부모 양서진씨는 아침부터 잔뜩 들떠 있던 두 아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무슨 운동을 하는지, 누가 찾아오는지 아이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 알려준 것은 '오늘 특별한 운동회를 한다'는 정도였다.


김점두(왼쪽부터)경북도 체육회장, 배유미 옥성초 교장, 이준희 대한씨름협회장이 운동회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박용기 기자>

김점두(왼쪽부터)경북도 체육회장, 배유미 옥성초 교장, 이준희 대한씨름협회장이 운동회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박용기 기자>

양씨의 두 아이는 이미 이 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셋째와 넷째가 학교에 다닌다. 작은 학교라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행사를 마련하지만 이날은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고 했다.


잠시 후 아이들이 기다리던 운동회가 시작됐다. 운동장 위에는 만국기가 걸렸고 청팀과 백팀 깃발이 펄럭였다. 김점두 경북도체육회장, 이준희 대한씨름협회 회장, 이태현 <사>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 등을 소개한 진행자가 특별한 손님이 더 있다고 하자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돌, 아이돌"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순간 구미시청 씨름단 차량이 운동장에 들어왔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짧은 실망이 스쳤지만, 이내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이태현 씨름진흥원 이사장과 구미시청 씨름단이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이태현 씨름진흥원 이사장과 구미시청 씨름단이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그때 교문 밖에서 또 다른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경찰차였다. 차 문이 열리고 구미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나 상담 때 만날 법한 경찰관들이 이날은 아이들과 같은 팀에서 뛰기 위해 운동장에 들어섰다.


끝난 줄 알았던 깜짝 손님이 또 등장했다.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가 옥성초 아이들을 위해 보내온 밥차였다. 이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경북산 농축산물로 만든 자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푸짐한 선물도 받았다.


배유미 옥성초 교장은 "체육대회를 한다는 정도만 알려줬다"며 "누가 오는지, 무엇을 준비했는지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하나씩 마주하는 기쁨을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기억나는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오늘은 옥성초에 9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백지윤(가운데) 구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장과 직원들이 아이들의 운동회를 축하하는 화이팅을 하고 있다. 운동회를 함께한 경찰관들은 범죄예방 OX퀴즈와 야차, 딥페이크, 소년보호처분, 약취‧유인 등 안전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박용기 기자

백지윤(가운데) 구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장과 직원들이 아이들의 운동회를 축하하는 화이팅을 하고 있다. 운동회를 함께한 경찰관들은 범죄예방 OX퀴즈와 야차, 딥페이크, 소년보호처분, 약취‧유인 등 안전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박용기 기자

배 교장은 이날 '샅바는 잡고 범죄는 놓아라-작은 운동회에서 펼쳐지는 모두의 운동회' 행사를 준비한 씨름진흥원 관계자들을 '산타'라고 불렀다. 여름부터 학교를 찾아와 비가 오지는 않을지, 태풍이 오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꼼꼼히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배 교장은 "무엇보다 학교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며 "학교 자체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규모의 행사"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옥성초 아이들은 특별한 교육과정과 체험학습을 찾아 이곳으로 전학을 오기도 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농촌학교다. 전교생이 19명으로 도심 학교처럼 다양한 문화·체육 행사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승철(가운데) 농협중앙회 구미시지부장과 직원,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직원들이 아이들의 운동회를 축하하는 화이팅을 하고 있다. 농협은 이날 아이들의 점심을 위한 밥차를 지원했다. 박용기 기자

이승철(가운데) 농협중앙회 구미시지부장과 직원,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직원들이 아이들의 운동회를 축하하는 화이팅을 하고 있다. 농협은 이날 아이들의 점심을 위한 밥차를 지원했다. 박용기 기자

이날 학생과 학부모, 교사, 씨름선수, 학교전담경찰관은 청팀, 백팀으로 나뉘어 사라져가는 가을 운동회를 즐겼다. 행사의 핵심도 승패보다 '함께'였다. 학생은 친구를 이해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이해하며, 씨름선수는 스포츠맨십을 전하고, 경찰관은 '학교를 지키는 경찰'에서 함께 뛰는 이웃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김점두 경북도체육회장은 "이 같은 운동회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오늘 옥성초 운동회에 온다고 밤 2시부터 잠을 설쳤다"며 "여러분과 함께 운동회를 하니 내가 여러분과 같은 나이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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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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