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을 가득 채운 제오리 공룡발자국. 1억년 전 공룡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의성군청 제공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고, 산과 들이 가을빛으로 조금씩 물들어간다. 그렇게 쪽빛으로 물들어가는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품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할 만한 곳은 없을까.
너른 들녘에 무르익은 벼가 고개를 막 숙이기 시작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지금의 의성이라면, 조금은 특별한 시간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 진열대 앞에서 벗어나, 1억년 전 공룡이 걸었던 발자국을 보면서 화산활동이 남긴 산과 계곡을 직접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발자국이 함께 남은 만천리 아기공룡발자국. 1억년 전 아기공룡들의 흔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의성군청 제공
실제 2023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의성 국가지질공원'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와 화산활동의 흔적에서부터 독특한 암석과 지형 등 오랜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지질유산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천 바닥에 남겨진 1억 년 전의 산책, 남대천 공룡발자국
의성읍을 가로지르는 남대천 암반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1억 년 전 공룡의 발자국. 의성군청 제공
평소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의성읍 남대천 암반에는 약 1억년 전 이곳을 걸었던 공룡들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남대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명명된 이곳에서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과 보행렬을 따라 걸으면서 자신의 보폭과 비교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발자국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공룡들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관찰하는 묘미가 제법 쏠쏠하다. 어떤 공룡이 어느 방향으로 걸었는지, 얼마나 큰 공룡이었는지를 상상하다 보면, 평범해 보이던 하천 암반이 1억년 전 의성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룡이 걸었던 길을 사람이 다시 걷다, 제오리에서 만천리까지
의성읍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대천, 1억년 전에는 공룡이 걸었던 길이다. 의성군청 제공
의성읍 남대천에서 시작된 공룡의 흔적은 금성면으로 이어진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의성을 대표하는 화석산지다. 넓게 드러난 지층 위에 남아 있는 수많은 공룡이 걸어간 흔적을 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발자국의 크기와 모양, 이어지는 방향을 관찰하다 보면 어떤 종류의 공룡이 이곳을 걸었고, 당시에는 어떤 환경이 펼쳐져 있었을지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올해부터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서 인근 만천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탐방로가 열리면서 관찰하는 재미는 두 배로 늘었다.
1억년 전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사이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개설한 제오리와 만천리를 잇는 짧은 길은, 의성의 공룡발자국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지질탐방로이다.
두 화석산지 간 거리는 걸어서 약 15분이면 족하다. 자동차로 이동하기보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서 만끽하는 가을 정취와 함께, 서로 다른 지층에 남겨진 공룡들의 발자국을 차례로 비교해 보는 색다른 재미는 덤이다.
◆공룡과 함께한 화산, 7천만 년 전 금성산
7천만년 전 화산활동의 흔적을 간직한 금성산과 그 품에 자리한 산운마을. 의성군청 제공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땅속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약 7천만년 전, 지금의 의성에서 일어난 격렬한 화산활동이다. 그렇게 생성된 금성산은 이 시기 화산활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의성 국가지질공원의 대표적인 지질명소다.
그렇게 솟아오른 금성산은 7천만 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오랜 시간을 버텨내면서 곳곳이 침식되거나 깎여나간 탓에 생긴 궁금증이다. 현재 금성산에 남아 있는 암석과 구조가 과거 화산체의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화산 아래에서 마그마가 이동했던 통로인 화도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전문가들 사이에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금성산의 가을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어떨까. 학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금성산. 그런 산에 올라 정상과 능선을 바라보며 7천만년 전 이곳에 존재했던 화산은 얼마나 높았을지, 어떤 모습으로 분화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탐방객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모자람이 없다.
◆올가을, 1억 년의 시간을 걸어보자
꽃밭 너머로 펼쳐진 금성산 모습. 7천만년 전 화산의 흔적이 오늘의 풍경을 남겼다. 의성군청 제공
의성 국가지질공원의 여행은 단지 오래된 암석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남대천에서는 1억 년 전 공룡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 보고, 제오리에서 만천리까지는 공룡의 흔적을 찾아 직접 걸어볼 수 있다. 금성산에 오르면 7천만 년 전 화산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그 화산활동이 남긴 응회암을 따라 빙계계곡에 이르면 신비로운 풍혈도 만날 수 있다.
가족 단위가 아니라면, 나 홀로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가을의 의성도 괜찮은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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