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지 물가를 따라 무장애 데크 로드가 놓여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산책할 수 있도록 7도 이하의 완만한 경사도와 턱없는 데크로 되어 있다.
칠곡 석적읍 유학산 남쪽 자락에 동서 방향으로 놓인 골짜기다. 유학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모여 발령지라는 소류지를 만드는데, 옛날에는 깊은 산속에 그 작은 저수지만 덩그러니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그 골짜기로 들어가더니 3개월 동안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들을 심고는 숲길을 냈다. 그 길은 참나무 숲이니 참나무 숲길이라 불렀고, 휠체어 탄 사람도, 유치원생도, 지팡이 짚은 어르신도 모두 누릴 수 있다 하여 '다누리길'이라 명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우리나라 7개 숲체원 중 하나인 국립칠곡숲체원이다.
유학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모여 발령지를 만든다. 수변 무장애 데크길이 놓여 있으며 한 바퀴는 약 385m다.
굴참, 졸참, 상수리, 신갈, 떡갈나무 등 참나무들을 심고 숲길을 냈다. 전체 약 1.3㎞정도 된다. 길 옆 숲속 나뭇가지에 한지로 만든 하얀 등이 걸려 있다.
◆ 국립칠곡숲체원
'칠곡숲체원'은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는 산림교육전문 휴양시설로 2015년 3월 문을 열었다. 계곡 주변에는 행정건물, 식당, 대강당, 세미나실, 중앙광장, 단체 숙박시설, 숲속의 집 등이 들어서 있다. 숲 속에는 오솔길 산책로, 쉼터, 유아 숲 체험원, 숲속교실, 대화의 숲, 다누리길 등이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거기에 있다. 음, 내 생각에 '숲체원'은 '모든' 사람들이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숲과 자연에 대해 배우고, 느끼고, 교감하고, 그를 통해 몸과 마음이 북돋아지고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숲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고양된 의식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 누군들 원치 않으랴, 숲을 누린다는 일. 그래서 칠곡숲체원에서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과 대상에 맞춘 다양한 실내외 산림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발령지 물가를 따라 데크 로드가 놓여 있다. 수변 데크길은 무장애 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산책할 수 있도록 7도 이하의 완만한 경사도와 턱없는 데크로 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다는 '다누리길'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저수지 옆에 오동나무가 커다란 잎을 매달고 서 있다. 처음 보는 열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동나무 열매를 '포동과'라고 한단다. 촘촘히 달랑 매달려 있는 노란색 열매의 뾰족한 끝이 새 새끼 부리 같아 귀엽다. 10월이면 저 열매가 둘로 갈라진단다. 그때는 오동잎도 떨어질까. 오늘 대낮은 한여름 못잖은 온도인데, 숲 우거져 응달진 길은 벌써 서늘하다. 칠곡숲체원에 가을이 오고 있다. 둘러보면 숲은 아직 푸른데 자세히 보면 분명 변화가 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여름 날것들은 썩 물러가고 없다. 데크 길을 가로질러 꽁지가 빠지게 바쁜 것은 다람쥐다. 저기 둑길에 갈대는 자줏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누리길은 산속을 천천히 긴 지그재그로 오른다. 휠체어 탄 사람도, 유치원생도, 지팡이 짚은 어르신도 모두 누릴 수 있다 하여 '다누리길'이다.
◆ 숲 속의 다누리길
발령지의 계류 입수구 부근에서 다누리길은 산으로 든다. 산속을 천천히 긴 지그재그로 올라 산 허리춤을 슬쩍 잡고 슬렁슬렁 나아가는 길이다. 데크 로드에 사용한 자재는 대부분 국산 낙엽송과 소나무를 활용했다고 한다.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도 있고 숲에 둘러싸여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벚나무의 할아버지 나무인 산벚나무' 곁을 지난다. 나무 푯말을 재밌게 써 놨다. 그저 지나가다 부러 한번 쳐다보게 되고, 한번 볼 것을 두 번 보게 된다. '열매를 물어 도깨비를 쫓은 개암나무'와 '산 속 계곡의 깨끗한 냇가를 찾는 느릅나무'도 만난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른 상수리나무'는 칠곡숲체원의 참나무 숲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다. 머지않아 도토리 구르는 소리가 숲체원 골짜기를 간질이겠다.
그래도 아직 매미가 운다. 여름 다 가는데 아직 연인을 찾지 못해 운다. 아, 우는 숫매미가 저리 많다니. 온갖 곤충들과 온갖 새들도 함께 운다. 저 아래 옥상 모서리만 보이는 식당 건물에서 사람들 소리 들린다. 따뜻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웃음소리다. 데크 길 옆 숲속 나뭇가지에 한지로 만든 하얀 등이 걸려 있다. 종이꽃을 붙여 예쁘게 장식한 등에는 '우리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한지 등에는 핑크 하트와 함께 '우리 가족 행복하고 남편 일 잘되게 해주세요.'라 적혀 있다. 오호라, 이것은 분명 칠곡숲체원의 공예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실 하나하나 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곳의 프로그램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개 평일에는 단체 중심의 산림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개인 및 가족 이용객들이 산림휴양시설을 이용하면서 기꺼운 프로그램 한두 가지를 체험해보곤 한다.
다누리길 여기저기에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한 할머니들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다. 다누리길 마지막에 걸린 시는 31년생 박월선 할머니의 시다.
◆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 삐까리다'
'방이 어둡다/ 까만데 불 키니 환하다/ 글자공부하마/ 나도 환해지겠지.' 38년생 이원순 할머니의 시다. 다누리길 여기저기에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한 할머니들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다. '시집올 때 영감이/ 금반지 해 주대/ 금반지 그거 뭐/ 시동생 공부할 때/ 다 팔아뿌고 싹 딱아묵고/ 개코나 아무것도 안해주대.' 35년생 강금연 할머니의 시다. 아이고, 영감님, 그래도 진짜 잊지는 않으셨겠죠. 31년생 박금분 할머니는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 삐까리다'하신다. 세상 모든 것이 시로 보이시나 보다. 그래서 '짝대기 잡고 다니도 행복하다'고 하신다. 다누리길 마지막에 걸린 시는 31년생 박월선 할머니의 시다. '생전에 말도 업다/ 뭐라꼬 카지도 안한다/ 그저 웃는기 다다/ 그기 조타는 표시다.' 그녀들은 현재를 기품 있게 만족스러워하고 되돌아보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노래한다. 자연도 그렇다.
토리유아숲체험원의 트리하우스, 토리는 도토리다. 올해 아이들은 이곳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배우고 있다.
다누리길의 끝에서 숲을 빠져나오면 위쪽에는 숲속의 집이 있고, 발령지 상류 계곡 가에는 숲속 교실이 있고, 또 건너편 숲속에는 토리유아숲체험원이 있다. 토리는 도토리다. 올해 아이들은 이곳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배우고 있다. 봄에는 새싹과 꽃의 변화를 살펴보는 '숲 탐색', 여름에는 곤충의 생태를 배우는 '매미 이야기',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숲속의 새와 동물을 관찰하는 '새 탐구' 등 계절별 숲 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똑똑! 토리숲 탐구생활'이 정기 체험형 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오늘 아이들의 숲은 조용하다. 작은 짚 라인이 하늘에 걸려 있고 뾰족한 트리하우스가 어깨 겯고 나란히 서 있다. 단풍들면, 또 천지 삐까리 시가 쏟아지겠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55번 중앙고속도로 안동방향으로 가다 다부IC에서 내린다. 다부IC교차로에서 황학리, 학산리, 유학산 방면 923번 지방도를 타고 직진한다. 약 1.8㎞ 이동 후 석적읍 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 팥재 너머 내려가다 보면 왼편에 국립칠곡숲체원이 위치한다. 당일 방문 시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까지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요금은 경차 1천500원, 중소형 3천원, 대형 5천원이다. 동절기 12월에서 3월까지는 입장료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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