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술 대신 ‘이 음료’ 한 잔…젊은 층도 빠졌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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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7 18:59  |  수정 2026-09-18 09:12  |  발행일 2026-09-17
1991년 문 연 찻집 연암다원. 현재 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해 있다. 조현희 기자

1991년 문 연 찻집 '연암다원'. 현재 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해 있다. 조현희 기자

지난 15일 대구 중구에 위치한 찻집 '연암다원'. 아기자기한 청록빛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소음이 사라졌다. 운치가 돋보이는 한옥에 들어가자 그윽한 찻향이 온몸을 감쌌다. 30년 넘은 오래된 전통찻집이라 주로 장년층이 찾을 것 같았지만 20대 젊은 층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손님들이 차를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채계순 연암다원 대표는 "처음 연암을 열었을 때도 젊은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셨지만 당시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를 마시는 행위가 젊은 세대에게 '멋'으로 다가와서였다"고 했다. 이어 "한동안 보이차 등 중국차가 유행하면서 주로 중장년층이 차를 찾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암다원 내부. 20대 젊은 층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조현희 기자

연암다원 내부. 20대 젊은 층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조현희 기자

최근 다도(茶道)에 관심이 생겼다는 김고은(29)씨도 "대만 여행 중 찻집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찻집의 분위기도 좋고 다양한 차를 맛보는 재미도 느껴 이색적인 경험이 됐다"며 "요즘은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한때 장년층의 문화로 여겨졌던 차(茶)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차와 관련한 예절을 배우거나 다구를 소비하는 등 일상 속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대구 중구 종로에 위치한 찻집 리프온립에서 주문한 차. 중국 운남지역의 대엽종 품종으로 제작된 백차 월광백을 맛볼 수 있었다. 조현희 기자

대구 중구 종로에 위치한 찻집 '리프온립'에서 주문한 차. 중국 운남지역의 대엽종 품종으로 제작된 백차 '월광백'을 맛볼 수 있었다. 조현희 기자

◆손님 늘고 찻집 늘고…대구서도 번지는 문화


대구에서도 차를 찾는 이들이 늘며 찻집 역시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중구 종로에 위치한 '리프온립'은 지난해 문을 열고 다양한 차를 선보이고 있다. 문아현 리프온립 대표는 "식음료 쪽에서는 유행이 서울→부산→대구 순으로 이어지는 편인데 이제 대구에서도 차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20·30대 손님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문 대표는 "손님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차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20·30대와 함께, 차를 좋아하지만 대구에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찻집이 생겨 좋다며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리프온립 내부. 차를 천천히 우려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조현희 기자

리프온립 내부. 차를 천천히 우려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조현희 기자

찻집 역시 단순히 음료를 주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를 천천히 우려 마시며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14일 찾은 이곳도 메뉴판에 각 차의 종류와 특징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을 땐 이를 우리는 방법과 마시는 법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들을 수 있었다.


한국보다 차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해온 나라의 차도 경험할 수 있다. 리프온립에서는 중국 운남지역의 대엽종 품종으로 제작된 백차 '월광백', 대만 고산 지역에서 재배된 '금훤', 중국 복건성 안계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청차 '절관음' 등 각양각색의 차를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들 역시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기보다 차를 음미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다도를 검색하니 나온 대구의 모임들. 당근 캡처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다도'를 검색하니 나온 대구의 모임들. 당근 캡처

◆다회·다도 용품 구매 등 관련 모임·소비도 확산


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사람이 함께 차를 즐기는 다회(茶會)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지역을 대구로 설정한 뒤 모임 카테고리에서 '다도'를 검색하자, '중국차 다도 좋아하는 분들 모여요' '차(다도) 작은 문화교실' '차 힐링 모임'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니 100명이 넘는 모임도 나왔다.


연암다원에선 차를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참가자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채 대표는 "SNS에 남들이 차를 즐기는 모습이 공유되면서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며 "일본·대만 등 해외여행 중 현지의 차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연암다원에선 차를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한다. 사진은 연암다원의 청차. 조현희 기자

연암다원에선 차를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한다. 사진은 연암다원의 '청차'. 조현희 기자

다도 관련 용품 거래로도 이어진다. 과거 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찻주전자, 찻잔, 찻잎 등 전문적인 다구 거래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입문용 세트부터 고가의 작가용 다구까지 거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당근 내 '다도 차판' 검색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77% 급증했다. '다도 찻상'은 199%, '다도구'는 149% 증가했다. 당근 측은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가 데이터에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 중국계 티 브랜드 매장을 찾은 손님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 중국계 티 브랜드 매장을 찾은 손님들. 연합뉴스

◆디지털 시대 피로감·건강 관심 복합적으로 맞물려


젊은 층이 다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는 피로감과 건강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 이색적인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날로그적이고 전통적인 것에서 위안을 받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도는 마음의 안정을 주면서도 커피의 홍수 속에서 신선하고 개성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30세대 사이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음주를 멀리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찻집은 술집을 대체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평론가는 "다도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문화인 만큼 갑자기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상이 점점 각박해질수록 잠시 쉼표를 찍고 힐링을 찾으려는 요구가 커질 텐데, 이런 흐름 속에서 다도뿐 아니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소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년층의 문화로 여겨졌던 차(茶)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장년층의 문화로 여겨졌던 차(茶)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 대표도 "저녁 시간대에도 손님이 많이 오는데 결제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카페인이 맞지 않아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이 같은 점도 차 문화 확산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경우 차를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무더운 날씨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서울만큼 찻집이 많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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