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이동하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원장이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AX(AI 전환)'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대구시 역시 로봇과 제조, 모빌리티 등 강점을 지닌 핵심 산업에 AI를 결합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 속 지역 ICT 생태계의 콘트롤타워인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이 이동하 신임 원장을 맞이하며 새 출발선에 섰다. 전 산업에 인공지능(AI)이 접목되는 중차대한 시기를 맞아, 4천200억원대 규모의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 안착이라는 중책을 맡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0일 취임한 이 원장은 LG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실장을 비롯해 한동대 및 영남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2005년부터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몸담아 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과거 대구에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던 시절 발로 뛰며 '한국뇌연구원'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대구 유치 물밑 작업을 주도했던 지역 인프라 구축의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DIP 초창기부터 연을 맺어 2021년부터는 DIP 선임직 이사로 참여하며 지역 ICT 생태계의 절박한 현장 요구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는 "뛰어난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며 AI를 적극 활용하되 맹신하지 않는 기술적 균형감각과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의 중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대구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갈 이 원장에게 대구 디지털 혁신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신임 원장으로 취임했다. 소감과 각오를 전한다면.
15일 오후 이동하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원장이 회의실에서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윤호 기자
"지금 우리는 전 산업에 AI를 이식하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 거점으로 도약하느냐, 시대에 뒤처지느냐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에 DIP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깊은 사명감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 직후 막중한 책임감에 잠시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앞으로 30년에서 50년 이상 굳건히 갈 수 있는 조직을 제대로 다져놓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혁신은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DIP는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파트너이자 지역이 신뢰하는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겠다."
◆2021년부터 DIP 선임직 이사로 참여해 왔다. 직접 원장직에 도전하고 조직을 이끌게 된 계기는.
"최근 5년간 DIP 선임직 이사로 참여했지만 사실 진흥원과 인연은 훨씬 깊다. 2005년 DGIST에 합류해 2006년 IT 연구부 산하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맡으면서 지금 DIP의 전신 격인 소프트웨어 기술 센터 시절부터 초기 셋업에 관여해 왔다. 그만큼 진흥원의 성과와 한계, 지역 생태계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이사회에서의 정책 조언을 넘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구의 디지털 전환을 현장에서 주도하고 실질적인 결실을 맺고자 원장직에 도전하게 되었다."
◆과거 한국뇌연구원과 로봇산업진흥원 유치 등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이 대구 디지털 혁신에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가.
"과거 김범일 대구시장 재임 시절, 대구에 뇌 관련 연구자가 거의 없었음에도 4명의 전문가를 모은 TF의 팀장을 맡아 합숙하다시피 제안서를 쓰며 한국뇌연구원을 유치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역시 불모지였던 대구에 로봇 인프라를 깔기 위해 초기 기획부터 법안 통과까지 고군분투하며 기틀을 다졌다. 대기업 R&D 현장에서의 '기술 상용화' 경험에 더해 지역에 거대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본 이러한 경험은 정책과 기술, 실제 시장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기업이 어떤 기술과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이를 중앙정부 정책과 어떻게 맞물리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융합의 관점에서 현재 지역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과제는 무엇이며, 지원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지역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 보유와 시장 창출(비즈니스 모델) 간의 단절 현상이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해도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으므로 'AX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즉각 진단하는 '현장 밀착형 지원'을 펴겠다. 최근 꿈에 나올 정도로 고심하는 아이디어가 바로 진흥원 앞에 '신문고'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들이 언제든 애로사항을 남기면 우리가 즉각 대응하거나 유관 기관과 연계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는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접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어떤 산업 분야부터 AI 융합을 중점 추진할 계획인가.
"대구가 기존에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로봇, 메디컬, 미래 모빌리티 등 3대 핵심 산업 분야에 AI를 결합하는 'AX 실증 과제'를 최우선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로봇 분야의 자율주행 및 지능형 제조 로봇, 메디컬 분야의 맞춤형 헬스케어, 모빌리티 분야의 SDV(SW중심 자동차) 전환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다만,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이를 맹신하여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효성 있는 기술 융합에 초점을 맞추겠다."
◆지역 ICT 업계 및 기업과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DGIST 재직 시절 TVA(기술벤처리더과정) 등 기업 CEO 과정을 운영했는데, 현재 대경ICT산업협회 회원사 중 약 60명가량이 당시 제자들이다. 이들과는 이미 끈끈한 사제지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기업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진흥원의 내부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즉각 진흥원의 사업과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는 '피드백 체계'를 굳건히 하겠다."
◆대구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으로 DIP 어깨가 무겁다. 내부 조직 문화는 어떻게 혁신할 계획인가.
"현재 대구 경제의 두 축은 대구테크노파크(TP)와 DIP가 맡고 있다. 특히 AI 전환 시대를 맞아 DIP가 미래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진흥원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과감히 내려놓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며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 소통의 핵심은 문턱을 낮추는 것인 만큼 늘 경청하는 리더가 되겠다."
◆임기 내 대구 산업계에 남기고 싶은 성과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목표는 최근 규모가 4천207억 원으로 최종 확정된 대형 국책사업(지역거점 AX 혁신개발 사업)을 지역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예산이 투입된 만큼 지역 주력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DIP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언론 홍보가 부족해 시민들에게 덜 알려진 측면이 있어, 대외 언론 소통도 대폭 강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청년 인재들이 대구에 정착할 수 있는 지산학 협력 생태계를 완성하고, DIP를 지역 기업들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최고의 디지털 혁신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겠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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