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남 팀장이 나무냉장고의 상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상주문화 3호에 '나무냉장고'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상주문화는 상주문화원이 발간하는 문화 소식지인데, 상주박물관 조연남 학예팀장이 올해 초 경북 상주시 복룡동 P씨가 기증한 나무냉장고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해 놓았다.
상주박물관을 방문하니 이 냉장고는 보존처리되어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다. 첫눈으로 보기에 겉모습은 20세기 초에 사용했던 작은 장롱 같았다. 원목의 나뭇결이 그대로 보이는 어두운 색의 도료가 칠해져 있고 전면의 여닫이 문에는 놋쇠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경첩과 걸쇠(손잡이 겸용 압착걸쇠)가 부착돼 있다. 이름은 나무냉장고인데 상단에 얼음을 넣고 하단에 음식물을 넣어 보관하는 요즘의 아이스박스에 가깝다.
얼음을 넣는 상단은 문을 위로 열게 돼 있으며 아연도금을 한 철판을 길게 주름을 잡아 깔아 놓았다. 중앙에 세로로 구멍을 내어 얼음의 냉기가 아래로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단의 음식물을 보관하는 곳은 요즘 냉장고처럼 수납하기 편리하도록 철망을 걸어 3단으로 분리해 놓았다.
전면 여닫이문 바로 위 중앙에 상표가 나무판에 프린트돼 있는데, 웬만큼 훼손돼 있으나 자세히 보면 'NORTH STAR'와 'THE INDIANA MFG. CO.'라고 쓰인 것은 식별이 가능하다. AI에게 물으니 이 냉장고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페루에 있는 인디애나 매뉴팩처링 컴퍼니에서 생산한 북극성 나무냉장고란다. 이 상표의 상단에는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지만 'CORK FILLED'라는 글이 쓰여 있는데, 이는 내부의 냉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 안쪽에 댄 철판과 겉의 목재 사이를 코르크로 채웠음을 나타낸다.
조 팀장은 "위쪽 칸에 얼음을 넣으면 차가워진 공기가 중앙의 긴 구멍을 통해 하부 저장공간으로 내려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음식 저장 공간에서 데워진 공기는 옆면을 따라서 얼음 칸으로 올라가 냉각되는 순환이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에는 이런 얼음냉장고가 널리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50~1960년대에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나 보유할 수 있었다. 이 냉장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며칠에 한 번씩 얼음공장에서 얼음을 사다가 채워 넣고 녹은 얼음물은 최하단에 있는 물받이에 모이도록 해 제때에 비웠다. 당시에는 여름에 시원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얼음을 많이 사용했으며, 1962년 서울에 얼음 공장이 22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조연남 팀장이 나무냉장고의 내부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정용 전기냉장고는 금성사가 제조한 '눈표 냉장고(GR-120)'로 1965년에 출시되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일반 가정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전기냉장고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조 팀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박물관 등에 등록된 나무냉장고는 모두 5개인데 이중 미국제품으로 확인된 것은 상주박물관의 이 냉장고뿐이다. 사용시기도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 중인 일제 나무냉장고 2대 등은 1940~1960년대인데 비해 이 나무냉장고는 1895~1915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 팀장은 "아직은 이 나무냉장고를 전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도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일반인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하수기자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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