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구도서관을 찾은 이용객들이 소파에서 독서를 즐기거나 검색대에 서서 필요한 도서를 조회하고 있다. 박주희 기자
'책꽂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서가에 꽂힌 책들이 그의 현재 고민과 취향, 내면의 풍경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6년 상반기, 대구 공공도서관에 쌓인 '대출 데이터'는 지역민들의 어떤 마음을 보여주고 있을까.
영남일보가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대구를 비롯해 서울·인천·대전·부산·울산·광주 등 전국 7대 특·광역시 공공도서관의 성인 대출 베스트 10 데이터를 분석(영유아동 및 초중고 제외, 청소년·학습참고서·아동 제외)한 결과, 한국 현대 소설의 압도적인 독주 속에 지역별 세부 취향이 오묘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대구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한국 신·구작 소설과 잔잔한 성향의 에세이가 공존했으며, 특정 작품으로의 쏠림 현상 없이 전국 인기 도서의 흐름을 가장 고르고 정석적으로 소화해 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노벨문학상 광풍이 한풀 꺾인 점이 눈에 띄었다.
올 상반기 전국 주요도시 공공도서관 대출 TOP 10. 자료=도서관 정보나루
◆'노벨상 특수' 재편… 김애란·성해나·구병모 '신3대장' 안착
올 상반기 전국 7개 주요 도시의 성인 대출 TOP 10(총 70권) 중 64권을 소설이 차지해 전국적인 '소설 독점' 현상은 뚜렷했다. 7개 도시 모두에서 TOP 10에 이름을 올린 6권의 책('소년이 온다' '안녕이라 그랬어' '혼모노' '모순' '절창' '작별하지 않는다')은 모두 소설이었으며 전반적인 대출 트렌드가 전국적으로 동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이 아닌 책은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대구 9위, 대전 7위), '단 한번의 삶'(서울 7위, 인천 9위, 울산 10위),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대전 8위)이었다.
전국 7개 주요도시 도서관 대출 지형도의 또 다른 큰 변화는 노벨문학상 특수의 재편이었다. 2025년 상반기만 해도 7대 도시 TOP 10의 절반(35권)을 휩쓸었던 한강 작가의 작품은 올해 상반기 16권으로 줄었다. '희랍어 시간' '흰' '채식주의자'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TOP 10 밖으로 밀려났고,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두 권으로 대출 수요가 집약된 모습이었다.
한강 특수가 빠져나간 자리는 성해나의 '혼모노',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구병모의 '절창' 등 2025년 출간된 신간 소설 3종이 채우며 전국 인기 도서의 새로운 축을 형성했다. 또한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노벨문학상 광풍이 한풀 꺾인 점이 눈에 띄었다.
◆'튀지 않는' 대구...전국 인기 도서 트렌드 표준적 수용
대구는 실용서가 순위권에 오른 대전이나 특정 이슈작으로 대출이 쏠린 광주·울산과 달리, 스테디셀러와 차분하고 일상적인 성찰은 담은 에세이의 공존을 보여줬다. 한강의 대표작을 비롯해 '안녕이라 그랬어'(2위)와 '혼모노'(3위), '절창'(5위) 등 최신작과 양귀자의 '모순'(4위) 같은 스테디셀러가 단단한 뼈대를 이뤘다. 여기에 인문 에세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9위)가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삶의 성찰과 정서적 휴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대구 상위권 도서들의 특화지수(해당 도시 TOP 1000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개 도시 평균과 비교한 값)는 대부분 0.92~1.10 사이에 안정적으로 형성됐다. 특정 도서가 전국 평균 대비 얼마나 더 읽혔는지를 나타내는 이 지표(1.0이 평균 수준)는 대구가 팬덤 현상이나 특정 이슈에 쏠리지 않고 전국 인기 도서 트렌드를 가장 표준적이고 정석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유일한 실용서 '대전', 지역별 도서 선택의 차이 드러나
7개 도시의 대출 지형도를 들여다보면, 지역 고유의 역사적 기억이나 정서, 독자층의 삶의 환경이 도서 선택에도 미세한 결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은 문학 일색인 타 도시들과 달리 7개 도시 중 유일하게 비문학 재테크 서적인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8위)을 TOP 10에 올리며 실용적 서적 선택이 돋보였다.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10위) 역시 대전 차트에만 단독 진입하며 독자적인 도서 소비 지형을 그렸다.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가 특화지수 1.56을 기록해 전국 최고 몰입도를 나타냈다. '소년이 온다'는 7개 도시 모두 1~3위인 책이지만 대출 비중은 광주가 압도적이었다. 또한 광주는 '채식주의자'(1.33)도 다른 도시보다 많이 읽힌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도시인 울산은 타 도시와 구별되는 뚜렷한 독서 개성을 드러냈다. 청춘과 노동의 현실을 밀도 있게 파고든 김기태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특화지수 2.29라는 이례적인 수치로 9위에 진입했다. 다른 6개 도시에서 59~219위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며, 지난해 울산 성인 대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산업도시의 결을 품은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묵직한 서사에 반응하는 독서 수요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6개 도시에서 59~219위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며, 지난해 울산 성인 대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울산은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석권한 타 지역과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1위)와 성해나의 '혼모노'(2위)가 최상단을 꿰찼다.
서울은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 등 신작 및 문단 이슈작의 진입 속도가 7개 도시 중 가장 빨라 트렌드 소비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은 광주와 함께 7개 도시 중에서 유이하게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순위권에 올렸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채식주의자'(8위)까지 TOP 10에 배치시키며 작가의 세계관을 깊게 파고드는 높은 문학적 충성도를 보였다.
인천은 '불편한 편의점'(5위), 스릴러 성향의 '홍학의 자리'(6위) 등 대중적 베스트셀러와 장르적 재미가 있는 화제작들이 조화롭게 순위를 채웠다.
◆대구 서가 지탱하는 버팀목 '40대 여성'
7대 도시 모두에서 대출 TOP 10의 핵심 독자층은 40대 여성이었다.
지역별 40대 비중을 확인한 결과, 울산이 41.7%로 가장 높고 서울과 인천이 각 33%로 가장 낮았다. 대구의 40대 비중은 37.1%로 집계됐으며, 이어 30대(22%), 50대(19%), 20대(13.9%), 60대 이상(8%) 등의 순이었다.
다만 세부 선호도 차이도 관찰됐다. 대구 남성 독자층만 별도로 분석한 결과 자기계발서인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3위를 차지했다. 또 대구 20대와 30대에서는 양귀자의 '모순'(20대 2위, 30대 1위)이 각각 최상위권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정동희 대구도서관 정보서비스과장은 "도서관 내에서도 정치·사회·과학기술 관련 서적이 있는 2층보다 철학과 문학 서가가 위치한 3층의 이용객 비중이 더 높다"며 "디지털 매체를 통해 언제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정치·사회 분야보다는 문학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철학 서적을 통해 내면을 단단히 다지려는 경향이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현장의 목소리와 울림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산 AGAIN 대학가요제] 열정으로 빚은 음악, 청춘을 ‘다시’ 뜨겁게](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9/5_경산_어게인_대학가요제_썸네일_출력본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