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우리 이웃의 삶을 기록한 영남일보 시민기자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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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7 16:53  |  수정 2026-10-12 17:18  |  발행일 2026-10-07
평범한 이웃을 기사의 주인공으로
골목·생활현장 누비며 지역 기록
“응원·여행·성장”…삶도 함께 변화
지난 5일 영남일보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이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지난 5일 영남일보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이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우리 이웃의 삶을 기록해 온 영남일보 시민기자가 내년에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영남일보는 2007년 9월19일 주부와 직장인, 강사, 공무원 등 시민 16명으로 제1기 시민기자단을 출범시켰다. '신문기사는 기자만 쓴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민의 눈으로 지역을 기록하기 위한 시도였다.


시민기자들은 그동안 평범한 이웃의 희로애락과 동네의 변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찾아왔다. 한 편의 기사가 방송 출연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묻혀 있던 지역문제를 알리기도 했다.


출범 20주년을 앞둔 지난 5일 영남일보 시민기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과 시민기자의 역할, 자신의 삶에서 시민기자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나와 영남일보'


지난 5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서 강명주 시민기자가 활동하면서 특별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지난 5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서 강명주 시민기자가 활동하면서 특별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시민기자들에게 영남일보는 평범한 이웃을 만나고 기록하며 자신의 삶까지 바꿔온 특별한 인연이었다.


문순덕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로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온 시간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20년간 아내를 돌본 남편, 하모니카 연주단 등을 취재해 2013년 시민기자 부문 대상을 받았고, 100명의 이야기를 모아 책도 냈다"며 "영남일보는 저를 빛나게 해주고 살아가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호순 시민기자는 시민기자 활동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준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가정주부였던 제가 처음 가진 명함이 시민기자 명함이었다"며 "와룡시장 상인들을 취재하며 평범한 이웃도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민기자는 저에게 '김호순'이라는 이름을 찾게 해줬다"고 했다.


강명주 시민기자는 힘든 시기에 다시 글을 쓰게 한 것도 시민기자로서의 본능이었다고 했다. 그는 "집안일과 수술로 기사를 거의 쓰지 못하던 때 병원에서 남자 수간호사를 보고 '이건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자 정신이 남아 있구나'라고 느끼며 다시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박태칠 시민기자는 기사 한 건을 위해 10년간 현장을 추적한 경험을 꼽았다. 그는 "동촌에 일본군 위안소가 있었다는 과거 짧은 신문기사를 보고 찾기 시작했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 주민에게 확인한 뒤 현장을 답사해 기사화했다"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는 동네뉴스가 평범한 이웃을 세상과 연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쳐 지나갈 이웃들의 삶을 담았고, 기사가 방송 출연이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60세 만학도, 나무 조각가, 헌혈증과 돼지고기를 맞교환해준 식육점 주인 등 이웃들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도성현 시민기자는 직장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은행원으로 살면서 회사 밖에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취재하며 많이 배웠다"며 "85세에 드럼을 배운 할머니와 질병을 극복하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성악과 교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골목과 이웃 곁에서…시민기자의 역할


지난 5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서 김호순 시민기자가 활동하면서 특별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지난 5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서 김호순 시민기자가 활동하면서 특별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시민기자들은 현장에서 이웃의 삶을 발견하고, 언론이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꼽았다.


이명주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관찰자이자 기록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 시민기자의 역할"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길고양이 같은 생태적 문제까지 듣고 보고 기록하는 사람이 시민기자"라고 말했다.


심정일 시민기자는 이웃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경제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의 희로애락을 통해 함께 울고 웃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함께하는 대구경북이라는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채건기 시민기자는 생활현장을 메우는 것이 시민기자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본지 기자들이 일일이 다루기 어려운 미담이나 작은 행사, 서민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직접 취재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윤자 시민기자는 평범한 사람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유명인이나 행정기관이 아니라 소신껏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며 "그런 이야기가 주민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 시민기자는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해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시민의 눈으로 기록해 공유하는 것이 자부심"이라며 "쇼츠나 동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에도 참여할 기회가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혜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는 '탐구자'이자 이야기를 되살리는 '예술가'에 비유했다. 그는 "이웃의 삶에 뛰어들어 의미를 찾는 탐구자"라며 "깨진 그릇을 잇는 '킨츠기'처럼, 지나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를 의미 있는 기록으로 만드는 예술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선희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시민과 언론을 잇는 가교라고 했다. 그는 "시민의 눈과 귀가 돼 사소한 일을 알리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문제를 발견하고 오늘을 기록해 미래의 역사로 남기는 것도 시민기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기록하며 함께 성장한 '시민기자 인생'


지난 5일 영남일보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이 본사 1층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지난 5일 영남일보 시민기자 2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이 본사 1층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시민기자라는 이름은 누군가에게는 응원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행과 성장, 희망이었다. 이웃을 기록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넓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조경희 시민기자는 시민기자의 의미를 '응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손으로 그릇을 빚는 환자와 독립출판사를 시작한 청년, 음악봉사 부부를 기사로 소개했다"며 "한 사람을 응원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저 자신을 응원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준희 시민기자는 시민기자 활동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고 했다. 그는 "무의미하던 일상에 목표가 생겼고 최중증 장애 시민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배우고 있다"며 "첫 원고료로 동생에게 선물한 일이 아직도 먹먹하다. 장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욱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짧은 여행'에 비유했다. 그는 "평소 만나지 못한 사람의 삶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여행과 같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시야가 넓어지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도 얻는다"고 말했다.


황국향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생활밀착형 기록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역의 소소한 소식과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기사로 담아 사회적 기록으로 남기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현정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꺼지지 않는 마이크'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을공동체 라디오에서 듣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민기자가 되면서 글로도 공유하게 됐다"며 "수다를 떨다가도 '이건 한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미영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이웃의 이야기를 깊이 들을 수 있는 창구이자 메신저라고 했다. 그는 "이웃의 이야기를 깊게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라며 "다양한 삶을 배우고 공동체와 이웃 사이에서 더불어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김민성 시민기자는 시민기자를 주변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희망이라고 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해오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담고 싶었다"며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을 통해 주변을 새롭게 알게 됐다. 시민기자는 우리 주변을 더 잘 보게 해주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한영화 시민기자는 시민기자의 의미를 '성장'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날수록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에게도 왔다"며 "그 기운을 받아 저도 성장했다. 시민기자 모임 사무국장을 맡으며 시민기자의 역사와 가까이에서 함께한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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