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했다. 수사와 기소를 한 조직에서 담당하던 오랜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경찰과 공수처로 권한을 분산했다면, 이번 수사권 개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청 자체를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파격이다.
새로운 체계가 시행된 만큼 이제 논쟁의 초점도 '검찰 폐지가 옳은 것인가'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유리한 수사제도를 정착시킬 것인가'로 옮겨야 한다. 수사권 개편의 헌법적 출발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검찰청이라는 간판이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수사기관이 행사하는 강제수사권을 얼마나 엄격하게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국가의 형사사법제도에는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수사와 기소를 조직적으로 분리할 수도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도 있으며, 일본처럼 검사의 직접 수사를 인정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를 따라갈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헌법의 원칙에 맞는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혁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함으로써 과거 검찰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새로운 강력한 수사기관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권한 남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된다.
첫째,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역사는 권력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과도한 정치적 갈등 때문에 공수처는 바보로, 중수청은 미숙아로, 검찰은 시체로 만들었다는 비난도 있다. 이제는 어떤 권력도 수사기관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고민할 때이다. 수사기관의 인사, 예산, 감찰에 정치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 경찰, 중수청, 공수처가 상호 견제하며 권한의 남용을 차단하여야 한다. 수사기관들이 입맛에 맞는 사건을 쇼핑하면서 갈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기관의 사건 관할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수사권에 대한 다툼을 신속하게 정리해 줄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강제수사에 대한 법원의 실질적인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압수, 수색, 체포, 구속, 통신 및 디지털 자료 확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수사에는 형식적인 영장심사를 넘어 실질적인 사법통제가 필요하다. 중수청이든 경찰이든 공수처든 강제수사권을 가진 기관이라면 예외가 없어야 한다.
넷째,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되 책임까지 분리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은 '공소청이 기소하지 않았다'고 하고, 공소청은 '수사가 부실했다'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건의 송치, 보완수사, 증거공유, 공소유지 과정에서 어느 기관이 무엇에 책임지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란 수사기관이 예외 없이 헌법과 법률 앞에 책임지게 만드는 제도다. 검찰개혁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정치권력도, 경찰도, 중수청도 아니다. 억울한 수사를 받지 않을 국민, 범죄를 당하고도 외면받지 않을 피해자,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이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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