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거울을 보며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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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5 09:38  |  발행일 2026-10-16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1854년 10월16일 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태어났다. 그에게는 '세기말의 작가'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세기말은 각 1000년의 마지막 시기를 일컫는 용어로,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세태로 몸살 앓던 19세기 유럽을 의미할 때 주로 사용된다.


산업혁명은 유럽인들에게 삶의 편의와 풍요를 안겼다. 반면, 잔혹한 식민 통치와 극심한 노동자 탄압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현상도 경험시켰다. 즉 세기말은 참담한 인간소외를 '말(末)'이라는 한 글자 안에 절묘하게 담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1891년 발표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의 별명이 '세기말의 작가'인 까닭을 잘 말해준다. 주인공 도리언은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청년이다. 그의 초상화를 화가 배질이 정성을 다해 그려준다.


유미주의자 헨리 워튼이 도리언에게 감화를 준다. "아름다움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당신도 늙어 볼품없이 될 것이다." 도리언은 충격을 받는다. 도리언은 '나를 대신해 저 초상화가 늙어준다면 나는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고 맹세한다.


도리언의 결별 선언에 절망한 여인이 자살한다. 도리언은 초상화의 표정이 잔인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란 도리언은 초상화를 방에 집어넣고 폐문한다. 배질이 변모한 초상화를 보고 화를 낸다. 다툼 끝에 도리언이 배질을 살해한다.


그림 속 인물은 더욱 흉악한 몰골로 변한다. 도리언은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고심 끝에 배질을 죽인 칼로 자신의 얼굴을 찌른다. 도리언이 죽자 초상화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청년으로 돌아와 벽에서 빛난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이상의 '거울'은 "인간 자아의 모순이 빚어내는 비극적 자의식을 노래한 초현실주의 작품(두산백과)"으로 평가받는다. 아침마다 거울을 본다. '외로운 사업에 골몰'하느라 아름답지 못한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마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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