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3대째 묘목 농사 잇는 39세 청년 이장…마을의 미래도 가꾼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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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6 10:26  |  수정 2026-10-16 10:44  |  발행일 2026-10-16
경산 환상1리 이광열 이장, 부친 이어 마을 살림 맡아
온라인 판로 개척해 연간 묘목 7만 주 취급
“한국 과수 묘목의 역사 후대에 전하고 싶어”
이광열 경산 환상1리 이장이 환상리가 지닌 우리나라 묘목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박성우기자

이광열 경산 환상1리 이장이 환상리가 지닌 우리나라 묘목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박성우기자

"우리 마을이 한국 과수 묘목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경산시 환상1리 이광열(39) 이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묘목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농업인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며 농원을 성장시키는 한편, 마을 어르신들의 추대로 이장직까지 맡아 주민들의 크고 작은 현안을 챙기고 있다.


환상1리는 인근 대조리 등과 함께 전국적인 과수 묘목 주산지인 경산 묘목산업특구에 속해 있다. 경산지역은 연간 2천800만주로, 국내 유실수 묘목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환상1리에도 크고 작은 묘목농원 1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로 이장 3년 차인 이 이장이 마을 살림을 맡게 된 것은 농원 경영을 확장하며 사업에 한창 집중하던 때였다. 고령화된 마을에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다. 부친에 이어 마을 이장까지 2대째 맡게 된 셈이다.


그가 농업인의 길을 걷게 된 데는 단순한 가업 승계 이상의 이유가 있다.


과거 지역에서 1년여간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국내 과수산업의 종자·묘목 생산 기반이 해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고 경북도의 '월급 받는 청년농부' 사업에 참여했다. 청도지역 한 농업법인에서 근무하며 농식품 분야의 실무와 마케팅을 익혔고, 종자 관련 자격과 현장 경험도 쌓았다.


30대 중반에 가업에 뛰어든 뒤에는 새로운 경영 방식을 접목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주로 농원이나 업체에 묘목을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했다면, 이 이장은 블로그 등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해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는 농원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농원은 연간 자체 생산하는 묘목 약 5만 주를 비롯해 외부에서 확보하는 물량까지 모두 7만 주가량을 취급하고 있다. 재배·생산 규모만 약 5만9천504㎡(1만8천 평)에 이른다.


이장직을 맡은 뒤 가장 어려웠던 일로는 마을 화물차 주차장 조성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꼽았다. 주차장 조성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갈등이 깊어지자 중재에 나섰지만,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경산시장의 주선으로 관련 시설을 화물차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갈등을 일단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이장이자 농업인으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국내 과수 묘목 생산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는 사과 대목은 국내 생산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복숭아와 대추 등 일부 과수의 대목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묘목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목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채종포 조성 등 생산 기반 확충도 필요하지만, 저렴한 중국산 대목과의 가격 경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경산의 묘목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과뿐 아니라 복숭아와 포도 등 다양한 과수 품목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이장의 또 다른 바람은 자신이 나고 자란 환상리가 지닌 묘목 산업의 역사적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는 것이다.


"환상리는 오랫동안 과수 묘목을 생산해 전국으로 보급해 온 역사적인 곳입니다. 한국 과수 묘목의 발상지라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 역사를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기념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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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경산•청도 담당 기자입니다.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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