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국립치의학연구원, TK패싱의 길위에 놓이다

  •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 |
  • 입력 2026-10-18 16:55  |  발행일 2026-10-19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지난 15일 열린 국감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둘러싼 의미 있는 질의가 나왔다.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지역별 사업 예산을 제시하며 전북 833억 원, 광주 437억 원에 비해 대구는 96억 원에 그친 이유를 따져 물었다. 광주와 금액적으로는 4.6배, 인구 규모를 고려해보면 7.8배로 그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었다. 지역균형발전을 표방하는 정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집행되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며, 서울에서 멀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의 정책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선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후보지 선정 평가지표 연구보고서에는 지역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최근 5년간 인구 증감률, GRDP 증가율, 지역낙후도 등에서 올라가면 모두 높은 점수를 주도록 제시하고 있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구조다. 지역의 성장세를 살피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미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다시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는 33년간 GRDP 전국 꼴찌를 하고 있는 대구에 가중치를 가장 적게 주고 대통령 지역공약이었던, 롯데타워도 보이는 가까운 천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TK(대구경북)패싱의 변함없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인 점은 치의학 연구환경은 고려하지만, AX를 포함한 치의학 산업의 기존 인프라가 평가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대구의 장점인 첨복단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단순히 연구시설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다. 이미 형성된 산업 생태계는 연구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국가 연구성과의 실용화와 세계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치의학 산업의 집적도와 기존 산업 기반, 연구개발부터 임상 적용과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협력체계를 독립적이고 명확하게 평가하는 항목이 빠졌다는 것은 평가기준이 현실의 연구와 산업 구조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대구유치위원회는 앞으로 평가기준의 이러한 부당함을 알리고 세부 항목과 배점, 산업 인프라의 반영 방식, 지역균형발전 지표의 적용 결과를 정부에 요구하려 한다. 대구의 강점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후보지에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 평가방법과 최종 배점이 사전에 공개되는지 끝까지 점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 역시 선언적인 지지에 머물지 말고 실질적인 정책 건의와 유치 활동으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다른 유치 희망지역에서는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넘어 연구원 유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구에서는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유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는 특정 정당이나 일부 단체의 사업이 아니다. 대구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과 국가 연구역량을 함께 키울 기회인 만큼, 지역 정치권이 정쟁과 이해관계를 넘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는 대구시와 함께 오는 29일 이 문제를 짚는 성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대구가 요구해야 할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다. 대구는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정부는 그 경쟁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평가기준의 합리성을 시민사회와 언론이 함께 살펴볼 때다. 정부가 밝힌 균형발전의 원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평가와 선정 과정에서도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