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풍경] “비 맞으며 보일러 고친 10명”…86세 어르신 집에 찾아온 따뜻한 선물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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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5 12:04  |  발행일 2026-10-25
울릉라이온스클럽, 24일 가을비 속 보일러 수리 봉사…회원 10명 구슬땀
낡은 난방시설 수리 마무리…겨울 앞둔 홀몸 어르신에 전한 이웃의 온정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보일러 수리 봉사활동을 마친 뒤 어르신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보일러 수리 봉사활동을 마친 뒤 어르신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가을비가 내리던 24일 오전 9시. 경북 울릉군 죽암길의 한적한 골목에 빨간 조끼를 입은 남성 10명이 나타났다. 손에는 보일러 부품과 작업 도구가 들려 있었다. 주말 아침부터 빗속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인 이들은 울릉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었다. 겨울을 앞두고 낡은 보일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돕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찾은 곳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서영분(86) 어르신의 집이다. 난방시설 수리가 필요하다는 사정을 접한 회원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예정된 봉사활동을 미루지 않았다. 이날 회원 10명이 힘을 모아 보일러 수리를 마무리하면서 어르신도 겨울을 앞두고 난방 걱정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좁은 골목에 차량을 세운 회원들은 무거운 장비와 부품을 나눠 들고 집 안팎을 오갔다. 한쪽에서는 보일러 상태를 점검하고, 다른 쪽에서는 배관과 연결 부위를 살폈다. 비좁은 보일러실에 몸을 낮추고 앉아 작업하는 회원에게 필요한 공구를 건네는 등 서로 손발을 맞췄다.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낡고 비좁은 보일러실에서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낡고 비좁은 보일러실에서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밖에서는 빗줄기가 이어졌다. 골목 바닥이 젖어 장비를 옮기기도 쉽지 않았지만 작업은 계속됐다. 누군가는 부품을 잡아주고, 누군가는 연결 부위를 살피며 수리에 힘을 보탰다. 회원들의 손길이 이어진 끝에 낡은 보일러는 다시 제 기능을 찾았다. 비를 맞으며 이어간 주말 봉사가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울릉도의 겨울은 육지보다 혹독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많은 눈까지 내리면 오래된 주택에 사는 고령 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특히 난방시설이 고장 나더라도 수리비가 부담스러운 취약계층에게 겨울 추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활의 걱정거리가 된다.


이날 봉사가 더욱 뜻깊은 이유다. 보일러 하나를 고치는 일이었지만 그 안에는 같은 섬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회원들은 각자 시간을 내어 현장을 찾았고, 궂은 날씨 속에서도 맡은 일을 끝까지 마쳤다.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일러 수리 봉사활동에 나서 장비와 부품을 옮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24일 울릉도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일러 수리 봉사활동에 나서 장비와 부품을 옮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황경득 울릉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비롯한 회원 9명이 보여준 봉사는 거창한 행사가 아니었다. 무거운 부품을 나르고 좁은 공간에서 배관을 손보는 소박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겨울을 앞둔 어르신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도움이었다.


섬에서는 이웃의 어려움이 곧 자신의 일이 되기도 한다. 날씨가 나빠 뱃길이 끊기고 눈이 쌓여 오가는 길마저 불편해지는 겨울이면 가까이 사는 이웃의 손길이 더욱 절실해진다. 이날 죽암길에서 펼쳐진 봉사활동 역시 그런 섬마을의 정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울릉도에는 머지않아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닥친다. 누군가는 추위를 걱정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먼저 문을 두드린다. 비가 내리던 24일 토요일 아침, 죽암길의 낡은 집에서는 보일러 수리가 끝났다. 열 사람이 빗속에서 함께 고친 것은 보일러 한 대였지만, 그 손길이 전한 온기는 다가올 겨울까지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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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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