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너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아무 장이나 읽는다
(중략)
어제는 처음 진박새를 봤어
윗가슴은 검었고 흰색 뺨이 작고 보드라웠지
계단에 놓인 새를 보고 아이가
엄마 저기 새가 있어
외쳤고
너는 하늘을 쳐다본다
유리 건물에 구름이 비치고
건물에 부딪힌 새는 감정을 몰라 무심하게 놓여 있을 것이다
이제 너를 어쩌면 좋을지
무리 생활을 하던 새는 왜 여기에 있고
계단을 올라가려던 발은 왜 여기에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어제는 처음으로 진박새를 만져볼 수 있었어
(중략)
너는 젖은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미래의 화단을 찾는다
#
어떤 시집은 첫 시에 붙잡혀 좀처럼 다음 시로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김소형의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도 그런 시집이었다. 아이가 계단에 놓여 있는 새를 발견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이 시는 젖은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듯 아프고 아련한 풍경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하늘을 잃은 새를 만지듯 죽음을 통해서만 만져지는 것이 있다. 더불어 저 여리고 슬픈 풍경은 또 다른 장면과 겹쳐진다. 감히 조심스럽지만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음'은 저 투명한 가림막을 하늘로 알고 와서 부딪치는 몸 안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각자의 삶을 랜덤으로 펼쳐든 모두의 하루가 결국 한 장 한 장 젖은 페이지일 수밖에 없다고 읊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인은 끝내 저 소박한 장례식 풍경을 과거로 닫아버리지 않는다. 미래의 화단에서 자라나는 것이 연민을 넘어선 연대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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