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8시쯤 동대구역터미널 인근 상권. 시민들의 통행길에 에어라이트 등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대구지역 대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어라이트(풍선형 전기 입간판)의 도로 무단점용 문제를 두고 여전히 잡음이 적지 않다. 가게 업주들에겐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도심 미관 훼손 및 보행 안전 위협 등엔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만성적인 불경기로 업주의 에어라이트 설치를 일면 이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안전을 위한 보행자 통행권 확보'와 '도심 미관 훼손 우려'도 간과할 순 없는 상황이다. 단속권한이 있는 일선 기초지자체는 행정집행에 있어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각 업소는 시민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본인 업소 건물 면으로부터 1m 이내에 입간판을 설치해야 한다. 위반시 각 구·군청이 과태료 부과나 철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가장 핫한 상권 중 하나인 도로를 점용하고 있는 동대구역터미널에는 업주들의 에어라이트가 일상화돼 있다. 보행자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에어라이트가 '이동권'을 방해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윤창(26·수성구 범어동)씨는 "주로 동대구역터미널 인근에 약속 장소를 잡는 편인데 에어라이트가 넘 많다. 타지인들이 대구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차도랑 가깝게 세워져 있으면 넘어질까 불안하다"고 했다.
가게 업주들은 불경기 탓에 에어라이트 설치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23일 동대구역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식당 업주 김모씨는 "경기가 안 좋으니 소상공인은 너무 힘들다. 식당이 골목에 있다 보니 홍보를 위해 입간판을 세워둘 수밖에 없다"며 "바람이 세게 불면 도로 쪽으로 넘어갈 때도 있다. 그나마 불법 운영이란 말은 듣지 않으려고 매장 앞에 세워둔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후 8시쯤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터미널 인근 식당가 앞에 바람 빠진 에어라이트가 나무에 묶여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더 큰 문제는 에어라이트는 설치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현 규정상 입간판에 전기를 사용하거나 조명 보조장치를 달면 화재가 날 위험성이 커서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선 구·군청은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에어라이트 관련 민원은 꾸준히 접수되지만, 단속을 하려면 현장 적발이 필요하고 상인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이에 계도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는 형편이다. 동구청 이기철 광고물관리팀장은 "통행 불편 등을 이유로 월평균 13회 정도 에어라이트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며 "1회 과태료가 수십만원이다. 이후엔 금액이 더 붙는다. 이에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하면 상인들 반발이 거세다. 실제 집행에 어려움이 있어 철거를 유도하는 식으로 계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권과 상인의 생업이 달린 사안인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 계명대 최종민 교수(행정학과)는 "보행자와 상인의 입장을 모두 충족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각 지자체가 상인회 등과 만나 꾸준히 대화해 쾌적하고 안전한 거리 조성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첫 번째다. 입간판 종류에 따라 나눠진 합법·불법 기준을 세밀하게 재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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