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실과 바늘로 엮어낸 40년…윤병숙 손뜨개 장인

  •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 |
  • 입력 2026-10-28 11:27  |  수정 2026-10-28 11:30  |  발행일 2026-10-28
실과 바늘 하나로 누군가의 추억을 지켜온 손뜨개 장인 윤병숙(70)씨. 문순덕 시민기자

실과 바늘 하나로 누군가의 추억을 지켜온 손뜨개 장인 윤병숙(70)씨. 문순덕 시민기자

손뜨개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사랑,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깃든 삶의 조각이다.


옷을 쉽게 사고 버리는 시대 속에서도 실과 바늘 하나로 누군가의 추억을 지켜온 장인 윤병숙(70)씨는 대구 중구 포정동에서 손뜨개 방을 운영하고 있다. 조그마한 손뜨개 방으로 생각하고 찾았는데 뜨개방을 들어서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수많은 실타래와 손뜨개 작품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40여 년 동안 실과 바늘로 살아오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30년 전에 만든 옷이라며 보여주었다.


그녀는 남다른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일본 보그 편물학원에 등록하여 4년 동안 일본을 오가면서, 배우고 익혔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것을 대물림해 주기 위해 친정 질녀 윤은지(38)씨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고 있다.


손님 중 40년 전 초창기부터 찾았다는 김정숙(85)씨는 "이곳은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고, 인생살이를 논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찾고 있다"고 했다. 혼수 이바지 음식과 그림 그리기를 했다는 권광희(73, 대구 중구 포정동)씨는 "6년 전 우연히 들렀다가 손뜨개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미와 성취감이 있어서 취미로 정말 좋다"고 했다.


해외잡지를 통해서 색감과 패턴, 질감 등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뜨개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을 전수하고 있는 윤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손뜨개를 접한 것이 일평생 손에서 놓지 않고, 실과 바늘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고 했다.


수십 년간 수많은 옷을 짜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온 그녀에게는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짠하게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손님이 있다. 30년 전 어느 날 한 손님이 오랜 세월이 묻은 옷 한 점을 들고 왔다. 시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손뜨개로 짜서 며느리한테 선물로 준 옷인데, 오랜 세월 끝에 옷이 해져서 수선하러 왔다고 했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삭아서 수선을 못 하고 돌려보낸 그 일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윤씨는 "그 옷은 단순한 의류가 아니라 그 손님에게 시어머니의 사랑이자 그리움 그 자체"라고 기억했다. 기계로 쉽게 찍어내는 옷과 달리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짠 손뜨개 옷에는 만드는 이의 온기와 만드는 동안의 시간이 그대로 축적된다. 그렇기에 윤씨에게 손뜨개는 단순히 예쁜 소품이나 옷을 만드는 작업을 넘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매개체다. 30년 전 그 손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에,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만드는 모든 작품에 진심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점심시간이 되어도 자리를 뜨지 않고, 각자 손뜨개에 몰두하고 있었다. 매일 점심을 함께 먹는 즐거움으로 뜨개방에서는 도심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실타래를 풀고 엮으며 타인의 삶에 따뜻한 위로를 느끼게 하는 윤병숙 장인,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손뜨개의 가치가 현대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