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5시 대구스타디움(수성구 노변동) 동편광장. '제6회 수성별빛걷기대회'를 찾은 시민들로 광장이 북적였다. 가족과 친구, 반려견까지 함께한 가을 나들이였다. 바람도 잦아들어 걷기에 알맞은 날씨였다. 접수 부스 앞에는 번호표를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참가자들은 서로의 등에 번호표를 붙여주거나 나란히 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하늘빛이 서서히 어두워질 무렵, 무대에서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에 참가자들의 손뼉이 더해졌다. 출발을 기다리는 사이 가을 저녁은 어느덧 밤으로 접어들었다. 오후 6시쯤, 출발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함성이 터졌다. 2천여명이 저마다의 보폭으로 길에 나섰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걸으며 추억으로 남길 참이었다.
3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에서 열린 제6회 수성별빛걷기대회에 참가한 가족이 서로 참가번호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마리오 가족부터 반려견까지…저마다의 특별한 동행
영남일보와 수성구체육회가 주최·주관하고 수성구가 후원한 이날 대회는 5㎞와 10㎞ 두 코스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번호표와 빵, 물을 받아 들고 출발을 준비했다. 축하공연과 경품 추첨에 이어 안전 주의사항을 듣고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었다. 영남일보 손인락 사장은 "오늘 수성구를 거닐면서 별빛도 보고, 수성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핼러윈을 맞아 개성 있는 복장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온 가족이 게임 캐릭터 '마리오'로 변신한 신동환(39·서구 평리동)씨는 지난해 영남일보 팔공산 달빛걷기대회에 참가해 쌓은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이번 대회까지 찾았다. 가족들 의상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 준비했다. 10㎞ 코스에 도전한 그는 "가족 단위가 많아 경쟁하기보다 함께 즐기는 대회"라며 "밤에 걷는다는 것 자체가 낭만이 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에서 열린 제6회 수성별빛걷기대회에 참가한 가족이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피카츄 복장을 한 김아름(37·수성구 범어동)씨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나섰다. 대회에 참가하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직접 기획한 이벤트였다. 김씨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내년에는 또 인기 있는 캐릭터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반려견도 어엿한 동행이었다. 류연정(45·수성구 두산동)씨는 딸 김예빈(12)양, 생후 10개월 된 반려견 '봉봉이'와 5㎞ 코스를 택했다. SNS에서 대회 소식을 접했다는 류씨는 "가을이고 날씨도 좋아 산책 삼아 참가했다. 우리 집 막내인 봉봉이도 혼자 둘 수 없어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보려고 데려왔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걷기는 평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남편·아들과 함께 3년째 참가한 김정화(59·북구 칠성동)씨는 "걸으면서 가족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민도 털어놓고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노약자들에게는 5㎞ 거리도 어엿한 도전이었다. 김지후(8·수성구 신매동)군은 "생각보다 날이 따뜻해 더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걷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내의 권유로 나선 김석(76·수성구 파동)씨도 "밤공기를 쐬고 하늘을 보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3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에서 열린 제6회 수성별빛걷기대회를 찾은 수성구 캐릭터 뚜비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학교 밖에서 만난 친구들…안전한 걸음 돕는 손길
수성구 초등학교 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는 어른과 아이 각각 50명씩 모두 100명이 참가했다. 매년 대회를 찾고 있다는 김진규(45·수성구 범물동)씨는 "올 때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밤길을 살피는 봉사자들도 곳곳에 자리했다. 20년째 봉사를 이어온 정경금(56·서구 내당동)씨는 담당 구역에서 길을 안내하고 안전을 챙겼다. 자녀들과 함께 시작한 봉사는 아이들이 장성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10월의 마지막 날을 모두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들병원(중구 동인동2가)에선 물리치료사 2명과 간호사 1명으로 봉사단을 꾸렸다. 최종철 대외홍보팀장은 "매년 봉사하러 와 올해가 여섯 번째다. 항상 부상 방지를 위한 테이핑과 간단한 부상 처치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시웅
현장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안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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