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짝퉁엄마
20여 년 동안 학교현장에서 또는 학교 밖에서 ‘문제 아이’를 둔 부모를 상담하는 일이 많았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아이의 문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또 아이의 문제는 바로 부모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이들을 만나며 깨달았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뒤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부모가 먼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는 것을.
클라라 비달의 ‘나쁜 엄마’라는 책에는 두 얼굴의 엄마가 나온다. 주인공 멜리는 두 얼굴의 엄마에게 정서학대를 당하며 못된 아이,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멜리의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멜리와 잘 놀아 주고, 지나칠 만큼 애정표현을 하는 완벽한 엄마다. 한편으론 멜리를 안아줄 때 숨이 막히게 하고, 자신이 기분 나쁘고 아픈 탓을 멜리에게 돌리기도 한다. 그녀는 딸인 멜리가 성숙한 여자가 되는 과정인 2차 성징을 못마땅해하는 나쁜 엄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 그 자신조차도 주체할 수 없는 고통 속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약한 엄마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멜리의 엄마가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는 있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다가 싫어하다가, 고마워하다가 미워하다가, 사랑하다가 증오하다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엄마’라는 얼굴 안에는 명품엄마와 짝퉁엄마가 있다. 이런 두 얼굴을 가진 엄마일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엄마가 자식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엄마의 사랑은 자녀를 세우고 믿어주고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외모가 빈약하거나 문제 행동을 할수록 그 아이에게는 엄마가 위로자요,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나도 한때는 문제엄마였고, 짝퉁엄마였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바쁘게 살았다. 강의와 상담을 하고, 논문을 쓰고, 육아와 집안일을 하느라 거의 매일 지치고 힘든 생활이었다. 집 안에서는 가사도우미에게 전적으로 내 아이들을 맡겨두고, 집 밖에서는 문제를 가진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 결과 철학박사가 되었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 그 필요를 눈치채는 ‘알아차림’도 부족했거니와 알아차렸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살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지금은 아이들 옆에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다 아이와 충돌할 때 ‘나는 명품엄마일까, 짝퉁엄마일까?’를 잠시 고민한다. 도기봉
2017.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