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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알레르기' 앓으세요?
국제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는 대구에도 적잖은 사람이 양식당과 눈높이로 못만나는 것 같네요. 꼭 음식 맛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일반 한식당만큼 만만하지 않아서겠죠. 대사관 직원 같은 웨이터의 정중한 질문도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양식당에 들어간 뒤 알맞은 식탁에 앉고 웨이터에게 적절한 주문을 한 뒤, 쓰임새가 비슷한 것 같은 실버웨어(양식당 식기세트)를 제대로 간추려 사용한 뒤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고 나오기까지의 기승전결처럼 이어지는 절차, 그게 본토인들에겐 자연스럽겠지만, 아직 이 나라 양식당 초심자들에겐 '소림사 관문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와인 대목에선 식은 땀이 흐르죠. 비즈니스맨들은 더 초조합니다. 비즈니스가 고급화될수록 양식당에 갈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갔을 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교계에선 인색하다는 지적보다 교양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걸 가장 두려워합니다. 양식당 잘 안다고 했다가 그게 아니란 게 들통날 수도 있죠. 그럼 스타일 다 구기죠. 레스토랑 상식은 클래식 상식과 흡사합니다. 처음엔 좀 격식스럽게 보여도 익숙해지면 고상한 세상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원칙만은 아세요
원탁에서 빵은 왼쪽, 물잔은 오른쪽이 내것
식빵은 칼로 썰지말고 손으로 뜯어드세요
웨이터가 먼저 의자를 빼내는 자리가 상석
모르면 웨이터가 하자는대로
잘 모르면 절대 아는척 오버하지마세요. 처음부터 베테랑은 없습니다. 질문하면 됩니다. 그게 정답입니다. 그럼 당신은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게됩니다. 정통 웨이터들은 에티켓을 가르쳐주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걸 다 아는 것도 아닙니다. 긴장되면 레스토랑에 미리 전화해서 에티켓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사실 레스토랑에서 고객이 할 일은 몇 가지 없습니다. 일단 정통 레스토랑에 가면 그곳 룰을 존중하세요. 단골들은 거의 VIP 예약석으로 갑니다. 물론 그곳은 주변 풍광이 좋습니다. 처음 가서 웨이터의 말도 듣지 않고 무턱대고 자기가 맘에 드는 곳으로 가는 건 결례입니다.
앉으면 기분좋은 자리가 상석입니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벽난로 앞쪽이나 벽에 걸린 명화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윗자리입니다. 여럿이 갈 경우 웨이터가 늘 상석을 알아서 보여줍니다. 의자를 제일 먼저 빼주는 데가 상석입니다. 아랫사람은 잔 심부름하기 좋은 데 앉는 게 바람직합니다.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정통 레스토랑에 가면 식기 풀세트 수는 모두 8가지. 포크류 4개·나이프류 3개·스푼 1개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걸 사용하는 공식이 있다는 점입니다. 양쪽 가장자리부터 하나씩 사용하면 기가 막히게 음식 나오는 순서와 딱 궁합이 맞게 배열돼 있습니다. 수프를 먹을 때 스푼이 기다립니다. 메인 스테이크 요리가 나올 때는 제일 큰 포크와 나이프가 쥐어집니다. 이건 고객에 대한 배려의 산물입니다. 만일 생선 요리를 주문하면 웨이터가 스테이크 나이프 대신 생선용 나이프를 갖고옵니다. 나이프는 왼손에 쥐는 거지만 먹을 때 오른손으로 가져가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나이프로 고기를 찍어 먹어선 안됩니다.
'좌빵 우물' 원칙을 아세요
기념 리셉션장에서 종종 남의 빵과 물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빵과 물도 자기 것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았을 때 빵은 왼쪽, 물은 오른쪽 것이 자기 것입니다. 이게 그 유명한 '좌빵 우물'룰이죠. 이것만 알아도 버벅거리지 않고 웨이터로부터 "제법인데요"란 평가를 받을 겁니다. 이밖에 수프와 샐러드, 스테이크 익힘 정도와 디저트 종류를 선택하라고 할 때는 잘 모르면 "웨이터가 좋은 것으로 추천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와인잔은 오른쪽 물잔 옆에 놓입니다. 빵은 전채부터 디저트 나올 때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단지 먹을 때 부스러기가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 칼로 빵을 잘라먹지마세요. 부스러기가 많이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은 칼로 썰어먹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손으로 뜯어먹는 게 정석입니다. 빵은 스님들이 발우공양 때 식기를 깨끗하게 닦는 김치처럼 설거지용으로도 이용됩니다. 수프가 조금 남았을 경우 남은 빵으로 깨끗하게 닦아먹는 건 결코 결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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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기까지는 웨이터에게 자꾸 물어라. 아는 척 하는 것보다 묻는 게 더 품위있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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