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식의 현주소(하)

  • 입력 2008-01-04   |  발행일 2008-01-04 제37면   |  수정 2008-01-04
전주 비빔밥 추월할 향토 음식 개봉박두!
◇ 대구·경북 전통·향토음식 보고서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식의 현주소(하)

'고수급 공무원'이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승진발판용 사업 찾기'에 혈안이 됐는데 이젠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데 헌신하는 숨은 일꾼이 적잖은 것 같습니다. 시와 도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거의 동시에 향토 전통 음식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대구 한의대 경산문화연구소(소장 조춘호)가 대구시 보건위생과의 용역을 받아 2005년 12월에 펴낸 '대구 전통·향토 음식'은 대구에 산재한 한식 콘텐츠를 집약했다는 데서 큰 의의를 가집니다. 이 보고서에선 대구의 반가(양반)음식 현황이 비교적 소상하게 적혀있습니다. 달성서씨, 옻골 경주최씨, 현풍곽씨, 서흥김씨 한훤당, 묘골박씨 등의 종가 음식이 소개됐습니다. 특히 옻골 최씨 종가에선'태양 떡국'이 이채롭습니다. 이 문중에선 여느 집안과 달리 가래떡을 썰 때 어슷하게 썰지 않고 태양처럼 동그랗게 썹니다. 현풍곽씨 종가에선 연근·사과·당근 정과, 연근 물김치, 생강으로 만든 다식용 생란, 서흥 김씨 한훤당 종가에선 전통주인 스무주(겨울에는 술이 익는데 스무날 걸린다고 해서 그렇게 불림), 묘골박씨는 연잎 국수와 대추 미음, 술안주용 백김치 등이 대표 별미로 소개됐습니다.

이밖에 대구의 전통사찰 요리도 소개됐습니다. 동화사의 경우 연밥, 호박선, 다시마·연잎·죽순 조림, 참외 생채, 동화사 내원암은 가지전, 감기 예방에 좋은 능이국, 연근 초절임, 마생채, 민들레차 등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경북도도 지난해 12월말 보고서를 출간했습니다.

특히 안동의 퇴계 종택, 경당 종택, 하회마을 풍산 류씨, 농암 종택, 수애당, 봉화 닭실마을, 영양 두들마을 등 경북의 대표 전통 반가 음식을 레시피와 사진을 곁들여 정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밖에 도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재 현황, 그 약재로 만들 수 있는 약선요리와 대표적 약선 식당까지 수록했습니다. 영주의 '약선당 식당'과'풍기 인삼갈비', 문경읍 '깊은 산속 화로구이',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의 '흥부네 토종 한방 순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관광식당', 울진군 북면 덕구리 '솔밭 오심이',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천련산 가든', 안동시 정하동 '청록 한정식', 구미시 남통동 '돌담 백숙', 칠곡군 지천면 '봄이 가득한 마실', 김천시 신음동 '상묘' 등입니다. 하지만 이 식당들이 한약재만 섞었다고 해서 약선식당이라 명명되지 않나 적이 염려됩니다.

올해 한국 음식사에서 주목할만한 백서 한 권이 다음 달에 발간될 모양입니다. 농촌진흥청 자원개발연구소 한귀정 박사가 전국 각처에 흩어진 전통음식 목록을 체계화시킨 '한국전통음식대관(총 10권·교문사 간행)'입니다. 1984년 문화관광부가 한국음식대관을 펴냈지만 지역별 전통음식 정리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향토 음식 지킴이 농업기술센터

 대구음식박람회에 헌신하고 있는 대구시 보건위생과의 활동도 갈수록 힘찹니다. 전국에선 처음으로 동화사, 경상감영공원 등 대구의 10대 관광지별 유명 맛집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맛지도로 펴낼 모양입니다. 동구·중구청 위생과도 지역내 괜찮은 음식점 발굴에 앞장섰습니다. 특히 중구청은 관내 30년 이상 장수업소를 발굴해 다양한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도 관광산업과는 경북 방문의 해를 맞아 도내 23개 시·군별 '경북의 숨은 맛집'을 골라내 홍보 책자로 펴냈습니다.

특히 새경북기획단은 경북 음식으로 돈을 벌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 지난해 12월26일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재령이씨 집성촌 두들마을 정부인 안동장씨 예절관에서 '경북 음식의 재발견과 마케팅 방안'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신라요리직업전문학교 배승근 원장도 향토음식 개발에 앞서고 있습니다. 배 원장은 청도·구미시 향토개발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배 원장은 "향토 음식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지 말고 실제 얼마나 좋은 지 식품영양학적으로 확실히 검증하는 게 시급하다"고 꼬집네요.

이밖에 농촌진흥청 내 농촌 자원과, 도 농업기술원 내 생활기술과와 시·군 농업기술센터, 시·군 관광과에서도 어필되는 향토 음식 발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 농업기술원 생활기술과 정용선씨(49)도 한식에 엄청 관심이 많습니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는'향토음식 맥잇기 사업' 일환으로 시·군에 산재한 솜씨 보유자를 발굴했습니다. 현재 도내 시·군 센터에 833명(지난해 말 기준)의 회원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거의 식당 주인이 아니고 한식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입니다.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에는 '문경새재 오는 길'이란 향토음식체험교육원이 있습니다. 그곳을 지키는 박지윤씨가 만드는 약돌 돼지 산채요리 정식은 일본에까지 알려져 지난해 12월30~31일 일본 관광객 2명이 이 집에 묵고 갔습니다. 올해엔 청도에도 그런 공간이 생길 예정입니다. 모두 농업기술센터의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 덕분이죠.

이밖에 상주 우리음식연구회 조상희 회장은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 일환으로 한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과는 봉화 닭실마을도 유명하죠. 경주의 경우 내남면 이조리 박미숙씨가 꾸려가는 한정식 '수리뫼'도 새로운 한식의 맛을 선사합니다. 봉화 우리음식연구회 김옥분 회장은 2007년 한국음식 대전에서 송이 요리 모듬으로 입선했고, 송이 축제 때 송이음식 체험 코너도 관리합니다.

다음주엔 안동시의 눈부신 '전통음식 계승 프로젝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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