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1)

  • 입력 2008-02-29   |  발행일 2008-02-29 제37면   |  수정 2008-02-29
高手는 차이, 下手는 우열을 따진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1)

대구의 중국차 문화가 최근들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2002년 대구시 수성구에 '쌍어각'이란 중국차 전문점이 생겨납니다. 1980년대초부터 지역의 일부 마니아들은 대만 등지를 다녀온 스님, 신부, 목사 등을 통해 보이차의 실체를 접하게 됩니다. 현재도 대구에는 홍인(紅印) 등 1천만~2천만원대의 명품 보이차 컬렉터도 수십명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지인들에게 대구의 보이차 문화가 다분히 '속물적'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더 비싼 보이차 담론'이 도드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위클리포유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중국차 관련 전문가들과의 다양한 그룹 인터뷰 내용을 '중국차 이야기'란 제목으로 게재할 겁니다.

시리즈 첫회 보이차 이야기를 위해 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종로의 보이차와 자사호(紫砂壺) 전문점 죽평다관(053-256-0268)에서 이경묵 사장과 중국 황실 다례 전문가인 김경애 한국 중화차 문화 연구회 대구지부장(53)을 만나 솔직토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회는 중국 황실다례, 3회는 자사호의 세계, 마지막회는 지역의 중국차 전문가 그룹 인터뷰 순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중국차 관련 좋은 정보를 주실 분은 (053)757-5296으로 전화하거나 제 메일에 글 남겨주세요.


# 보이차 입문하기 전에

그동안 대구에선 중국차를 얕잡아봤습니다. 일본에서 수입된 녹차 중심의 행다법이 득세한 탓인지도 모릅니다.

악덕업자들은 "이 집에서 가장 비싼 보이차가 뭐냐"고 질문하는 손님을 '봉'으로 취급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싼 게 그렇게 궁금합니까?

참고로 150년전 청의 광서제에게 진상된 '만수용단(萬壽龍團)'은 고궁박물관에 2급 국가유물로 소장돼 있으며 감정가만 1억원입니다. 보이차가 유명해진 것도 수천·수억대 보이차 얘기 탓이겠죠. 톨스토이도 묘한 위상의 보이차를 자기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 슬쩍 끼워넣습니다.

보이차=와인?

후발효 과정을 거치고, 오래될수록 더 깊은 맛을 내고 비싸지고, 적갈색의 빛깔과 향기의 다양성이 엇비슷하죠. 동경호, 동흥호, 복원창호, 원창호, 홍인 등은 최고급 프랑스 와인 '그랑 크뤼(Grand cru)'와 비교되죠.


# 보이차 1급 정보 알려주는 보이차 솔직토크

-보이차가 뭔가? '보이'는 지명이다.

윈난성의 차가 푸얼시에서 집산돼 티베트 등 중국 서부 내륙 등지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윈난성 차가 보이차로 불리게 된다. 지명이 차종으로 정착한 거다. 이는 대게가 동해바다 곳곳에서 잡혀도 영덕이 집산지라서 영덕이 '대게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지금 중국 가서 푸얼행 버스를 타면 푸얼에 내려주지 않는다. 스마오(思茅)에 내려준다. 왜 그럴까? '푸얼차'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지자 스마오가 지난해부터 자기 지명을 푸얼로 교체한 것이다. 푸얼의 새 지명은 '닝얼(寧耳)'. 국내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다.

일단 보이차 개념부터 정리하자. 2002년 중국 보이차 국제 학술 연구토론회를 거쳐 2003년 중국 위난성 표준계량국에서 세 가지 조건을 들어 보이차를 정의했다. 윈난성 대엽종(잎이 큰 것) 쇄청모차(발효하기 좋게 햇빛에 말리고 솥에 넣고 열을 가하고, 비벼 선가공한 원재료 찻잎)를 원료로 해서 발효한 산차(散茶·녹차와 같은 잎차)와 긴압차(緊壓茶·둥근 빈대떡, 벽돌, 버섯모양 등으로 압축시킨 것)만 보이차로 규정한다. 물론 윈난성 외 다른 성에서 나온 건 보이차가 아니다. 그렇다고 가짜는 아니다. 보이차가 유명하게 된 건 청나라 옹정제 13년(1735년) 보이차 진상제도(貢茶)가 실시되면서부터. 이때 한 덩어리 357g짜리 빙차(餠茶)가 생긴다. 문화대혁명기에 보이차 일곱 덩어리를 죽순 잎으로 묶어 배송하는 '운남칠자병차(雲南七子餠茶)'시대가 열린다. 76년부터 보이차 수출에 눈뜬다. 이때부터 7452, 7572 등과 같은 규격번호가 생긴다. 앞의 두 자리는 생산연도, 마지막은 차창(茶廠·차 제조공장)번호이다. 당시 멍하이(孟海) 등 4대 차장이 유명했다.

보이차는 후발효 미학이 특출나다. 일부 후발효차를 보이차로 착각한다. 보이차는 흑차의 일종이다. 가장 중요한 공정은 젖은 찻잎을 쌓아두고 발효시키는 악퇴(渥堆)와 압축하는 긴압 과정. 중국은 이 원천기술을 베일에 싸두고 한국에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악퇴가 꼭 흑산도 홍어를 퇴비 더미에서 긴급 숙성시키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2004년부터 중국 차창도 국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민영화된다.


-썩은 짚 냄새 나면 좋은 보이차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좋을 것일수록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역한 건 숙성된 게 아니다. 썩었다는 증거다. 명품 보이차는 20여회 우려내도 차성이 존재한다. 명품은 5·7·10년 주기로 맛이 변한다.

90년대 후반~2000년 국내로 잘못 숙성되거나 저급·짝퉁 보이차와 보이차 붐을 타고 대량 국내로 유입됐다. 이 과정에 누군가가 역한 냄새 나는 게 보이차라고 잘못 소문을 퍼트린 것 같다. 곰팡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가 많다. 하얀 곰팡이는 괜찮다. 그런데 파랗고 검은 곰팡이는 썩은 것이라 버려야 한다.


-보이차와 가격

윈난 현지에서 대구로 오는 루트를 보자. 2~3일 걸려 산지의 차가 칭다오로 와서 1주일쯤 중국 세관으로부터 식품검사를 받는다. 2~3일 걸려 배로 운송된다. 국내 도착해서 7~8일간 통관절차를 거쳐 상점으로 이동된다. 가령 신 보이차의 경우 그런대로 괜찮은 게 현지 평균가는 4만~5만원선. 대구에선 최소 8만원 이상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다. 괜찮은 것은 10만원 정도 줘야 된다. 그게 비싸다면 안 먹어야 된다. 이런 사정 감안 않고 보이차가 무조건 비싸다고 하면 보이차 전문점은 다 문닫아야 한다. 보이차를 진짜와 가짜보다 고급과 저급으로 구별하라. 현지인들이 우릴 속이려고 하면 대다수 전문가는 어쩔수없이 속을 수밖에 없다. 오래 된 보이차의 경우 워낙 고가라서 국제시장에 가격정보가 잘 알려져 있다. 가격으로 장난 못친다. 악덕업자는 가격보다는 포장지와 제조연도를 위조할 것이다. 참고로 중국 관광지에서 사면 바가지 쓸 확률이 높다. 지인을 통해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

◇글 싣는 순서

① 보이차 이야기

② 중국황실 다례 이야기

③ 자사호 이야기

④ 중국차 방담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1)
대구시 중구 종로 중국차 전문판매점 죽평다관에서 열린 중국차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이경묵 사장(맨 왼쪽)과 김경애 지부장이 보이차의 허와 실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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