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와 남정율 셰프의 파스타 수다 .4]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100% 압착유

  • 입력 2008-09-19   |  발행일 2008-09-19 제38면   |  수정 2008-09-19
올리브 오일 이야기
귀한거니 계란 프라이용으로는 사용하지 마세요
[이춘호 기자와 남정율 셰프의 파스타 수다 .4]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100% 압착유

◇…세계 최고의 웰빙 식용유가 된 올리브 오일

와인은 무조건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된장도 그렇죠. 특히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되는 올리브 오일에 대한 맹목적 편견은 더 폭증합니다. 지중해 생활권 사람들이 장수하는 원인은 올리브 오일 다량섭취라는 요지의 실험 결과가 심심찮게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에 게재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불포화 지방산이라서 항암효과를 가진 웰빙 식재료로 분류하더군요. 하지만 불로초가 없듯 '무조건 좋다'는 인식은 좀 무자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비둘기가 저녁 때가 되어 돌아왔는데 부리에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있었다. 그제야 노아는 물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8:11)'

이게 바탕이 되어 올리브 잎이 평화와 안전의 상징이 됩니다. 이번주엔 파스타를 더욱 향긋하게 물들여주는 데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인 올리브 오일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리브 종류 따라잡기

-올리브도 정제 방법에 따라 몇 종류가 되죠.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집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Extra virgin Olive Oil)·버진 올리브 오일(Virgin Olive Oil)·퓨어 올리브 오일(Pure Olive Oil)·포마체 올리브 오일(Pomace Olive Oil)입니다. 엑스트라 오일은 한번의 압착과정을 통해 추출한 오일로 버진 올리브 오일 중 완벽한 맛과 향을 갖추고 있으며, 산도가 0.5~1% 이하인 것이죠. 버진급은 한번의 압착과정을 통해 추출되며 완벽한 맛과 향을 갖추고 있으며, 산도가 1~3.5% 이하이고, 퓨어급은 압착과 정제를 통해 만들어지며 산도가 3.5% 이상인 것인데 흔히 향을 위해 포마체 오일에 소량의 엑스트라급 오일과 섞지만 향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제일 낮은 등급은 포마체로 올리브를 최초로 압착한 후에 남은 찌꺼기를 갈아서 만든 것으로 미처 압착되지 않은 오일을 원심분리를 사용하여 추출해서 쓴맛을 지녔으며 맛은 그다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엑스트라 오일을 너무 저급하게 사용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엑스트라 오일은 버진급 오일 중 최상품으로 우리의 경우 100% 참기름으로 보면 됩니다. 엑스트라도 크게 네 종류(엑스트라-파인-리파인-라판테)가 있습니다. 인공 첨가제가 없으니 그대로 먹어도 됩니다. 뭐라고 할까, 오렌지를 압착한 생즙과 같은 겁니다. 향과 풍미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도매가도 비싸, ℓ당 1만원선입니다. 저희 식당에서는 메이저급인 이탈리아산 필리포를 사용합니다.

3~4년전 명절 선물로 올리브 오일이 인기였죠. 인기는 인기였는데 주부들이 그렇게 좋은 오일을 너무 함부로 사용해 적잖게 놀랐습니다. 토마토는 열을 가해야 영양소가 제대로 살아나지만 엑스트라 오일은 그것과 정반대입니다. 그대로 먹는 게 가장 좋고, 특히 아토피가 심한 애들에겐 목욕후 발라줘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로션 대용으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계란 프라이용으로 절대 엑스트라 버진 오일 사용마세요-저는 계란 프라이용으로 사용해 왔는데 그래선 안되겠군요.

=절대로 엑스트라는 사용하지 마세요. 그건 센불에 닿으면 영양소가 많이 파괴됩니다. 계란 프라이용은 퓨어급이 적당해요. 프라이 할 때 좋은 참기름을 사용하지 않죠, 엑스트라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참, 양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숙성시킬 때 올리브 오일로 마사지시키면 더 맛이 있습니다. 파스타 요리를 할 때도 엑스트라를 맨 끝에 조금 넣으면 훨씬 풍미가 높아집니다.

-흥미로운 올리브 상식을 들려주세요.

= 생산지가 더 시원한 지방일수록 옅은 맛이 납니다. 올리브 오일은 강한 햇볕과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면 제 맛을 잃어버리므로 햇살이 들지 않는 그늘진 실온에서 보관하세요. 산도가 낮을수록 깊은 맛이 나고 가격도 더 높습니다. 와인처럼 색깔로 올리브 오일을 판단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맛을 봐야 합니다.


-좋은 올리브 오일 고르기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흰 접시에 오일을 부어놓으면 모두 노란색입니다. 그래서 맛도 다 비슷할 거라고 믿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레드와인이 외관상 붉은색이라도 맛을 보면 제각각이잖아요. 올리브 오일도 그래요, 입에 닿으면 맛이 박하향처럼 혀 전체로 번지는 게 있고 닿는 부위에서만 단조로운 맛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향기가 넓고 깊게 번지는 게 좋죠. 정말 좋은 건 오일이 혀 안으로 들어가고 난 뒤 잔향이 은은하게 스며나와요. 명품 와인도 그렇잖아요. 올리브 오일은 지중해 연안 지방에서 재배된 올리브 열매의 과육을 압축해 만들어 지는데, 연한 녹색을 띠며 추출 순수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이에 따른 등급도 달라집니다. 맛을 음미할 때는 컵에 따른 오일을 잘 흔들어 퍼진 향기를 맡아본 후 한 모금 입에 뭅니다. 이때 혀끝을 돌려가며 맛을 음미한 후 삼키면 되는데, 뒷맛이 오래 지속될수록 좋은 거죠. 종종 레몬, 멜론, 사과와 같은 과일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순수한 올리브 오일이라는 증거입니다.



#식빵 소스…발사믹식초와 올리브 오일 1대1로 혼합

우리 조리사들은 올리브 오일을 일반 식용유로 착각하기도 한다.

자신의 요리에 맞는 오일도 안 갖고 있다.

남 셰프는 매운 요리에는 매운 올리브 오일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매운 고추를 오일에 1주일 담가놓으면 저절로 매콤한 오일이 된다. 마늘은 물론 생강, 허브 등을 넣어도 거기에 맞는 향을 만들 수 있다.

그가 올리브를 이용한 소스 '살모닐리아(Salmonilia)' 레시피를 공개한다.

정제 올리브 오일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으깬 마늘을 갈색이 날때까지 볶는다. 이때 핑크 페터를 넣고 살짝 볶는다. 여기에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듬뿍 넣고 바질·로즈마리·타임·파슬리를 함께 넣고 살짝 볶으면 된다. 바로 이 맛이 이탈리아 레스토랑 맛이다.

올리브 오일과 궁합이 잘 맞는 식초가 있다. 바로 발사믹 식초다. 이 식초는 로마군단에서 비롯됐단다. 출병하는 병사들의 개인보급품에 '사품(Sapum)'이라는 포도농축액을 담은 가죽주머니를 주어 전투작전 중에 반드시 물에 섞어 마시도록 하였다. 사품은 특이한 발효 현상으로 인하여 포도주가 아닌 달고 신 맛을 띤 식초로 발전한다.

이탈리아에선 발사믹 식초를 소스로 분류한다. 요즘 웬만한 레스토랑에선 에피타이저용 식빵용 소스 재료로 많이 활용된다.

엑스트라 버진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1 대 1로 섞으면 된다. 그 소스에 빵을 찍어먹으면 버터나 딸기잼에 찍어먹는 것보다 낫다. 맛은 새콤달콤. 발사믹 식초는 샐러드 만들 때도 잘 어울린다.

발사믹 식초는 일명 포도 식초로 와인처럼 오크통에서 숙성해 만든다. 양식당에선 스테이크 요리 만들 때 시럽으로 활용한다. 식초를 졸여서 3분의 1 정도 수분을 날리면 걸쭉해지는데 바닥에 그림 그리듯 깔아 내면 된다.


◇취재협조=스파밸리 내 그린비(053-608-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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