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통장서 5천만원 빼내 달아나”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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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26 07:43  |  수정 2012-01-26 07:43  |  발행일 2012-01-26 제9면
상주 김영익씨 집비운 사이 털려 ‘발동동’
다방 여종업원에게 인출시킨 범인 추적중
“암환자 통장서 5천만원 빼내 달아나”

“그 일만 생각하면 살이 떨리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이 어려움에 빠져있는 촌사람의 돈을 훔쳐갈 수 있는지….”

간암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농민의 통장을 훔쳐 5천여만원을 인출해 달아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0일 오후 외출했다 귀가한 김영익씨(56·상주시 공성면 초오리)는 느낌이 이상해 통장과 패물을 넣어둔 가방을 열어 보았다. 통장 4개와 아내의 결혼 패물이 사라지고 없었다.

즉시 거래 정지 신고를 한 김씨는 다음날 은행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농협에 가서 계좌를 확인했다. 5천여만원이 들어 있던 4개의 통장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전날 13회에 걸쳐 모두 인출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간암환자인 그는 지난해 1월 아들의 간을 이식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만사를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는 김씨에겐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어서 ‘걱정거리와 일을 가급적 내려놓고 편히 생활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중이었다.

상주경찰서가 농협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시내 A다방의 J양이 상주시내 4개 농협을 오가며 모두 인출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J양은 “모 여관으로 차를 배달시킨 남성이 심부름을 시켜서 해준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J양은 “심부름을 시킨 사람은 모자를 눌러 쓰고 진한색 선글라스를 써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며, 다만 어투가 경상도와 서울 말씨가 섞인 것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J양의 행적을 주시하는 한편 용의자들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를 추적하고 있다.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모질면 간 이식을 한 환자의 돈을 훔쳐간답니까. 남편이 수술을 한 후에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위태위태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그 일을 당 한 후부터는 남편의 몸이 더 안좋아져서 걱정입니다.”

김씨의 부인은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금품을 잃어버린 것이 분하고, 그 때문에 남편의 건강이 악화된 것이 더욱 분하고 억울하다며 치를 떨었다.

김씨가 잃어버린 돈은 간이식수술을 받느라 진 빚과 농협에서 빌린 영농자금을 갚을 돈이며 아들의 대학등록금이기도 하다. 김씨는 “통장을 잃어버린 후 연말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빚을 갚으라는 통지가 날아드는데, 그 때마다 잃어버린 돈이 생각나 울화가 치민다”며 하소연했다.

상주=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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