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국밥·육개장로드

  • 이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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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3-02-08  |  발행일 2013-02-08 제면
소피 들어가면 ‘따로’ 안 들어가면 ‘육개장’
중앙네거리 인근 따로골목 “맛 거의 흡사해”
옛집·벙글벙글·장작불 등 육개장 순례 추천
20130208
대구시 중구 전동에 자리한 따로국밥거리, 단맛을 최대한 배제해 옛날 쇠고기국 같은 남산동 ‘장작불’의 육개장.

대구만큼 다양한 쇠고기국을 가진 고장도 없다.

쇠고기국은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육개장·따로국밥·해장국·가정집 쇠고기국 등인데, 이게 숱한 편견과 오해를 빚고 있다. 전문가도 차이점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대구시가 지난해 관련 사료를 토대로 대구를 ‘육개장의 고장’으로 선포했지만 아는 사람만 알고 대다수는 둔감한 실정.

아직도 서울을 육개장의 발상지로 아는 이가 많다. 아니다. 서울음식은 개성음식 영향을 받아 얼큰하고 화끈한 쇠고기국은 멀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울의 가정집 쇠고기국은 육개장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고춧가루 대신 후추를 사용하는 꼭 기제사 때 먹는 탕국과 흡사하다. 대구육개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로 수출된다. 일제 때 대구가 육개장의 도시임을 알려주는 사료(1929년 종합잡지 별건곤 등)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통상 쇠고기국을 ‘육개장’으로 통칭한다.

그럼 육개장과 따로국밥의 차이점은 뭘까. 소피(선지) 사용 유무로 구분하면 된다. 들어가면 따로국밥, 안들어가면 육개장.

하재용 중구음식업지회장은 “따로국밥은 무와 파를 한번 데친 뒤 사용하고 육개장은 거의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맛이 더 강한 게 특징”이라고 분석한다.

육개장도 사골육수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기존 쇠고기 육즙을 이용해 끓이느냐에 따라 사골육수 육개장과 일반 육개장으로 나눠진다. 그런데 서울역과 강남터미널 근처 육개장은 정체불명의 ‘잡탕스타일’이다. 과도한 고추기름, 풀어놓은 계란, 당면, 후추 등이 뒤범벅돼 정통 육개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다들 그게 진짜 육개장인 줄 안다. 물론 대구는 이런 스타일을 안좋아한다. 서울권 육개장은 고기를 결대로 찢는다. 하지만 대구는 칼로 뭉턱 썰어 넣는 게 특징이다.

이젠 워낙 다양한 육개장 스타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표준을 정하기도 어려운 실정. 물론 육개장 투어를 제대로 하려면 선택의 여지없이 대구로 내려와야 된다.

◆ 따로국밥 명가

따로국밥 명가는 중구 전동, 중앙네거리~만경관극장 사이에 몰려 있다. 국일따로국밥, 교동따로식당, 대구전통따로, 한우장, 한일따로국밥 등이 ‘대구따로국밥거리’를 형성했다. 다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하고 레시피와 맛도 90% 이상 닮았다. ‘365일 영업하는 게 따로국밥’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외곽의 경우 달서구 이곡동 성서따로국밥과 앞산 안지랑계곡 초입 ‘24시간 소피국집’으로 유명한 대덕식당이 있다.

따로국밥은 주막과 장터국밥 인프라가 육개장과 충돌해 태어났다. 7시간 이상 고아 사골육수를 얻어낸 뒤 대파와 무, 그리고 선지를 넣고 푹 끓인다. 해장국·육개장·곰탕의 합작품 같다.

따로국밥 종가는 옛 대구은행 본점 서쪽에 있는 올해 67년 역사의 국일따로국밥. 광복 직후 서동술·김이순 부부가 한일극장 옆 공터에서 난전국밥으로 출발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대구시민과 동고동락할 업소로 보인다. 종가도 좋지만 따로국밥을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 다른 집도 순례해보길.

한때 대선특수를 가장 많이 누렸던 대덕식당 소피국은 참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엄밀히 말해 ‘서울 청진동 해장국’과 비슷하다. 대파와 무 대신에 우거지와 토란이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국밥보다는 해장국에 가깝다. 단지 사골육수와 선지가 포함돼 있어 해장국 스타일의 ‘퓨전따로국밥’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때 ‘화학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는 업소’라는 소문 때문에 맘 고생이 많았다. 사실이 아니었다. 사골육수가 워낙 진해 꼭 하얀가루를 넣은 것처럼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는 넣지 않는다. 아직 깊은 국물맛은 여전하다. 한 그릇 4천원. 없는 사람들에겐 위안이 된다. 요즘은 반찬 없는 주부를 위해 수십종의 반찬까지 팔고 있는 게 눈에 거슬린다.

◆ 육개장 명가

따로국밥과 육개장은 아직 한 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통 육개장을 끓이는 업소에선 자기 집을 따로국밥집이라고 하면 정색을 한다. 최근 육개장업소 주인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어디로 가야 대구육개장 맛을 볼 수 있을까. 중구 시장북로 육개장 전문 옛집식당, 2·28공원 서쪽 골목에 있는 벙글벙글, 남산2동 장작불국밥, 종로 진골목식당, 경산 온천골 등으로 압축된다. 모든 업소가 선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온천골을 제외하고 모두 사골로 육수를 낸다.

육개장 종가는 중구 시장북로 골목에 있는 옛집. 60여년 역사의 옛집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중구 대신동 서문교회 근처 골목 안에 있는데 60년대 옴팡지게 퇴락한 기와집 때문에 국맛이 더 난다. 하루에 딱 70인분 정도만 끓이고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20년전부터 기름이 적은 사태살을 넣는다. 사골육수로 국을 만들고 무와 대파, 토란 등이 들어간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보다 무거운 풍미가 느껴진다. 한 그릇 8천원.

벙글벙글도 옛집 못지않은 내공을 갖고 있다. 국물은 옛집보다 맑다. 38년 역사를 갖고 현재 본점 외 경대병원 앞, 수성동아백화점 뒤편에 2개 직영점을 갖고 있다.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맞은편 첫골목 언덕에 있는 장작불국밥은 최근 ‘다크호스 육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원정순 할머니에 이어 둘째딸인 김양선씨(69)가 대를 이었다. 원 할머니는 서울 종로에서 40여년 국을 끓였고 10년 전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맛이 천지차이’라면서 죽자고 장작불과 가마솥을 고집한다. 하루 120인분 정도 끓이면 끝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오후 2시부터 3시간은 휴식. 오후 5시부터 밤전투가 5시간 이어진다. 양지머리 등 내장을 제외한 쇠고기 7부위를 섞어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무도 단맛을 낸다고 해서 육수 낼 때만 사용하고 버린다. 숙주나물, 토란, 고사리 등이 들어가지만 다른 육개장과 달리 맑은 게 장점.

15년 전 경산 영남대 근처에서 태어난 온천골. 지역에서 가장 심플한 육개장으로 평가받는다. 사골 육수 대신 양지머리를 참기름으로 볶다가 채소를 넣어 끓인 일반 가정집 쇠고기국을 닮았다. 시내에 5개 체인점이 있지만 맛은 수준급이다.

중구 종로 진골목에 있는 진골목식당의 육개장은 근처 미도다방을 찾는 실버한테 인기짱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은 한옥 스타일의 업소로, 한때 코오롱 창업자인 이원만의 집이었다. 뻑뻑한 매운탕 국물 같아도 먹어보면 동치미국물처럼 담백한 맛이 전해진다. 소면이 들어간 육국수도 이 집에서 붐을 일으켰다. 입이 심심하면 호박전을 반드시 시켜먹어보라.

다른 데는 거의 한 그릇 6천원대지만 ‘5천원짜리 육개장 돌풍’을 일으키는 집도 등장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옆 골목에 있는 당골네가마솥소고기국밥은 2년 전 등장했지만 가격대비 가장 만족도 높은 육개장 시대를 열고 있다.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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