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國監서 정책허점 여실히 드러나

  • 수원에서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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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18 07:49  |  수정 2013-10-20 17:23  |  발행일 2013-10-18 제8면
의원들, 농업인 특허기술 가로챈 직원 ‘도덕적 해이’ 질타
농가경영 육성사업 富農만 지원 지적…‘탑라이스’도 부실
20131018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진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양호 농진청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가 수원 농촌진흥청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농진청 등 농업기관 4곳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진청 정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상적인 국가 기관이 맞냐’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안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농업인의 특허 기술을 몰래 가로채 자신의 실적으로 포장한 연구직 공무원 사례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소속 연구관 이모씨는 지난해 농업연구과제 공모에서 ‘알루미늄 커튼 다겹 공기벽돌 기술’로 특허를 획득한 한 농민을 찾아 예산 지원을 해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기술을 그대로 전수했다.

얼마 후 이 연구관은 이 기술을 자신이 개발한 것처럼 발표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 이 연구관이 2009년에도 국민제안으로 나온 농민 아이디어를 그대로 도용해 ‘고압다용도 살수기’를 개발해 표창까지 받았다.

윤명희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농민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 기관의 공무원이 어떻게 농민이 피땀 흘려 개발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훔치고 훈장까지 받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양호 농진청장은 “현재까지 보고받은 사항을 검토 중이며,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조치하겠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농진청이 13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도 사용자가 전무해 무늬만 국가시스템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작물별 병해충에 대한 예찰 매뉴얼을 농진청이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군위-의성-청송)은 “국가 대표 농업 연구개발기관이라는 곳이 국내 주요 농산물에 대한 병해충 피해현황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농업 연구장비도 이용률이 현저히 낮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5년간 농진청 연구장비 사용횟수를 살펴보면 2012년 기준 1천316대 가운데 연간 사용횟수가 25회 미만인 저활용 연구장비는 전체 19%인 248대였다.

농진청은 또 103억원을 투입해 91대 농기계를 개발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53)의 기종이 20대 이하의 보급 실적을 보였다.

가령 2009년 농진청이 개발한 육질 등급 판정기는 3년간 개발에만 2억2천300만원이 투입됐지만 한대도 보급되지 않았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여성용 농기계 보급률은 15.3%로 여전히 낮았다. 농진청은 여성농업인 농기계 16기종을 개발했지만, 단 4대만 보급했다.

강소농(强小農)을 육성하고 농가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농진청이 도입한 선도농가경영 육성사업 지원에도 이른바 부농(富農)만 집중 육성해 빈축을 샀다.

김승남 의원(민주당·전남 고흥-보성)은 “선도농가경영육성사업은 농업소득 3천만원 미만의 소규모 가족농을 대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농진청은 평균 5천만원이 넘는 고소득 부농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2005년부터 수입쌀과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농진청이 95억원을 투입한 탑 라이스(Top Rice) 개발도 실적이 지지부진했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충남 홍성-예산)에 따르면 탑 라이스가 개발된 지 8년이 넘었지만, 국내 쌀 전체 재배면적 대비 탑라이스 쌀의 시장 점유율이 0.17%에 불과했고, 재배 농가 수 또한 0.16%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양호 농진청장은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충분히 검토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창조경제 시대에 부합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농업기술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해명했다.

수원에서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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