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테너와 닥터가 만나 클래식공연이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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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15   |  발행일 2013-11-15 제41면   |  수정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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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모의 스테이크. 그렇게 예쁘게 꾸미지도, 일부러 맛을 내려고도 하지 않아 꼭 이웃집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기운이 돋아난다. 좋은 식재료에 굳이 메이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집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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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가 그랜드 피아노 위에 앉아서 홀을 바라보고 있다. 수플레처럼 부풀려져 나온 피자가 꼭 테너의 아랫배를 연상시킨다. 오티모는 매달 한 번 서울의 유수 성악가를 초청해 성악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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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띠모의 신메뉴인 블루베리 향이 물씬 풍기는 베지테리언 스파게티. 스파게티의 향과 블루베리의 향, 그리고 크림소스의 농도를 알맞게 조화시키는 게 무척 어렵단다.


테너 임제진씨와 의학박사 신이철씨(21세기내과 원장).

올해 44세 동갑인 둘은 대구 오성고 동기간. 둘 다 ‘아웃사이더’ 유전자가 짙다.

신 박사는 클래식은 물론 온갖 음악에 심취해 있다. 클래식에서 제3세계 뮤직까지 웬만한 장르의 음악을 파일로 간직할 정도다. 다른 의사보다 ‘모험심’을 하나 더 갖고 있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클래식 공연이 있는 레스토랑을 꿈꿨다. 이탈리아 푸드에 나름의 안목이 있는 셰프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게 임 테너.

임 테너도 참 불꽃같은 사내다.

계명대 성악과를 나와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왔다. 2002년 귀국, 2005년까지 국립오페라단 객원단원 자격으로 오페라 투란도트, 사랑의 묘약, 카르멘, 라트라비아타 등 100회 이상 출연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유학 시절 이미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감을 많이 익혔다. 식재료궁합에 눈을 뜬 것이다. 하지만 오너셰프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클래식 무대가 아직 특수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식사를 하면서 편하게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교두보 같은 레스토랑이 절실하다고 믿었다.

올해 ‘오띠모’로 오기까지 여러 레스토랑을 거쳤다. 2007년 대구시 북구 복현동 한 건물 4층에 ‘오 솔레’라는 레스토랑을 차린다. 지역의 첫 클래식 공연 전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무대가 협소했다. 그래서 2008년에는 계명대 성서 캠퍼스 근처로 이전한다. 요리 과정에 생겨난 주방의 매캐한 기름 냄새 등이 그의 기관지를 탁하게 만든다. 피곤한 목을 안고 초청 공연 무대에도 달려가야 했다. 요리와 공연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천근만근의 세월’이라고 여겼다.

지난 10월12일 둘은 가슴이 벅찼다.

지역의 클래식 동호인들도 깜짝 놀란다. 국내 메이저급 테너로 인기가 높은 김남두씨의 살롱 음악회는 60석 모두 예약됐다.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도 생겼다. 공연 감상하며 식사하는 가격은 1인당 7만원.

초청받은 김 테너도 처음엔 조금 당황한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시절 같이 노래한 후배의 간청을 거절하기 뭣해서 허락했다. 하지만 이날 김 테너는 예상외의 열광적 반응에 무척 고무된다.

임제진·신이철씨 운영
‘오띠모’ 잔잔한 화제

10월 김남두 살롱음악회
1인분 7만원 전석 매진

중년 위한 웰빙에 초점
채소크림스파게티 개발


◆ 오띠모 음식을 맛보다

수성못 동편 뉴욕뉴욕 레스토랑 북쪽 맞은편 건물 2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띠모(OTTIMO·이탈리아어로 ‘최고’란 뜻)’가 있다.

다크 브라운 계열의 조금은 바(Bar) 같은 분위기였다. 안쪽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여기서 내는 파스타 종류는 베지테리언 크림 스파게티 , 풍기포르치니(포르치니 버섯과 올리브유로 맛을 냄) 등 19가지. 기회만 주면 수백 가지도 만들 수 있단다. 전반적으로 요즘 젊은이 취향의 반들거리는 메뉴와는 차이를 둔다. 식재료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잔재주를 덜 부린 것 같다.

그는 중년을 위한 ‘웰빙 스파게티’ 개발에 주력한다. 어렵사리 채소와 과일 등이 축을 이룬 블루베리가 들어간 ‘베지테리언 크림 스파게티’도 개발했다. 주방 화덕에서 만든‘피자이올라 피자’의 중심부는 성난 복어처럼 배가 부르다. 반죽 숙성이 잘 된 덕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TIP

평일 점심 때 파스타 1만원 균일
16일 정상급 베이스 함석헌 무대

솔직히 메뉴에서‘옥에 티’도 보였다.

하지만 둘의 열정이 그 티를 다 지워준다. 자기 음식에 대한 단골의 지적을 다음 음식에 반영하려는 그 배려심에 밑줄을 긋는다. 식재료도 전반적으로 착하다. 무엇보다 매월 한 차례 괜찮은 성악가를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 월~금요일 점심 대다수 파스타를 1만원 균일가로 파는 ‘만원의 행복 타임’도 재밌다.

16일 오후 7시에는 국내 정상급 베이스인 함석헌이 오띠모 11월 무대에 선다. 개그토크에 능한 함석헌은 이날 정훈희의 ‘꽃밭에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을, 함께 서는 임 테너는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 등 귀에 익은 대중가요를 성악적으로 풀어낸다. 1인분 5만원. (053)767-7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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