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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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16   |  발행일 2014-05-16 제41면   |  수정 2014-05-16
음식, 맛있는 건축을 만났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대구스타디움 근처 새로운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는 누오보의 야간 전경. 극도로 심플하면서도 아주 깊은 온기를 가진 노출콘크리트 건축물이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의 가장 큰 매력은 갤러리 콘셉트를 식당 분위기와 매치를 시킨 점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시원하게 뚫린 구석 공간을 모빌 같은 장식등이 장방형 식탁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새롭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대구스타디움 근처에 있다. 꼭 ‘외딴 성채’ 같다. 잠시 정갈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건축디자인이 음식 맛을 압도한다. 실내 분위기가 명품 레드와인을 닮았다. 한편으론 이웃집 아저씨의 푸근함이 깃들어 있다. 이게 디자인 감각 아닐까. 극도의 심플함, 그러면서도 도도한 휴머니즘이 공존한다.

레스토랑이면서 일정한 수준을 가진 갤러리다. 2009년 9월에 문을 열어 이듬해 5월 최영범 사장의 고집으로 갤러리까지 연다. 지역에선 처음으로 갤러리버전의 레스토랑 시대를 열었다.

차도에선 맨 위에 있는 3층만 빼꼼히 보인다. 단층 집인가 싶지만 실은 아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3층 건물이다. 시선(창문)은 거의 차단했다. 그래서 첫인상이 꼭 회색톤 ‘중세 기사’ 같다. 실내 포인트 오브제가 방문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입구의 통유리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론 갤러리, 정면에는 근처 농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가림벽이 보초처럼 서 있다. 오른편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벽체는 노출 콘크리트조, 바닥은 갈색 티크집성목으로 치장해 놓았다. 2층 입구에는 인도네시아 폐선을 갖고 육중한 ‘원목커튼’을 설치해놓았다.

북측 언저리가 짜릿하다.

1~3층이 하나로 뚫려 있는, 천고높은 개방공간이 있다. 거기에 10여개의 장식등이 모빌처럼 달려있다. 3층에서 1층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이 각별하다. 기하학적 미학이 돋보이는 식탁을 향해 셔터를 눌러본다.


◆ 맛있는 건축디자인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누오보의 디저트 치즈케이크.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미삼, 새우, 바지락조개, 토마토, 모차렐라치즈가 어우러진 전채요리.

거기에 한 명의 건축디자이너가 나른하게 앉아 있다.

이 집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을 한 이용민씨.

그가 누오보를 음식에 비교한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입안 가득 저며오는 묵직한 보디감의 양념 갈비 같아요.”

그는 냉면집에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먹고 싶을 때, 매운탕과 담백한 국물의 탕이 같이 먹고 싶을 때, 이 대략 난감한 욕심을 어떻게 충족 시킬 것인가라는 갈등과 고민으로부터 누오보의 건축개념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키워드는 비움과 채움(VOID & SOLID),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란 건축적 화두가 누오보에 감춰져 있다.

식당 공간을 연출하는 건축적 기법은 무수히 많다. 같은 메뉴의 음식을 조리할 때 어떠한 재료로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건축 또한 마찬가지. 공간에 담아야 할 프로그램의 기능적 요소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시각적으로도 그 미적 아름다움이 기능과 잘 조화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맛갈을 지닌 건축물로 태어난다. 음식이 허기진 배를 채우는 역할만 한다면 미각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건축의 미적 조화는 맛있게 잘 조리된 음식의 맛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휼륭한 건축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흥은 맛있는 음식을 통해서 느끼는 행복한 포만감과 일치한다고 해도 그 표현에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그는 건축과 인테리어 계획에 있어서도 역시 내외부를 하나의 개념으로 일체화시키는 데 더욱 주력했다.

2층의 창문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동쪽은 좀 넓게하고 반대로 서쪽 벽의 창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풍광을 가려주기 위해 한 뼘 정도의 폭만 주었다. 2층에 아주 특이한 나무 조각품이 있다. 삼성가 소유인 리움미술관 측에 계약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누오보로 흘러 들어온 윤석남의 ‘할머니와 유기견’ 시리즈물이다. 연작 108개 중의 하나다.

전시가 있을 때는 필히 갤러리부터 먼저 관람한 다음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닫힌 감성의 뚜껑이 활짝 개봉될 것이다. 그렇게 부드러워진 감성으로 레스토랑을 이용한다면 한층 더 우아하고 풍성한 식탁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누오보 갤러리

누오보 갤러리를 20여명의 작가가 지나갔다.

영남대 서양화과 정병국 교수를 필두로 최병소, 제여란, 최병소, 윤우승, 차규선 등이다.

연 6회 이상의 초대 기획전으로 구성되는데 매년 1회의 기획전에서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하고 있다.

근처에 대구미술관과 대구스타디움이 있다보니 국내외 VIP가 주도적으로 이용했다.

2011년에 개최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업체인 ‘리닝’이 누오보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한다. 리닝이 후원 선수로 육상에 아사파 파월,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 창던지기 안드레아스 토르킬드센 등이 대회에 참석했다. 리닝의 소속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누오보에서 선수 취재와 각국 기자단의 저녁 만찬 등 여러 행사가 이어졌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총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9월 중순쯤 <주>대성에너지가스 본사로부터 세계에너지 총회에 참석하는 귀빈의 저녁 만찬을 누오보에서 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참석 귀빈은 각 나라의 장관급 이상이었다. 후에 대성 측으로부터 모든 귀빈이 매우 만족하였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 첨단 와인셀러

일반 레스토랑에선 보기 힘든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도 보유하고 있다.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 2등급 샤토 꼬 델스투르넬과 샤토 린치 바주, 3등급 샤토 지스쿠르, 4등급 샤토 탈보와 샤토 라퐁로쉐 등이다. 이탈리아 고급와인인 바를로, 사시카이야, 브로넬로 디 몬탈치노, 티냐넬로가 포함되어 있다. 신세계와인 중에서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와인도 맛볼 수 있다.

와인셀러도 고품격이다. 제작비만 1천여만원. 프랑스, 독일 등에서 기술을 습득한 모 창호 전문업체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누오보에 설치한 첨단셀러다.

안에서 문을 잠그면 밖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음이 완벽하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분리하여 저장하고 레드와인은 18℃, 화이트와인은 10℃에서 보관한다.


◆ 음식 이야기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누오보(NUOVO)’
누오보의 맛과 친절을 책임지고 있는 총괄 매니저 김강우씨(왼쪽)가 레스토랑 설계자인 이용민씨와 모처럼 새로운 양식 메뉴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스토랑의 총괄 매니저인 김강우씨(39)를 만났다. 안동 출신인 그는 90년대 중반 음식에 입문했다. 대명동 앞산의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고 2000년 초반 수성구 레스토랑업계에 진출한다. 비잔티움의 오픈멤버로 참가했다. 와인과 프랑스요리에 대한 열망으로 시내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디종’에서 6개월간 수련을 쌓는다. 다시 수성구에 입성하여 ‘포세이돈 레스토랑’ 오픈의 주축을 담당한다. 이어 빈센트 레스토랑에서 기본입지를 다지고 2000년 중반 수성구에 큰 반향을 불러 온 라벨라 쿠치나에 있다가 2009년 누오보 오픈멤버로 참여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메뉴라인을 만드는 데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오픈 초기부터 식재료에 대한 까다로운 잣대를 항상 추구해 왔다. 국내산 한우 1등급 이상의 안심과 채끝등심만을 고집했다. ‘누오보 식재료는 정말 귀하고 깐깐하고 건강하다’는 평가를 듣고 싶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메뉴라인이 형성된다. 그동안 다소 부족했던 생선요리에 대한 비중을 늘린다. 바닷가재·농어·연어·새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생선모듬요리, 런치메뉴인 파스타코스도 새로이 선보인다.

그는 손님의 욕구를 잘 핸드링한다.

“손님 욕구는 제각각입니다. 일단 선선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먹도록 하는 게 제일 기초적인 욕구죠. 여기에 최상의 서비스와 분위기가 이루어지면 더 만족스럽죠. 하지만 대다수 셰프는 여기서 만족하죠. 손님의 욕구는 셰프의 욕구를 넘어서기 마련입니다. 이 대목에서 총괄 매니저의 중재와 조화 능력이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셰프추천메뉴’를 추가했다. 요즘 대세인 힐링·소울푸드, 한때 세계 최고 인기를 얻었던 스페인 엘불리 레스토랑에서 유행한 ‘분자요리’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점심 특선은 3만6천원부터. 저녁 정찬은 9만원부터 11만원까지. (053)792-6900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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