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한국영화의 큰 울림, 세계를 매료시키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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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26  |  수정 2014-05-26 08:01  |  발행일 2014-05-26 제22면
‘도희야’‘봄’‘한공주’등 스토리 무기로 대작과 경쟁
국제영화제서 찬사 쏟아져…단편영화제도 잇따라 주목
작은 한국영화의 큰 울림, 세계를 매료시키다
칸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도희야’. 감독과 배우들이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작은 한국영화의 큰 울림, 세계를 매료시키다
영화 ‘봄’.
작은 한국영화의 큰 울림, 세계를 매료시키다
미쟝센단편영화제 포스터.

작은 영화의 의미있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흥행은 물론, 해외 영화제 수상과 함께 현지로부터의 반응도 뜨겁다. 모두가 국내외 대작의 틈바구니에서 일궈낸 값진 결과다. 이들의 선전은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알린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작은 영화를 알리는 또 다른 소통구 역할을 하고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영화제도 소개한다.

# 한국영화를 향한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도희야’는 현지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화제작 중 하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벌인 소녀 도희(김새론)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공식 스크리닝 이후 신선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에 대한 호평과 찬사가 쏟아졌다. 스크린 데일리의 수석 평론가 마크 아담스는 ‘사람을 끄는 매력의 훌륭한 배우 배두나가 영화에 영혼을 불어 넣었다’는 평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장면과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가 있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해외판매로도 이어졌다.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CJ E&M 측은 “외신 기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판매를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가장 빠르게 구매를 확정 지은 프랑스 배급사 Epicentre는 빠르면 9월, 늦어도 연내 프랑스의 60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 밝혔다. 여기에 일본과 독일도 관심을 갖고 구매를 타진 중에 있다.

‘봄’은 한국영화 최초로 밀라노 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가운데 대상(Best Film)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밀라노 국제영화제 측은 “‘봄’은 시나리오, 영상, 음악,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밀라노 국제영화제 대상은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를 후보로,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상이다. ‘봄’은 10개 부문 중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일찌감치 대상 수상 가능성이 예상됐다. 2005년에는 샤를리즈 테론,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러브 인 클라우즈’가 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조쉬 하트넷,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럭키 넘버 슬레븐’이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밀라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안드레아 갈란테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시나리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봄’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생애 마지막 모델을 만난 천재 조각가에게 찾아온 진정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한공주’는 다양성 영화 사상 최단 시간 1만명 돌파, 개봉 9일 만에 10만 관객 돌파라는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단 기록을 수립한 화제작이다. 이미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대상 등 세계유수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이처럼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공주’는 그 여세를 몰아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 판매된 것은 물론, 오는 6월18일에 열리는 제68회 영국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국제 경쟁부문에도 공식 초청됐다. 또 ‘베를린’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아저씨’ ‘똥파리’ 등을 소개해온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영화제의 공동 대표인 사무엘 자미에는 “‘한공주’는 배우 천우희의 놀라운 연기를 통해 전달되는 날것의 감정을 섬세하고 강렬하게, 그리고 예리한 리얼리즘으로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개봉 후 관객의 폭풍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10분’과 ‘셔틀콕’도 주목할 만하다. ‘10분’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KNN관객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고 2014년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대상과 INALCO 스페셜 페이버릿상 등을 수상했다. ‘셔틀콕’ 역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과 벳팩상, 2013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 독립영화사 한 관계자는 “기획과 스토리만 확실하다면 스타와 배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작은 영화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 발칙한 상상력, 참신한 개성으로 무장한 영화제 눈길

관객과의 소통의 장이자,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향과 미래를 진단해 볼 수 있는 몇몇 영화제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장르 공식을 답습하기보다 장르의 상상력을 시험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단편영화를 격려하고 지지해왔던 미쟝센 단편영화제(6월 말)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매년 가장 많은 단편영화가 출품되는 것은 물론, 스타 감독과 주목받는 단편영화를 배출하면서 명실상부 최고 단편영화제임을 입증해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본선 진출작은 총 57편. 세 차례의 신중하고 치열한 예심을 거쳐, 발칙한 상상력과 참신한 개성이 돋보이는 단편영화를 엄선했다. 특히 올해는 ‘무산일기’ ‘산다’ 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박정범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대표 집행위원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강진아·권혁재·김용화·노덕·민규동 등 총 10명의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박정범 감독은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더 새롭고 자유로운 영화세상을 꿈꾼다. 나를 심사위원장으로 뽑은 것 자체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5월29일~6월5일)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그동안 여성의 삶을 치밀하게 보여주는 국내외 영화를 소개해왔다. 올해는 켈리 레이차트, 리자 랑세트, 카트린느 브레야 등 쟁쟁한 여성감독의 작품을 비롯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만의 특색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다큐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낮은 목소리’1, 2, 3편의 전작 특별상영 역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기에 가능한 상영이다. 이외에도 밀양 송전탑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쟁점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낸 ‘밀양, 반가운 손님’, 낙태라는 예민한 문제와 그녀의 경험을 담아낸 ‘자, 이제 댄스타임’ 등 여성 다큐의 현재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29일부터 6월5일까지 8일간 개최되는 인디포럼영화제도 시선을 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인 이 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 형식을 빌려 독립영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신작 위주의 영화상영 형식에서 벗어나 포럼, 영화제작 워크숍 등이 공존하는 차별화된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백색인’, 박찬옥 감독의 ‘느린 여름’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감독의 작품과 한국 실험 영화의 선구자인 김윤태 감독의 ‘다우징’, 임창재 감독의 ‘오버미’ 등 한국 독립영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작품을 16㎜ 필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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