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84㎡ 아파트가 1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쓴 수성범어더블유 단지. 윤정혜 기자
올해 대구 부동산시장은 침체 속 극단적 양극화의 서막을 연 시기로 평가된다. 미분양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는 동시에 수성구와 중구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똘똘한 한 채' 가속화 현상은 두드러졌다. 동시에 3.3㎡ 평균 분양가는 3천만원을 돌파했다. 분양가 고공행진 속 할인분양과 공급 및 입주 절벽으로 국면 전환, 전세 실종도 올해 부동산시장을 관통한 특징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회사 '대영레데코'와 '빌사부'를 통해 '2025년 대구 부동산 10대 뉴스'를 짚어봤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은 첫 뉴스는 '똘똘한 한 채' 과속화다. '똘똘한 한 채'는 극단적 양극화로 들어선 대구 주택시장 단면을 드러낸 현상으로, 특히 서울 국평(국민평형, 전용 84㎡) 초고가 확산 흐름이 지역의 핵심지 선호로 번지면서 대구에서 국평 18억원 시대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수성구 범어더블유 전용84㎡ 아파트가 지난 10월 18억원에 거래됐고, 이 거래 후 19억·20억원 매물도 나오고 있다.
중구에서도 남산동 '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 전용 84㎡ 매물이 8억5천만원, 동구 신천동 '더샵디어엘로' 가 7억8천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및 대출 규제 강화는 확실한 1주택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똘똘한 한 채' 를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극화 속 신규 분양가 3.3㎡ 당 평균 3천만원 돌파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대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천30만원으로 집계됐다. '어나드범어' 평균 분양가는 3.3㎡당 3천930만원, '범어아이파크 2차'는 3천391만원을 기록했다. 분양가 급등은 수성구 범어동 등 핵심 입지 후분양으로 금융비용과 기본형 건축비 상승 및 발코니 확장 등 각종 옵션 필수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후분양 단지 청약 참패와 공급과잉이던 대구가 공급 및 입주 절벽에 진입했다는 점도 시장 방향성을 움직일 핵심 이슈로 꼽혔다. 미분양 적체와 대구시의 신규 인허가 중단 조치가 맞물리며 시장 흐름은 공급 과잉에서 부족으로 전환됐고, 실제로 모집공고문 기준 하반기 신규 공급은 전무했다.
침체기를 거쳐 공급이 줄어든 영향 탓에 입주 폭탄이 해소되는 동시에 입주 절벽으로 전환됐다. 대구 입주물량은 2023년 약 3만 4천호, 2024년 2만 4천호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만 2천호로 급격히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년간 시장을 짓누른 역대급 입주 과잉이 해소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유의미한 현상으로 봤다.
시장 침체와 맞물리며 후분양 단지들이 청약시장에서 고전하며 미분양 심화와 악성 미분양 누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후분양 단지들은 입주 시기가 임박한 만큼 계약금과 잔금을 단기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컸고, 건설 원가 상승분도 반영돼 가격 경쟁력이 낮았던 게 배경이다.
송원배 대영레데코·빌사부 대표는 "실수요자들은 짧은 기간 내 목돈 마련이 어려워 청약·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했고, 사는 집이 팔리지 않을까 두려워 계약을 미루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감소 속 할인분양과 미분양 양극화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대구 전체 미분양은 2022년 고점 대비 43% 감소했으나, 준공 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증가해 전체 미분양의 45% 수준인 3천394호가 남아 있다. 입지 좋은 수성구나 역세권 대단지는 빠르게 소진되지만 외곽 지역이나 소규모 단지는 외면받는 양극화가 심해졌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10~20% 할인분양도 두드러지며 기존 계약자와 형평성 문제로 인한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는 전세 실종과 월세 과속화를 부추기며 임대차시장의 주류를 월세로 바꿨다. 대구 월세비율은 2020년 42%에 그쳤으나 올해는 66%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전세 사기 여파와 고금리 장기화로 전세 기피 현상이 커진 배경이다.
이외에도 대영레데코와 빌사부는 미분양특례·CR리츠·미분양 LH매입 등 지방을 위한 부동산 대책의 한계와 서울 부동산 폭주 속 지방의 상실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 미지수, 광역권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10년 청사진을 올해 대구 부동산 시장의 10대 뉴스에 포함시켰다.
송 대표는 "대구 부동산 시장은 4년간 공급 과잉 터널을 지나 전환점에 들어섰지만, 미분양·할인분양·서울과 양극화 과제는 남아있다"며 "다만 입주물량 감소로 누적된 수요의 힘이 시장 하단을 받치며 향후 시장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되고 머뭇거리는 자에게는 격차가 찾아오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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