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대, 미국서 TK경제의 길을 묻다 ③] “지역에 다시 투자해야 도시가 산다”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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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7 13:31  |  발행일 2026-08-17
미국 LISC의 ‘지역 내 재투자’ 모델
대구경북과 서울 벤처투자 실적 비교. 사진=정지윤기자, 그래픽=염정빈 기자.

대구경북과 서울 벤처투자 실적 비교. 사진=정지윤기자, 그래픽=염정빈 기자.

주식시장 활성화 되면 기업은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사업 확장, 연구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고용 창출, 소비활성화까지 연결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코스피 시대'에는 자본시장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을 거쳐 실물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증시 활황이 대구경북 등 지역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식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코스피 시대'에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에도 투자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 또 지역에서 만들어지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이 다시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지역 내 재투자(Local Reinvestment)' 모델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 벌어지는 투자 격차


대구경북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과 대구경북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종합포털에 따르면, 대구 벤처투자액은 2022년 590억원에서 2023년 956억원, 2024년 99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986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3월 말 기준 투자액은 302억원이다. 경북도 2022년 1천167억원, 2023년 2천70억원, 2024년 1천75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2025년 90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3월말 기준 464억원이다.


반면 서울은 2022년 3조7천445억원, 2023년 2조5천574억원, 2024년 3조787억원, 2025년 3조2천61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도 6천90억원이다. 서울의 벤처투자액은 대구(올해 3월 말 기준)의 약 20.2배, 경북의 약 13.1배다.


이처럼 증시 호황에도 대구경북 성장기업으로 유입되는 벤처투자 규모는 서울과 여전히 차이가 크다. 이 같은 투자 격차가 지속될 경우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 고용 확대의 기회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대구경북이 자본시장 성장의 효과를 지역경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 유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지역 안에서도 자본이 기업과 경제활동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 미국 '지역 내 재투자' 활발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역 내 재투자(Local Reinvestment)'가 지역경제를 키우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한때는 '지역(Local)'과 '투자(Investing)'를 합친 '로커베스팅(Locavesting)'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지역 기업에 투자하고, 지역 금융기관이 지역사회에 자금을 공급해 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해 여기서 발생한 경제적 효과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도록 하자는 의미다.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LISC(Local Initiatives Support Corporation)를 비롯해 National Coalition for Community Capital, Mountain BizWorks, Slow Money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지역 자본을 다시 지역 기업과 지역사회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1979년 포드재단이 설립한 LISC는 미국 최대 규모의 지역사회 개발기관 중 하나다. 은행, 기업, 재단, 정부기관 등의 자금을 지원받아 대출, 보조금, 지분 투자 형태로 지역 사회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성장기업에는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 성장자금을 지원한다. 기업가들이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경영 컨설팅도 제공한다. 또 전국적인 금융기회센터(Financial Opportunity Center)를 통해 금융교육, 신용관리, 취업 지원을 함께 운영하며 개인의 금융역량도 높이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배우 케빈 하트가 공동 창업한 프리미엄 데킬라 브랜드 그란 코라미노(Gran Coramino)와 함께 미국 각 지역의 중소기업 150곳에 총 15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또 최근 3년간 LISC는 8천500개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더불어 100만개 이상의 지역 중소기업에 경영·기술 지원을 제공했으며, 1억2천3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다만, LISC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지역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입된 자본이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소득과 소비가 다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자본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핵심이다. 한 번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여러 차례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역시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과 함께 유입된 자본이 기업과 일자리, 소득과 소비로 이어져 다시 지역경제에 투입되는 '자본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디애나 해밀턴(Deanna Hamilton) LISC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of Development). <LISC 제공>

디애나 해밀턴(Deanna Hamilton) LISC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of Development). <LISC 제공>

◆ "지역에 다시 투자해야 도시가 산다"


"지역사회가 주택, 일자리, 교육·의료 등 삶과 경제활동에 필요한 기반을 갖추면 가족들은 더 오래 머물게 된다. 또 부를 축적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애나 해밀턴(Deanna Hamilton) LISC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of Development)은 지역 재투자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해밀턴 수석부사장은 "지역 자본 재투자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자금이 소규모 기업과 주택, 학교, 의료서비스 등에 투자되면 지역사회 안에서 순환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강화하며 세수 기반을 확대한다"면서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지역에 투자할수록 부를 축적하고 추가적인 자본을 유치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 내 재투자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본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신뢰와 관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은 신뢰와 관계, 지역사회의 참여에 달려 있다. 강한 지역경제는 주민, 기업, 학교, 비영리단체, 지역 지도자들이 공동의 비전을 향해 함께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인재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살기 좋고 활기찬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역 내 재투자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 유치와 지역사회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밀턴 수석부사장은 "인센티브와 간소화된 절차 등 경쟁력 있는 정책·세제 환경은 고용주와 기업가, 자본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유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업, 주민 모두가 번영할 수 있도록 인력 개발과 교육, 의료, 보육 등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결국 지역 경제 활성화는 하나의 생태계다. 정책은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는 기회를 만들며, 지역사회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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