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월던(Michael Walden)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University) 명예교수. <본인 제공>
"지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입니다. 좋은 대학, 기업, 투자자가 필요하지만 이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마이클 월던(Michael Walden)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University) 명예교수(농업·자원경제학과)는 영남일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역경제 성장의 출발점으로 '인재'를 꼽았다. 월던 교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지역경제와 공공정책을 40년 넘게 연구해 온 경제학자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을 대표하는 혁신 거점 가운데 하나다.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Chapel Hill)을 중심으로 조성된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RTP)는 대학의 연구 역량과 기업의 기술개발을 결합해 첨단산업을 육성한 대표적 산학연 클러스터다.
월던 교수는 RTP의 성공 비결을 '인재와 기업의 연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노스캐롤라이나를 선택한 이유는 필요한 연구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이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자 기업이 모였고, 기업이 늘면서 관련 기업과 전문인력이 다시 유입되는 집적효과(Agglomeration Effect)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구 역시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우수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지역의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지역 대학이 길러낸 인재가 지역기업에 취업(창업)하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던 교수는 대구처럼 수도권과 경쟁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이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성장 배경 가운데 하나로 '비용 우위(Cost Advantage)'를 꼽았다. 월던 교수는 "노스캐롤라이나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보다 생활비와 기업 운영비가 낮아 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미국 전역을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 역시 수도권보다 낮은 생활비와 기업 운영비를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비용 경쟁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 성장하고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마이클 월던(Michael Walden)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명예교수(농업·자원경제학과)가 영남일보 취재진과 지역경제 성장 방안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는 좋은 대학과 일자리,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비를 바탕으로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이 됐다"면서 "사람이 유입되면서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지역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 역시 결국 '연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월던 교수는 "투자자는 좋은 기업을 찾고, 기업은 장기간 자금을 공급할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양쪽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면서 "노스캐롤라이나는 대학과 기업, 투자자, 공공기관이 교류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주요 금융도시인 샬럿과도 가까워 지역기업이 금융시장과 연결될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역시 지역 유망기업을 발굴해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 은행 대출, 기업공개(IPO)로 이어지는 성장금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본이 다시 지역기업으로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역기업이 성장하면 고용과 소득이 늘고, 소득은 다시 지역에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진다"면서 "반대로 지역 자본이 모두 외부로 빠져나가면 기업이 성장해도 지역에 남는 것은 적다"고 했다.
월던 교수는 대구 같은 지역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고립(Isolation)'을 꼽았다. 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투자자나 경험 있는 경영자, 전문가와 연결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고립을 해소하는 데는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입주 공간을 찾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부터 법률·회계·인재 채용·행정 지원까지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업과 투자자,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대구가 나아갈 방향으로 '지역 안에서만 경쟁하지 말고 세계와 연결할 것' '대구만의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을 키울 것' '젊은 인재가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것'을 제시했다. 월던 교수는 "지역의 강점을 찾고 사람에게 투자하며 세계와 연결해야 한다. 자본도 결국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 사람은 삶의 질이 높은 지역을 선택한다. 기업 유치뿐 아니라 문화와 여가, 스포츠 등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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