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의 청류탁류(淸流濁流)]수도권 M&A중개기관의 함정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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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2 06:00  |  발행일 2025-12-21
박종문 기업M&A지원센터장.

박종문 기업M&A지원센터장.

기업 CEO와 M&A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CEO들은 수도권 M&A중개기관에 대한 호감을 은연중에 내비칠 때가 있다. '수도권이 일류고 지방이 이류'라는 망국적 인식이 무의식에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국토불균형 성장의 후유증으로 수도권 집중이 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찌보면 이런 무의식이나 관념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할수록 지방은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것을 기업 CEO들은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CEO 입장에서 지방기업이라는 자체로 저평가받은 경험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수도권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유추한다.


하지만 수도권 M&A중개기관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역 CEO들 가운데 상당수는 알게 모르게 수도권 M&A중개기관에 직간접 피해를 입은 경우가 상당수라고 한다.


M&A중개기관이 드물었던 예전에는 상속이슈나 기업승계 문제로 M&A를 고려할 때 CEO 입장에서 마음 터놓고 상담할 곳이 없다 보니 보험사의 영업전략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CEO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영업전략의 하나로 보험 가입 CEO에게 M&A를 포함한 무료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이는 직접적인 보험 상품은 아니지만, CEO 종신보험 등 특정 보험에 가입하면 CEO에게 부가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CEO 입장에서는 어차피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부가 서비스로 M&A 등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 가입 CEO 대상 무료 부가 서비스'이다 보니 제대로된 M&A컨설팅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보험 가입만 하고 경영 컨설팅은 기대 이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 년간은 지역 CEO들이 수도권 M&A중개기관과 상담을 하거나 자문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M&A중개기관인 만큼 전국 단위 정보망을 가동해 많은 M&A 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거래를 신속하고 만족할 만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M&A중개관들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지만 지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기관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지역 네트워크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기대와 달리 지역기업들이 수도권 M&A중개기관에 의뢰한다고 해서 특별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상담을 위해 서울까지 가야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고 설사 상담을 받더라도 지방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원하는 상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도권 M&A중개기관들은 착수금을 받는데 특별히 받는 서비스도 없이 돈만 날릴 가능성이 많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고, 의도치 않게 CEO가 M&A를 원하다는 소문이 날 경우 후유증 등으로 수도권 M&A중개기관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업을 물려받기를 원치않는 자녀로 인한 상속이슈든, 단순 기업 매각이나 인수든 M&A는 기본적으로 수년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순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M&A중개기관을 선정하는데 지역적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CEO들에게 권한다.


기업M&A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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