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대구 중구 공평동 태국음식 전문점 ‘하이타이’ 성주형 오너셰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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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8   |  발행일 2015-09-18 제42면   |  수정 2015-09-18
“새우 수프 ‘톰양꿍’ 태국 현지 셰프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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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라면 맨 먼저 ‘열대과일’부터 집을 것이다.

향이 좋고 새콤달콤하여 열매 중의 여왕으로 불리는 ‘망고스틴’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과일 중 하나. 여행자들이 비닐봉지째 들고 다니며 간식으로 즐겨 먹는 군것질거리다.

또 관광객을 사로잡는 게 바로 길거리 음식. 가장 익숙한 것은 태국식 팬케이크로 불리는 ‘로띠’. 인도에서 유래되었으나 태국으로 넘어와 ‘태국의 한밤 길거리 음식 1번지’로 불리는 ‘카오산 로드’의 최고 인기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얇게 반죽한 밀가루에 계란을 넣고 바나나·망고 등을 넣어 구워내 연유나 초콜릿 등의 달콤한 소스를 뿌려 먹는다.

이어 많이 노출되는 게 ‘태국의 떡’에 해당하는 ‘카우냐오 삥’. 코코넛 밀크를 넣어 지은 찹쌀밥을 바나나 잎에 싸서 구운 것.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중국의 댓잎 찹쌀밥 같은 ‘쫑쯔’와 비슷하다. 식도락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전갈·귀뚜라미 등 각종 벌레튀김에 도전한다.

그다음에는 정식 식당에서 태국 전통 메뉴에 도전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3인방은 톰양꿍·팟타이·쏨땀.

10년 전 대구에 진출한 태국식 샤브샤브인 ‘수키’를 먹었을 때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너무 대구음식문화에 길들여져 ‘무늬만 태국음식’이랄까. 본토 맛을 너무 현지 입맛에 맞춰버리는 것, 미식가라면 당연히 거부할 것이다.

◆ 스케이트보드 선수의 꿈을 접게 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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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수프로 불리는 태국의 명물 ‘톰양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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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파파야 샐러드’로 불리는 ‘쏨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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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소스에 숙주와 쌀국수를 볶은 면요리인 ‘팟타이’

대구시 중구 공평동 삼덕치안센터 근처에 있는 태국 전문 음식점 ‘하이타이’.

가기 전에 태국음식 이름을 몇 개 챙겨봤다. 카오(밥), 팟(볶음), 텃(튀김), 남쁠라(피시소스), 프릭(고추), 무(돼지고기), 느아(쇠고기), 까이(닭고기), 꿍(새우), 빠므(오징어), 뿌(게), 쁠라(생선), 탈레(해산물), 팍(채소)….

오후 브레이크타임을 이용해 오너셰프 성주형씨(31)를 만났다. 헌팅캡을 쓰고 있는 그는 보디빌더 같았다. 모델을 해도 좋을 듯 싶었다. 체격 탓인지 식당은 정말 아담 사이즈였다. 20명이 들어오면 끝이다. 성 셰프를 불러내 출퇴근용인 노란 스쿠터를 배경으로 클로즈업 사진을 찍고 난 뒤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4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제시된 13가지 메뉴 중 톰양꿍·쏨땀·팟타이·치킨팟씨유였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A4용지 한 장으로 된 초간단 메뉴판을 일별했다.

 

한때 스케이트보드에 빠져
경상권에서는 최고의 실력
생계 고민하다 요리사의 길

 

호주 워킹홀리데이 ‘돌파구’
동남아시아 요리 집중 익혀
태국 방콕 유명 음식점 섭렵
20여가지 메뉴 정리해 개업
손님 10명 중 3명은 외국인

 


맨 처음 톰양꿍을 먹어봤다. 프랑스 해물탕인 ‘부야베스’에 식초와 고수 잎을 넣은 것 같았다. 뭐랄까, 난생 처음 삭힌 홍어를 먹을 때 그 맛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숟가락을 놓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한 자극’은 좋은 식재료 때문에 몸을 이완시키기에 충분했다. ‘태국식 새우 수프’인 ‘톰양꿍’은 명불허전. 어떻게 보면 신맛 나는 짬뽕, 아니 육개장 같다.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모든 맛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오묘한 맛 때문에 세계 3대 수프로 등극했다. 맵고 시고 짜고 단맛은 물론 거기에 중국에서 향차이로 불리는 ‘팍치(고수 잎)’까지 들어간다. 신맛은 레몬보다 더 산미가 강한 라임, 짠맛 파트는 생선소스가 담당한다. 단맛은 설탕보다 팜슈가로 불리는 ‘종려당’을 사용해 낸다.

◆ 호주에서 기본기 다진 태국요리

그는 원래 오너셰프가 될 처지는 아니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동구 반야월 정동고 시절에는 오직 스케이트보드에만 필이 꽂혀 있었다. 종일 보드 생각뿐이었다. 한때 경상도권에서는 그의 실력을 따라올 선수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 고3 직업반 정할 때 제과·제빵과를 신청했다. 솔직히 보드만으로 먹고사는 게 자신이 없었다.

결국 스케이트보드는 요리에 자리를 뺏기게 된다. 이게 아닌데 싶어도 그는 자꾸 조리사의 길로 빠져들었다. 군에 가서도 취사병이 된다. 대경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는 허수아비 같았다. 조리사의 본능을 구체화시키는 그 어떤 동기부여를 만날 수 없었다. 수업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멀어져가는 스케이트보드,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조리사의 꿈. 집에 가면 부모가 ‘벽’처럼 서 있었다. 숨 쉴 곳이 없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냥 도망치듯 동성로 금산삼계탕 근처 한 신발 매장을 찾는다. 1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그 역시 미래가 없어 보였다. 다른 매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잠시 동면 중이던 요리와 밀애를 나눈다. 몸에 훈기가 돌기 시작한다. 기본기를 겨우 갖춰 상경한다. 난생 처음 조리사로 일을 한 곳은 국회의사당 ‘귀빈식당’. 국회의원용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다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웨딩업체에 들어가 뷔페음식을 배운다.

26세에 필살기를 찾아다녔다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다시 돌파구를 찾는다. 시드니에서 식당 두 곳을 거쳤다. 아시아 음식을 더 깊게 파기 위해 호주의 서쪽 퍼스로 가 데이비드 존슨 백화점 안에 있는 한 누들 레스토랑에서 나시고랭 등 20여 가지 동남아시아 요리를 익힌다. 2년 있다가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태국음식 전문 레스토랑 오픈 작업차 방콕으로 날아간다. 하루 5끼를 먹으면서 송뿐 시푸드, 쏨땀누아, 파인 다이닝 남(Nahm) 등 방콕 내 유명 식당가를 돌아다닌다. 방콕 생활을 정리하면서 20여 가지 태국 유명 메뉴를 손에 거머쥔다. 목화 씨앗을 품은 문익점의 심정으로 귀국한다. 1년 전 현재 자리에 식당을 오픈한다.

그는 방콕 스타일의 태국음식을 한다. 손님 10명 중 3명은 외국인. 태국 단골도 20여 명이다. 톰양꿍·팟타이·꿍팟퐁커리(새우 15마리에 갖은 채소·커리·계란을 넣고 볶은 요리) 등은 태국 현지 오너셰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톰양꿍은 방콕 현지보다 더 걸쭉하고 자극적이다. 태국보다 더 태국적이다. 비위가 약한 손님은 먹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태국을 자주 여행하는 50대 이상 중년에게 더 인기가 좋다.

매일 오전 9시에 그는 칠성시장에 있다. 거기서 2시간 정도 장을 본다. 3년 중식당 구력이 있는 권윤호 셰프가 그를 옆에서 지원사격한다. 월요일에는 손님을 위해 쉰다. 중구 공평동 70-3, 010-8611-0562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성주형 셰프의 한마디…“수입 식재료 많이 비싸…음식 가격 현지와 차이 불가피해요”

태국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태국 시장에서 천원이면 먹는 팟타이를 한국에선 왜 만원을 내고 먹어야 하냐’란 불만이다. 물론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태국에 비해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태국 식재료가 아직까지 한국 내에선 많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식재료는 태국 생강인 갈랑갈, 레몬그라스, 카필라임 잎, 덩어리로 된 팜슈가, 신맛이 나는 태국 과일인 타마린드, 코코넛, 다섯 종류의 쌀면 등이다.

메뉴 대다수가 정통 스타일이고 퓨전 스타일로는 커리누들과 소이칠리치킨이 있다. 커리누들은 옐로 커리로 끓인 소스와 버미셀리 누들을 숙주와 같이 볶은 요리다. 소이칠리치킨은 매콤한 간장치킨덮밥이다. 간장이 베이스인 이 요리는 불고기 맛과 비슷하다.

내가 고안해 낸 태국 음식도 있다. ‘치킨팟씨유’다. 이때 들어가는 쌀면이 넓은 직사각형 면인데 이 면 자체의 식감이 굉장히 쫀득하다. 이 면을 돼지고기와 토마토에 태국간장 칠리소스를 넣고 볶아 먹으면 맛이 좋다.

가장 인기가 좋은 ‘톰양꿍’은 카필라임 잎, 갈랑갈, 레몬그라스, 토마토, 라임주스 등 주재료를 물에 넣고 생선소스로 간을 하기만 되는 간단한 수프다. ‘팟타이’는 센 불에 기름을 넣고 계란을 스크럼블한 후 불린 쌀면을 넣고 볶다가 타마린드(신맛을 내는 대추과 과일)·팜슈가·생선액젓을 1대 1대 0.5 비율로 넣고 면이 다 익으면 숙주나물을 넣고 마무리하면 되는 면요리다. ‘쏨땀’은 채를 친 그린 파파야에 생선소스 드레싱을 얹은 절임 같은 샐러드다. 이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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